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일부 차종의 인증 연비가 실제보다 높게 산정된 사실이 미국 환경보호청(EPA) 조사 결과 드러났다. 싼타페·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쏘렌토 등 13개 차종, 90만대로 지난 3년간 현대·기아차 미국 판매분의 30%에 해당한다.

현대·기아차는 EPA의 권고를 받아들여 해당 차종의 연비를 자발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로 하고, 차량에는 새로 조정된 연비 표시 스티커를 붙이기로 했다. 사실상 리콜을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2012년형 기준 현대·기아차의 평균 연비는 기존 27mpg(갤런당 마일·11.5㎞/L)에서 26mpg(11.1㎞/L)로 낮아지게 됐다. 또 해당 차량을 산 소비자 전원에게 평균 88달러(약 9만6000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90만 명에게 모두 지급하면 8000만달러(873억원)에 달한다.

현대차는 2일 "미국 측 연비 측정 방식에 대한 다소간의 해석 차이 때문에 일부 조정 여지가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쏘나타와 옵티마(국내명 K5)는 조정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미국 EPA가 연비 조정을 권고한 사례는 이전에도 일부 있었지만 이번처럼 10개 이상 차종에 대해 전면적인 조정 권고를 한 적은 없었다.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미국 시장 점유율 10%를 넘어서며 급성장하고 있는 현대차에 대한 경쟁업체의 표적 공격이 시작됐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대량 리콜로 괴멸적 타격을 입었던 일본 도요타의 사례가 현대·기아차로 옮아올지 모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