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전(前) KBS·SBS 라디오 영어코너 진행자 스티브 한

문용준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5-11 11:34

“영어는 커뮤니케이션 수단, ‘이태원 영어?’ 우습게 보지 마세요”

영어가 여전히 서툴기만 한 이유는? ‘공부를 하지 않아서’라는 가장 간단하고 명확한 ‘진실’을 앞에 두고도, 영어 때문에 생긴 생채기가 부담스럽기만 한 사람들은 애써 다른 답을 찾기 일쑤다. 몸에 좋다는 보양식이나 영양제는 꼬박꼬박 챙겨먹으면서, 정작 건강해지는 습관은 제쳐두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건강해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금연이나 운동이라면, 영어 울렁증의 명약은 공부다. 그렇다고 책만 무작정 파고 든다고 해서 영어가 늘까? 한인회에서 영어 강의를 하고 있는 스티브 한씨가 답한다. “아니, 아니, 아니되오!”


영어는 잘 짜여진 공식이 아니라 ‘언어’일 뿐
스티브 한씨의 이력은 좀 독특하다.  한 가지 직업으로는 그를 설명하기가 좀 애매하기 때문이다.
“맥매스터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공부했어요. 그 후 전공을 살려 건축회사에 취직했는데, 어느 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한국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월드컵 열기가 한반도 남쪽을 뜨겁게 달구던 2002년 때의 일이다. 그가 찾아간 곳은 한 어학원이었다. 영어강사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가르치는 일이 너무 즐거웠어요. 지금은 한인회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가르치는 즐거움을 놓고 싶지 않아서에요.”

그는 단순히 ‘교포 강사’ 수준에 만족하지 않았다. 대학 강단에 서기도 하고, KBS와 SBS 라디오에서 영어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해 밴쿠버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소위 ‘잘 나가는’ 강사들과 어깨를 견주었던 셈이다.

“10년 정도 영어 강사로 일하다 보니, 왜 한국 사람들의 회화실력이 더디게 느는 지 알겠더군요.”

스티브씨가 보기에 어휘 수준이나 문장을 해독해 내는 능력은 손색이 없다. 그런데 정작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한참 떨어진다. 그에게 물었다. 왜 그러는 걸까요?

“영어를 ‘원리’ 위주로 습득해서 그래요. 영어도 수학처럼 어떤 공식이 존재한다고 배우다 보니, 회화 할 때도 그 공식, 그러니까 문법만 염두에 두게 됐지요. 이런 상황에서는 말다운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영어는 원리가 아니라 언어라는 생각에서 접근해야 해요. 한마디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거죠.”

스티브씨가 보기에 영어의 기본은 ‘발음’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정확히 발음하지 못한다면, 한국식 영어발음에 익숙한 몇몇 원어민 영어강사를 제외하면 누구도 상대방이 말하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학습자들이 표현 하나 외우는 데는 정력을 쏟아부으면서도 발음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발음을 홀대하는 게 저로서는 참 놀라운 일이에요. 원할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원어민 발음에 가깝게, 그러니까 흉내 정도는 낼 수 있어야 하거든요.”

스티브씨의 설명을 계속 들어보자.

“우리는 사과(apple)를 ‘애플’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발음하지만, 솔직히 앞뒤 맥락이 없다면 이 단어를 이해할 원어민은 많지 않을 겁니다. 애플은 실제로는 ‘애뽀’에 가깝습니다. 오른쪽(right)은 라이트가 아니라 ‘롸잍’이에요. 이게 원래 발음이고 이걸 흉내 낼 수 있어야 말하기, 듣기 실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좀 한다는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가 있다. 회화 실력을 키우려면 원어민 앞에서 ‘민망한 경험’을 수시로 해야 한다는 것. ‘애플’이라는 쉬운 말도 상대방이 못 알아 듣는 다는 것을 깨달아야  발음의 중요성을 그제서야 체감하게 된다.


‘스몰 토크’로 영어 울렁증을 정복하다
영어 울렁증이 생기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완벽한 영어’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일단 주어가 있어야 하고, 세련된 동사를 구해야 하고···. 아, 그렇지 ‘시제일치!’ 이것도 잊지 말아야지. 이렇게 저렇게 해서 나름 완벽한 문장을 조합했다고 자부하고 있는데, 상대방의 답은 뭔가 허전하고 성의 없어 보일 때가 종종 있다.

“그냥 일상 대화를 나눌 때, 주어 같은 건 생략할 때가 많아요. 언어의 본래 목적, 그러니까 의사소통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이지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머릿속에서 이런 말, 저런 말을 만들지 말고 그냥 입 밖으로 ‘핵심 단어’만 내뱉으란 얘기에요.”

