“치기 어린 제 잘못이 큰 禍불러”… 조현아, 최후진술서 눈물

이송원·엄보운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사람 마음을 먼저 헤아리지 못하고 치기를 앞세운 저의 잘못이 커다란 화를 불러왔습니다.”
‘항공기 회항’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41·사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검찰로부터 징역 3년을 구형받은 뒤 그는 최후 진술에서 “때늦은 후회로 마음이 많이 아프다”며 재판부
에 선처를 호소했다.

지난 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 오성우)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이 10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조 전 부사장은 3일 오전 1시가 돼서야 최후 진술을 시작했다.

“할 말 있으면 해보라”는 재판장의 말에 그는 피고인석에 서서 고개를 떨군 채 힘없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앞선 피의자 심문에서 조 전 부사장은 자신에게 적용된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 변경, 안전 운항 저해 폭행, 위계에 의한 공무 집행 방해, 업무 방해, 강요 등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그는 “업무 욕심 때문에 상대방을 배려·이해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면서도 “승무원들의 매뉴얼 위반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비행기가 이동 중인 사실을 몰랐고, 박창진 사무장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도 없다”면서 검찰의 심문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런 그를 향해 재판장이 “피고인은 ‘왜 내가 지금 여기 앉아 있나?’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냐?”고 말할 정도였다.

그로부터 7시간여 뒤 최후 진술에 나선 조 전 부사장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재판부를 향해
“반성의 모습을 보일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입을 뗐다.

그는 “대한항공을 아껴주신 고객분들과 저로 인해 회사로 쏟아진 질책과 비난을 받아야 했던 대한항공임직원 여러분, 이번 사건으로 커다란 충격을 느끼셨을 국민 여러분께도 고개 숙여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국토부 조사 및 검찰 출석, 지난 두 차례 재판에서는 “죄송합니다”하는 한마디 말고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던 그였다.

조 전 부사장은 “이제 와 생각해보면 저의 지적에 당황했을 승무원들의 입장을 한 번이라도 생각했더
라면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면서 “저의 잘못을 알기에 어떤 변명도 내세울
수 없고 어떤 결과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그는 가족을 말하는 대목에서는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조 전 부사장은 “한 가지 청이 있다면 아
직도 엄마의 손길이 간절히 필요한 저의 아이들에게 하루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선처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19개월 된 아들 쌍둥이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는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3분여간의 최후 진술을 마쳤다. 조 전 부사장에 대
한 선고 공판은 오는 12일 오후 3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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