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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의 살해 동영상에 맞서자”… '겐지의 평화 동영상'확산시키는 세계

도쿄=차학봉 특파원, 노석조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2-02 13:27

IS, 일본 저널리스트 인질 살해 영상 공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IS(이슬람국가)가 유카와 하루나(湯川遙菜·42)씨에 이어 1일 프리 저널리스트 고토 겐지(後藤健二·47)씨의 살해 동영상을 공개했다. IS는 이날 공개한 동영상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거명하며 “(일본이) 전쟁에 무모하게 참가한 탓에 고토 겐지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이 어디에 있어도 살해될 수 있다. 일본의 악몽이 시작됐다”고 협박했다.

하지만 IS의 인질 살해에 대해 일본과 미국은 물론 아랍권에서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고토 씨가 1990년대부터 분쟁지역의 소년 병사 등 어린이 인권 문제를 취재하고 이를 개선하려고 노력한 것이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추모가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AP통신은 “고토씨가 중동에서 정치 이념보다는 인권을 중시해 현지인과 항상 어울려 지냈다”면서“그의 죽음에 세계 이슬람교도들도 슬퍼하고 있다”고 전했다.


<1일 일본 도쿄의 총리 공관 앞에서 한 여성이 IS(이슬람국가)에 살해된 일본인 언론인 고토 겐지의 사진과 함께
‘적을 만들지 않는 외교야말로 일본인을 지킨다’는 문구가 쓰인 종이를 들고 서 있다.
평화주의자인 겐지는 주로 중동의 평화와 인권 문제를 집중 취재해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AP 뉴시스  >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IS의 고토씨 살해 동영상을 확산시키는 것은 그들의 선전에 악용될 수 있다”며 IS가 배포한 동영상 대신 분쟁지역에서 활동한 고토씨의 취재 모습과 발언을 확산시키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고토씨는 201097일 트위터에 “눈을 감고 꾹 참는다. 화가 나면 고함지르는 것으로 끝. 그것은 기도에 가깝다. 증오는 사람의 일이 아니며 심판은 신()의 영역. 그렇게 가르쳐 준 것은 아랍의 형제들이었다”라는 글을 올렸다. 고토씨가 분쟁지역을 취재하면서 느낀 저널리스트의 사명감에 관한 글도 남겼다. “취재 현장에서는 눈물은 필요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극명하게 기록해 사람의 어리석음과 추함, 불합리함, 비애, 생명의 위기를 알리는 것이 사명이다. 하지만 괴로운 것은 괴롭다. 가슴 아프다.”(2010121)


<일본인 언론인 고토 겐지가 시리아 북부 도시 알레포에서 현지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왼쪽 사진).
고토의 살해 소식이 전해진 1일 고토의 어머니 이시도 준코씨가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들은 전쟁 없는
 세상을 꿈꿨다”며 울음을 터뜨렸다(오른쪽 사진)./인디펜던트 프레스·AP 뉴시스 >


취재 현장에서는 답을 (기자가) 스스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우선 당사자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의 말로 보도해야 한다.”(2010413)

고토씨는 사립 명문 호세이(法政)대 재학 때부터 중동 지역에 관심이 많았다. 중동 국가 출신 친구와 어울려 지내면서 조금씩 아랍어를 배워 나갔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샐러리맨으로 일했지만, 스물여덟이던 1996년 독립 언론사를 세우며 저널리즘 세계에 발을 들여놨다. 는 소형 카메라를 든 채 중동·북아프리카·아프가니스탄 등 험지를 뛰어다녔다. 주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 난민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이들의 아픔 그리고 희망을 전하는 데 전력했다. 취재를 하면서 유니세프 같은 아동구호단체의 일을 돕기도 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취재 당시 서방 언론들이 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의 붕괴와 이를 기뻐하는 시민에 초점을 맞췄지만, 고토는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현지인들의 묘를 찾고 공포에 떠는 시민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그는 2011년 시리아 내전으로 생활이 어려워진 난민을 위해 2000달러(220만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특정 정파나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인도주의를 중시하는 그의 태도에 반미(反美) 성향의 이슬람교도도 그를 친구처럼 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시리아 정부·반정부 양쪽으로부터 취재 허가를 얻을 수 있는 일본인 저널리스트는 그가 거의 유일했다고 한다. 그는 작년 8IS에 납치된 유카와를 구하려고 시리아에 갔다가 인질이 됐다.

부인 등 고토씨의 가족들은 이날 “이번에 고토 겐지가 세상을 소란스럽게 해서 대단히 죄송하다. 그의 석방을 위해 노력해준 일본 정부와 각국 정부, 무사귀환을 기원해준 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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