이를테면 오늘 내가 오퍼 하나를 받았다라는 얘기를 하고 싶을 때, ‘나’(I)나 ‘받았다’(receive)는 단어를 나열할 생각하지 말란 뜻이다.

“Offer today!라고만 얘기해도 상대방에게 자신이 말하려는 바를 훌륭히 전달할 수 있어요.”

아니, 이 사람. 지금 ‘이태원 영어’를 구사하라는 건가?

“저는 차라리 이태원 영어라도 구사하는 사람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의 언어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믿어요.”

그의 말을 ‘엉터리 영어’를 해도 괜찮다는 말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원어민조차도 간단한 단어 몇 개로 의사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스티브씨가 생각하는 ‘영어도사’는 북미 문화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 문화 중에서 영어학습자가 눈여겨 볼 것이 바로 ‘스몰 토크’(Small Talk)다.

“북미 사람들은 수퍼마켓이나 공원 등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과 대화하는 걸 즐겨 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거리낌 없이 ‘하이’하며 인사하잖아요.”

이 ‘스몰 토크’는 영어 울렁증 치료제이기도 하다. 용기 내서 한 마디 두 마디씩 꺼내놓다 보면, 상대방의 반응에 맞장구 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그럼 어떤 얘기로 ‘수다’에 끼어들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는 만큼 할 말도 많아진다. 스티브씨의 경험담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을 따라 캐나다로 이민 왔어요. 영어를 거의 한마디도 못 하는 상황이라서 힘든 점이 참 많았지요. 친구들도 저랑 잘 놀아주지 않았어요. 말을 걸어도  무슨 뜻인지 몰라 멍한 표정을 짓는 동양인이 좋아 보일 리 없었겠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친구를 만들고, 영어를 내 언어로 만들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그때 생각난 것이 하키 관련 서적이었다. 선수의 연봉부터 장단점, 팀 정보 등을 수록한 그 책을 스티브씨는 달달 외웠다.

“캐나다 얘들에게 하키는 거의 종교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됐어요. 쉬는 시간에는 거의 하키 얘기 뿐이었죠. 어느 날 자기네들끼리 하키 얘기를 주고 받는데, 책을 외워서인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쏙쏙 들리더군요. 그 중에 어떤 아이가 궁금해 하는 걸, 제가 바로 답해 준 적이 있어요. 그후부터 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지더군요. 친구로 인정해 준 거예요.”

