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위협에…대북전단 南南충돌

파주=권상은 기자, 양승식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한국] 지난 25일 오전 11시 20분쯤 경기 파주 임진각 입구에 트럭 한 대가 도착했다. 오후 1시로 예고된 보수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필요한 장비와 물품을 싣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마스크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진보단체 회원 일부가 트럭을 기습, 대형 풍선을 칼로 찢고 전단을 도로 밑으로 던져버렸다. 경찰이 이들 가운데 한 명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실랑이도 벌어졌다. 전단 살포를 둘러싸고 하루 내내 이어진 충돌의 시작이었다.

이날 임진각 일대에서는 극심한 남남(南南) 갈등이 종일 이어졌다.



북한의 경고에도 보수단체가 전단 살포에 나서자 인근 주민과 진보단체가 저지하면서 크고 작은 충돌이 계속됐다. 양측은 몸싸움과 숨바꼭질을 거듭했고, 결국 임진각에서의 전단 살포는 무산됐다. 보수단체는 오후 7시 20분쯤 김포로 이동해 기습적으로 풍선 1개에 전단 2만여장을 매달아 날려보냈다.

‘대북 전단 보내기 국민연합’은 며칠 전부터 25일 오후 1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전단 10만여장을 북쪽으로 날려보내겠다고 예고했다. 그러자 이날 오전 9시쯤부터 주변 농민들이 임진각 주차장에 트랙터 20여대를 배치해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23일부터 임진각에서 천막 농성을 벌여온‘민주회복 파주시국회의’등 진보단체의 활동에 인근 주민들이 가세한 것이다. 경찰은 14개 중대 1000여명을 배치해 대비했다.

첫 충돌에 이어 오전 11시 40분쯤에는 서울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을 태우고 출발한 전세버스가 임진각입구에 도착했다. 주민과 진보단체 회원 등 200여명이 버스를 둘러쌌다. 이들은 버스에서 내리던 최우원대표 등에게“주민 생존권 무시하는 전단 살포 중단하라”등의 구호를 외치며 날계란을 던졌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버스 바깥으로 물을 뿌렸고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

30여분간의 대치 끝에 경찰이 서로를 격리해 고립시키자 양측은 따로 집회를 갖고 성토했다. 최 대표는 “평화단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전단과 풍선을 강탈해갔다”며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전역이 전단으로 덮일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오후 3시쯤엔 보수단체가 새 풍선을 가져와 전단 살포에 나섰으나 역시 저지됐다. 보수단체 회원들을 태운 버스는 오후 4시 20분쯤 임진각을 빠져나와 남쪽으로 약 20㎞ 떨어진 오두산 통일전망대로 이동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기다리고 있던 인근 상인과 진보단체 회원 등 100여명에게 막혔다.
이들이 전단 상자를 빼앗아 불태우려 하면서 몸싸움도 벌어졌다. 양측은 경찰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다 오후 6시쯤 해산했다.

이후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등 일부 보수단체 회원은 김포시 월곶면으로 이동해 오후 7시 20분쯤 대북 전단 2만장을 풍선 하나에 담아 날려보냈다. 전단에는 북한의 3대 세습과 독재 비판, 장성택 처형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전단 살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북 전단 살포를 둘러싼 충돌은 이날 처음 일어난 일이 아니다. 군에 따르면, 지난주 일부 보수단체가 대북 전단을 살포하려 했지만 주민·진보단체와의 충돌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번처럼 대공포를 쏘는 등 군사적 대응을 하는 대신 이런 ‘남쪽 내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파주 지역 시민단체 회원들과 주민들이 트랙터를 동원해 보수단체의 풍선을 빼앗아 찢어버리면서 완강한 항의 투쟁을 벌였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결과적으로 보면 북한의 대북 전단 관련 위협은 결국 남남 갈등 조장용이었으며 실제 상당한 효과가 난 것”이라 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대북 전단 살포는 쓰레기 불법 투기와 환경오염에 해당한다며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 등을 경찰청에 신고했다. 파주=권상은 기자,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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