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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국제 영화제 참가한 한인 2세 차은희 감독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2-00-00 00:00

만나봅시다 /

밴쿠버 국제 영화제 참가한 한인 2세 차은희 감독



"미움 뒤에 남은 희망을 말하고 싶습니다"

한.일 문제 담은 '연꽃을 위한 여행' 다큐멘터리 제작



밴쿠버 국제 영화제에서 '연꽃을 위한 여행(Journey for Lotus)'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필름을 선보인 한국계 캐네디언 차은희 감독<사진>을 만나러 가던 날, 다운타운을 덮고 있는 푸른 하늘이 유난히 반짝거리고 있었다. 눈이 부시도록 푸르게 반짝거리고 있는 그런 하늘 아래라면 온 세상 모든 것이 평화로울 것만 같았다. "안녕하세요?"라는 친숙한 한국말로 기자를 맞아준 차 감독은 바로 그처럼 눈이 부시게 반짝거리는 희망을 말하고 싶어했다. 식민지 시대가 낳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사이의 뿌리 깊은 적대감.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성장한 차 감독은 일본에 3년간 체류하면서 그 적대감 뒤에 실 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힌 채 숨겨져 있는 이야기에 눈을 뜨게 됐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캐나다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아닌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볼 수 있었다고 말하는 차 감독과 '연꽃을 위한 여행'을 떠나봤다.

-지난 1일 밴쿠버 국제 영화제에서 '연꽃을 위한 여행'이 상영됐는데 관객들의 반응은?
"한국인, 일본인 뿐 아니라 캐네디언 관객들도 많이 관람했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한 캐네디언 관객은 필름에서 다루고 있는 역사적 사실은 우울하지만 보고 나면 희망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연꽃을 위한 여행'은 어떤 영화인가?
"일본의 식민 지배라는 역사적 사실을 둘러 싼 한국과 일본간의 뿌리 깊은 적대감, 그렇지만 그런 속에서도 희망과 용서를 얘기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교환 교사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에서 3년 간 머물면서 시놉시스를 구상했고 연구 조사를 거쳐 2년 반 만에 완성했다. "

-민감한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했는데 어떤 시각에서 이 문제를 풀어나갔나?
"9살 때 이민 와 캐나다에서 줄곧 자랐기 때문에 사실 한일 관계에 대해 자세히 배울 기회가 없었다.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일본과 한국을 두 차례씩 방문했다.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뛰어다니다가 한 한인 사업가를 만났는데 데모 테이프를 보고 시각이 너무 중립적이라며 후원을 거절했다. 밤잠을 설치며 고민했다. 나도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는 분노했지만 한국 사람들의 감정을 그대로 공감할 수는 없었다. 결국 "나는 한국계 캐네디언이다, 그러니까 두 나라간의 관계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결론짓고 그런 시각에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를 만들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힘들었지만 못하겠다 싶으면 항상 어디에선가 도움의 손길이 찾아왔다. 누군가 이 스토리가 꼭 영화화될 수 있도록 콘트롤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일본인들과 한국 사람들 모두가 도움을 줬고 한국에서 준비 작업을 할 때는 곽경택 감독이 많은 도움을 줬다. 여기에 있는 니케이 재단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캐나다가 제2차 대전 중 캐나다에 살고 있는 일본 사람들에게 저지른 잘못을 공식 사과한 것처럼 일본도 한국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하는 일본인들도 만났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사람들은 인종이나 민족에 관계없이 누구나 다 같은 존재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이 살면서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점이다. 영화를 만들면서 만난 남동순 할머니는 "미워하는 사람이 더 괴로운 법"이라며 "나는 이미 그들을 용서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마음 속의 증오를 거둬들인 희망과 용서를 말하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갈등한 적은 없는지?
"어린 시절을 알버타 북부 포트 맥머레이에서 보냈다. 한인이 단 두 가정뿐이었다. 어렸을 때는 많은 갈등을 했다. 그런데 크고 나서는 한국계 캐네디언이라는 사실을 좀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한인 청소년들에게도 늘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That's why I'm better"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라고 강조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김치에 대한 다큐멘터리 'Hot and Spicy'를 만들 생각이다. 또 캐나다 원주민 자매의 얘기를 그린 장편 영화도 기획 중이다."

<조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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