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한카 청소년 선교 센터 오종필 목사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2-00-00 00:00

만나봅시다 /

한카 청소년 선교 센터 오종필 목사



"자녀를 상품으로 보지 말아야"

아보츠포드 지역에 한인 청소년 위한 선교 센터 설립
영어 공부에만 치중하면 자아 정체성 확립 기회 놓쳐



아보츠포드 지역에 한인 청소년들을 위한 '한카 청소년 선교 센터'가 문을 열었다. 한인 청소년들이 바른 가치관과 비전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센터는 지역 내 4개 한인 교회와 후레저 밸리 한국어학교가 함께 뜻을 모은 단체이어서 더 큰 의미를 띠고 있다. 한카 청소년 선교 센터는 지난 13일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예배를 갖고 의욕적인 첫 걸음을 내디뎠다. 창립의 산파 역할을 한 오종필 목사를 만나봤다.

*한카 청소년 선교 센터가 설립된 배경은?
"지난 해 12월부터 지역 한인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선교센터가 필요한 지 설문을 했는데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형태로 할 것인가를 연구하게 됐죠. 아보츠포드에는 한인장로교회, 성은교회, 서문성결교회, 센츄럴 하이츠교회 등 한인교회가 4개 있는데 각 교회별로 청소년들을 위한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별 교회를 통한 활동은 아무래도 일요일 중심으로만 운영되니까 한계가 있어요. 실제 학생들이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모임을 가지려면 상시 운영되는 연합 단체가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한인장로교회에서 유학생 선교 센터 계획을 독립시켜주었고 나머지 교회들도 모두 뜻을 모으게 됐습니다. 장소는 세계 선교 단체인 'Youth For Christ' 아보츠포드 지부에서 제공해주었고 저와 박종국 목사님이 코디네이터로 함께 봉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됩니까?
"종교 교육, 효과적 진로와 학습을 통한 전인교육, 공동체 훈련을 통한 비전 발견 등 크게 세 가지 방향입니다. 올해는 우선 각 학교별로 학생 기자를 모집해 소식지를 발간하고 부모 상담 교실을 운영할 예정이며 이곳에서 자라난 선배들을 초청해 대학 진학 등 진로 지도도 할 계획입니다. 또 캐네디언 학생들과 한인 학생들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스포츠 데이 등 다양한 문화 교류 행사도 추진 중입니다. 한카 청소년 선교 센터에서는 매일 방과 후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에 오면 'Youth For Christ'에서 운영하고 있는 컴퓨터 인터넷 서비스, 비디오 게임, 당구장, 실내 축구, 에어 하키 등 다양한 시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한인 청소년들과 많은 상담을 해왔을 텐데 한인 청소년들의 공통된 관심사나 고민은 무엇입니까?
"한인 학생들은 대개 부모 따라 이민 온 학생,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유학 온 학생, 부모가 보내서 온 유학생 등 크게 세가지 유형으로 나뉘더군요. 가장 큰 문제는 한인 학생들이 영어 공부에만 치중하고 있어서 그 시기에 가장 중요한 자아 정체성 확립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 부모가 가라고 해서 온 학생들 중 일부는 아무런 고민도 없이, 목표도 없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고민이 없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죠. 또 아보츠포드는 기독교적 성향이 강한 지방 도시다 보니까 밴쿠버에 비해 유흥업소가 적고 학생들이 갈 곳이 없다 보니 외로움도 많이 탑니다. 유학 온 첫 3개월 동안은 한국보다 자유롭다는 분위기를 만끽하지만 3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언어 문제, 홈 스테이 문제, 진로에 대한 고민들이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이곳에 한인 유학생은 어느 정도나 있습니까?
"세컨더리 학교에만 약 300명 정도 재학 중이며 이중 절반 가량이 유학생입니다."

*청소년 지도와 교육 문제는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청소년 교육과 부모 교육이 동시에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인 부모 사이에서는 자녀들이 캐네디언 학생들과 다니면 영어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한인 학생들과 같이 다니면 '몰려다니며 논다'고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짙습니다. 학생들 속을 들여다봐도 그런 모습이 보입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애들은 의도적으로 한국 애들하고 안 어울리려 하고, 열심히 안 하는 아이들은 한국 애들끼리 몰려다니고, 또 일부 학생들은 그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한국 학생들이 함께 어울리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면 안됩니다. 문화가 다르고 언어 의사 소통이 원만하지 않은 우리 한인 청소년들이 마음 속 깊은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이 누구이겠습니까? 또 자녀 교육을 위해 캐나다에 온 가정에서는 부모가 "너 때문에 왔는데"라며 자녀에게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자녀들이 상처를 받게 됩니다. 결정은 부모가 내리고 그에 따르는 부담과 책임이 학생에게 돌아오기 때문이죠."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청소년들에게는 "기를 좀 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한국 사회에서 자기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식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당당하지가 못한데, 좀더 매사에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또 부모님들에게는 자녀를 상품 가치화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청(靑)'자가 들어가는 청소년, 청년기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허리'라고 봅니다. 이들에게 건전한 사고와 새로운 청년 문화를 심어주는 것이 저희 한카 선교 센터의 목적입니다. 청소년 지도는 5년을 내다보고 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눈으로 드러나는 것이 없더라도 앞을 보고 일해야죠."

*개인적으로 청소년 교육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까?
"저는 공부 잘하고 착실한 학생보다는 주위에서 맴돌고 있는 학생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비전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장기적인 계획은?
"한카 선교 센터를 통해 자라난 한인 청년들이 다시 이곳에 와서 청소년들을 지도하는, 선배가 후배를 이끌어주는 센터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런 체제를 통해서 이 센터가 한인 사회와 캐나다 사회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은상 기자>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