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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소년, 꿈을 따다

최수현 기자 pau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8-06 17:28

키 1m59의 '작은 거인' 양학선(20·한체대)이 한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7일(한국 시각) 영국 런던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체조 도마 결선에서 양학선은 마지막 8번째로 출전해 1·2차 시기 평균 16.533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16.399점)과 0.134점 차였다.

자기 이름을 딴 세계 최고 난도(7.4) 기술을 구사하는 양학선의 금메달은 예상 가능했지만 기대와 부담감을 이겨내는 것이 마지막 숙제였다. 양학선은 1차 시기에서 힘차게 구름판을 밟고 날아올라 공중에서 1080도(3바퀴)를 비트는 '양학선'을 선보였다. 착지가 불안했다. 중심을 못 잡고 두 걸음을 걸어나갔다. 그래도 난도 점수가 다른 선수들보다 0.2~0.4점 높아 16.466점을 받았다. 2차 시기에서는 난도 7.0의 '스카라 트리플'(옆으로 손 짚고 3바퀴 비틀기)을 택했다. 완벽한 착지. 양학선은 우승을 확신한 듯 두 팔을 치켜들었다. 금메달을 확신한 양학선은 조성동 대표팀 감독과 힘차게 포옹했다. 외국 선수들이 다가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악수를 청했다. 2차 시기 점수는 16.600점이었다.

1996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여홍철이 '비운의 착지'로 흘린 눈물도,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오심으로 금메달을 빼앗겼던 양태영의 눈물도 양학선이 모두 씻어냈다. 1960년 로마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통산 은 4개, 동 4개를 따낸 한국 체조는 52년 만에 쾌거를 이뤘다.

재주 넘던 달동네 꼬마

결선 진출자 8명 중 키가 가장 작은 양학선은 태어날 때 몸무게가 2.3㎏이었다. 어머니 기숙향(43)씨는 "아기가 너무 작아 부서질까봐 품에 안지도 못하고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조심조심했다"고 말했다.

낡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광주광역시의 달동네에서 양학선은 비좁은 골목을 누비며 자라났다. 아버지 양관권(53)씨는 "다른 애들이 뛰어다닐 때 학선이는 재주를 넘으며 다녔다"고 했다.

7일(한국 시각) 영국 런던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체조 도마 결선에서 양학선이 1차 시기에 자기 이름을 딴 최고 난도의 기술‘양학선’을 선보이고 있다. 16.466점을 받은 양학선은 2차 시기에서‘스카라 트리플’기술을 완벽한 착지로 연결하며 16.600점을 받아 평균 16.533점으로 한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미장일 하는 아버지와 공장일 하는 어머니, 두 살 위 형과 양학선은 사람 하나 간신히 오갈 만한 골목길 맨 끝, 손바닥만 한 단칸방에 살았다. 일하러 간 부모가 온종일 집을 비우자 심심해진 형제는 다니던 초등학교 체조부에 들어갔다. 형은 곧 그만뒀지만 양학선은 멈추지 않았다. 하나하나 기술 익히는 재미에 빠져 체조를 시작한 지 2년 만인 초등학교 5학년 때 소년체전 동메달을 땄다.

사춘기의 방황

유연성이 부족했던 양학선은 광주체중에 들어간 뒤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고된 훈련과 가난에 쪼들리는 삶을 견디지 못한 양학선은 가출까지 하며 방황했다. 그를 붙잡아준 건 어머니의 눈물과 광주체중 오상봉 감독의 정성이었다. 오 감독은 "키가 작고 탄력이 뛰어나니 도마에 승부를 걸어라. 네가 잘하는 특기로 홀로 서라"고 격려했다. 그때부터 양학선의 도마 실력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고1이 되자 양학선의 도마 기술은 성인 대표팀 선수들과 별 차이가 없어졌다.

이때부터 연마한 기술이 애틀랜타올림픽 도마 은메달리스트 여홍철의 이름을 딴 '여2'(난도 7.0)였다. 구름판을 정면으로 밟고 공중에서 두 바퀴 반을 비트는 이 기술로 고교생 양학선은 각종 대회를 석권했고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따냈다. 이후 소수점 차 경쟁에서 상대를 압도하기 위해 양학선은 '여2'에서 반 바퀴를 더 비트는 자신만의 신기술에 도전했다. 연구와 훈련을 거듭한 끝에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신기술 '양학선'으로 사상 최고 난도(7.4)를 인정받으며 우승했다.

어머니의 이름으로

첫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양학선은 지독한 부담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평소 겁 없는 '강심장'으로 소문난 양학선이지만 주변의 큰 기대가 어깨를 짓눌렀다.

러시아 선수에 이어 2위로 통과한 예선에서는 '여2' 기술을 선보인 뒤 착지할 때 한 발을 크게 내딛는 바람에 감점을 당했다. 현지에 도착한 뒤 날마다 도마에서 고꾸라지는 악몽을 꿔 잠을 푹 자지 못해 구름발과 도마를 짚는 손에 힘이 빠졌다.

마음이 힘들 때마다 양학선은 어머니를 떠올렸다고 했다. 어려운 살림에 운동하는 아들 몸보신 시켜준다며 직접 낚시한 붕어를 고아주던 어머니, 자꾸만 집을 나가는 아들을 붙잡다 골목길에서 넘어져 허리를 다친 어머니,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아내리는 아들의 발 모양이 꽃처럼 예쁘다며 신기해하던 어머니, 훈련으로 지친 아들에게 '맘껏 울어라, 젊은 인생아, 져도 괜찮아, 넘어지면 어때' 하며 전화로 응원가를 불러주던 어머니. 양학선은 "지난해 마련해둔 작은 땅 위에 이제 소박하고 아늑한 집을 지어 부모님을 모시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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