‘스몰 토크’로 말문을 트고 싶거나 혹은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싶다면, 적어도 스티브씨가 기울인 노력 정도는 해야 할 것 같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보건청 위생·보건 점검 결과 제공
밴쿠버코스탈보건청이 그간 식당과 스파 등 접객업소를 대상으로 시행하던 위생 및 보건 점검을 차일드케어(탁아소)까지 확대 시행하고, 관련 자료를 온라인상에 게시해 학부모의 관심을 끌고 있다.지난해 코퀴틀람 소재 무허가 데이케어에서 1세 영아가 숨지는...
학교 트랜드 “사립선호 성향”
9월 4일 BC주 공립학교(유치원부터 12학년 ) 개학을 앞두고 주정부가 공개한 2012/13학년도 학생전망 수치를 보면 학생 숫자가 줄었다.   올해 9월 시작하는 2012/13학년도 BC주 공립학교 학생은 53만4691명으로 지난해보다 6005명이 줄었다. 학생 감소는 꾸준한 현상으로...
“학교 생활 정보도 얻고, 선배들과 친목도 다지고”
UBC 한인학생회 KISS(Korean Intercollegiate Student Society)가 신입생을 위한 특별한 행사를 마련한다.KISS는 8월 28일(화) 오전 11시 2012/2013년도 신입생을 대상으로 캠퍼스 투어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KISS는 “(이번 캠퍼스 투어가)신입생 친구도 사귀고, 선배들과 인맥도 쌓는...
“부모가 먼저 대책 세우고, 자녀 일 시켜라”
캐나다 부모 중에 일부는 과거 대학교 학비가 저렴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지만, 현재 대학생이 처한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재 캐나다 대학교 4년제 평균 졸업비용은 이민자 또는 캐나다 시민권자가 거주하는 주내 대학을 갈 때 5만5326달러다. 다른 주로 대학을...
캐나다 정부 2013년 봄부터 시행
캐나다 정부는 시골에서 근무하는 가정의와 간호사, 임상전문간호사(NP)는 갚아야할 학자금 융자금이 남아 있으면 일부를 2013년 봄부터 감면받게 된다고 3일 발표했다. 시골에 부족한 의료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정책이다. 캐나다 보건부도 시골지역에 의료 서비스...
C2교육센터 9~1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웨비나 개최
C2교육센터(C2 Education)는 오는 9일 오후 5시 30분 ‘성공하는 고등학생이 반드시 알아야 할 5가지(The Top 5 Facts Successful High School Students Must Know)’를 주제로 웨비나(webinar)를 개최한다. 웨비나는 웹(web)과 세미나(seminar)의 합성어로 '온라인 세미나'를 뜻한다. 데이비드 김...
우리나라가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사상 처음으로 종합 1위에 올랐다.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지난 4일부터 아르헨티나의 마르 델 플라타에서 열린 제53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nternational Mathematical Olympiad·IMO)에 참가한 우리나라 대표단 6명 전원이...
'담배 피우는 자녀' 금연으로 이끌려면…
흡연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대표적 예가 학교다. 지난해 한국학교보건협회 부설 금연학교(이하 '금연학교')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우리나라 중고생의 흡연율은 12.1%다. 열 명 중 한 명은 흡연자인 셈이다. 맛있는공부는 지난 2010년부터...
ADVERTORIAL
 밴쿠버 지역교육계  대표주자 엘리트 어학원의 세미나 및 장학금 시상식이 지난 5월 26일 밴쿠버 웨스트 노먼 로스타인 극장에서 (Norman Rothstein Theatre) 에서 진행되었다. 올해에는...
'2012 조선일보·QS 아시아대학평가'에서는 한국 대학들은 대체로 학문 분야별 학계(學界)평가에서 예년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대학들의 연구성과가 가시화하고, 글로벌 인지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세계 학자들(1만6440명)이 한국 대학들의 변화를 인정한 것으로...
하버드대 경제학과 진권용(20)씨가 한국 유학생으로는 처음으로 하버드대 학부 전체 수석 졸업의 영광을 안았다.   진씨는 지난 24일(현지시각)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생 1552명 가운데...
BC주정부 탁아소 지도 서비스 개설
BC주정부가 탁아소나 미취학 아동 교육과정을 찾는 부모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온라인 서비스를 개설했다. (http://www.mcf.gov.bc.ca/childcare/)차일드케어프로그램맵(Child Care Programs Map)은 운영시간, 면허 종류, 맡길 아이의 연령대, 영어 외에 다른 언어환경 제공...
밴쿠버 음악학교가 선사하는 ‘자연과 클래식의 만남’
밴쿠버 최고의 계절로 꼽히는 여름. 자연 속에서 음악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음악 전문학교 ‘밴쿠버 음악학교(Vancouver Academy of Music·VAM)’는 7월...
“영어는 커뮤니케이션 수단, ‘이태원 영어?’ 우습게 보지 마세요”
영어가 여전히 서툴기만 한 이유는? ‘공부를 하지 않아서’라는 가장 간단하고 명확한 ‘진실’을 앞에 두고도, 영어 때문에 생긴 생채기가 부담스럽기만 한 사람들은 애써 다른 답을...
Adventurer's gear and stuff
매년 5월은 BC주에서 실외활동(outdoor activities)이 늘어나는 시기다.  BC주정부는 6일부터 12일까지 비상대책주간(Emergency Preparedness Week)을 맞아 옥외활동에 필수 준비물을 뽑았다. BC주의 산과 바다에 가기 전에 10대 필수품(the 10 Essentials)을 점검해보자.▲손전등과...
독해… 다양한 지문 분석을 쓰기… 에세이 미리 써볼 것수학… 계산 실수 주의해야 .par:after{display:block; clear:both; content:"";} 미국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에게 이맘때는 숨 가쁜 시기다. 지난 5일 SAT 시험이 있었고 이달 중순 과목별 AP 시험을 치르고 나면 다음...
'대한민국 거주 외국인 100만 명 시대'(2010년 기준 91만8917명, 통계청). 그렇지만 이들에 대한 한국인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과 주한 외국인 청소년이 체감하는 '다문화 수용도'는 어느...
Theft Suspect Caught on Camera
경찰의 보도자료는 간결하면서 명료한 문장을 추구한다. 일선 경찰들이 원하는 사건 진술도 이런 보도자료 처럼 간단하면서 명료하기를 바란다고.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충격으로...
학생·학부모 120여명 몰려… 지원자격 및 심사기준에 관심
28일 오후 2시 밴쿠버 한인회관 사무실에서 고려대학교 입학처 주관으로 열린 ‘2013학년도 고려대학교 입학설명회’에 학부모와 학생 12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학부모와 학생은...
국·공립 고교와 사립 고교 간 학력 격차가 점점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가 30일 입시기관 '하늘 교육'에 의뢰, 올해 서울대에 합격한 일반계 고교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사립 고교 출신이 전체의 62.5%를 차지했다. 국·공립 고교 출신은 37.5%였다. 전국 고교 중...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