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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고향' 찾으러 간 예순여덟 靑年작가

어수용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9-25 13:32

[겨울나그네·고래사냥·商道… 소설가 최인호의 발자취]

-"작가로 죽겠다"던 다짐처럼…
침샘癌 5년 투병… 지인 "며칠 전까지도 새 책 머리말 고민했는데"
-70년대 첫 100만부 作家
'별들의 고향' 조선일보 연재 선풍적 인기… 영화도 나와

"내가 말했잖아. 환자론 안 죽어. 작가로 죽겠다고 했잖아."

1년 전 기자를 만났을 때, 수술과 함암 치료로 투병 중이던 작가 최인호씨는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그렇게 다짐했었다. 그리고 그 다짐은 지켜졌다. 투병 중에 아무도 만나지 않고 전작 장편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완성했던 작가는, 죽기 전까지도 천주교 서울대 교구 주보에 연재했던 '말씀의 이삭' 코너를 책으로 묶기 위해 정리 중이었다고 했다. 작가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한 도서출판 여백의 김성봉 대표는 "추석 이틀 전까지도 괜찮으셨는데,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어 입원했다"면서 "마지막까지도 새 책에 쓸 머리말을 준비 중이었다"고 전했다.


	암 투병 중이던 2010년 전라남도 순천 송광사에서 장편소설을 집필할 당시의 최인호.
 암 투병 중이던 2010년 전라남도 순천 송광사에서 장편소설을 집필할 당시의 최인호. 그는“문학은 내가 쓰는 게 아니라 받아쓰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사진작가 백종하
임종은 부인 황정숙(68)씨와 큰딸 다혜(44)씨가 했다. 마지막 유언을 묻자, 세상을 떠나기 직전 "주님이 오셨다. 이제 됐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건강했을 때 그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는 "아이 러브 유(I love You)"라는 활기찬 인사. 마지막 순간 아내와 딸이 "아이 러브 유"라고 인사를 건네자, 작가는 "미 투(Me too·나도 사랑해)"라고 받았다고 한다.

1945년 '해방둥이'로 태어난 그는 영원한 청년 작가였다. 특히 1970년대 청년문화의 중심에 섰다. 세련된 문체로 '도시 문학'의 지평을 넓혔고, 그 세대를 자신의 연대로 평정했다. 1967년 22세의 나이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28세 때 조선일보에 '별들의 고향'을 연재했다. 말 그대로 선풍적 인기였고, 소설 100만부 시대를 연 것도 최인호였다. 단지 소설뿐만 아니라 영화, 대중음악 작사, 방송 다큐멘터리 등 작가의 활동은 전방위로 뻗어갔다. 당시 그의 소설은 물론 원작이나 시나리오를 통해 그가 관여한 영화는 '무조건' 흥행에 성공한다는 신화를 낳았다.

1980년대에도 작가는 '불새' '지구인' '적도의 꽃' '길 없는 길' 등을 발표했다. 이 시기 최인호 문학은 일대 전기를 맞는다. 1970년대 도시적 모더니티의 진경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던 최인호 문학은 1987년 가톨릭 세례를 받은 뒤 지고(至高)와 영원(永遠)의 세계로 이주한 것이다.

지칠 줄 모르는 생산력으로 작품을 발표하던 작가는 2008년 침샘암 발병 이후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다. 이 병이 고약한 이유는 식사와 발성이 힘들다는 점. 침샘에 문제가 생겨 침이 나오지 않고, 목에 난 혹이 기도와 식도를 막아 몸무게는 47㎏까지 추락했다. 사람 만나기가 꺼려질 수밖에 없다. 그 투병의 와중에 작가는 병석에서 200자 원고지 1200장짜리 장편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완성한다. 단 두 달 만의 집필이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기자와 만나 "진짜 문학은 남에게 읽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쓸 때 탄생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정말 고통스러웠지만 하루하루가 축제였다"고 잘 나오지 않는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작가 최인호가 남긴 문화적 유산들. 위에서부터 소설‘별들의 고향’, 동명 영화의 한 장면, 영화‘겨울 나그네’, 소설‘상도’. 최인호 연보.
 작가 최인호가 남긴 문화적 유산들. 위에서부터 소설‘별들의 고향’, 동명 영화의 한 장면, 영화‘겨울 나그네’, 소설‘상도’. /조선일보 DB
2010년에는 6개월 남았다는 담당 의사의 선고까지 들었지만, 그는 그 최종 선고를 3년 넘게 연장하며 '작가'로 죽겠다는 마지막 다짐을 실현했다.

"솔직히 쓰고 싶었어. 뭔가 보여주고 싶은 게 아니라, 작가로서, 내가 생명이 있음을 스스로 노래하고 싶더라고. 이 소설의 독자는 감히 얘기하는데, 나 하나였어. 그런데 나 혼자만의 독자인 나에게, 이 소설이 맘에 들어. 그래서 기분이 좋아."

투병 중에 아무도 만나지 않고 장편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2011)를 완성했을 때, 작가가 기자에게 털어놓은 고백이다. 그리고 자신이 쓴 작품 중에서 제일 잘 쓴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정직하게 쓴, 가장 자랑스러운 작품이라고 했다. 영원한 청년 작가 최인호는, 그렇게 환자가 아니라 작가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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