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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딩 코미디언 폴 배 씨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2-00-00 00:00

만나봅시다 / 스탠딩 코미디언 폴 배 씨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밴쿠버 유일의 아시아계 스탠딩 코미디언...영화 만드는 것이 꿈



사람들은 흔히 이곳에서 자라난 한인 1.5세나 2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구석구석 눈을 돌려보면 생각보다 많은 한인 2세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밴쿠버 코미디 클럽에서 스탠딩 코미디언(Standing Comedian)으로 활동하고 있는 폴 배 씨(한국이름 배성렬)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일 것이다. 고등학교 영어교사(밴쿠버 템플턴 세컨더리)이기도 한 배 씨는 '아시아 사람들은 별로 안 웃긴다'는 통념을 깨고 밴쿠버 지역 유일의 아시아계 스탠딩 코미디언으로 활동하고 있다. 맥길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배 씨는 지난 해 밴쿠버 국제 코미디 페스티발에 밴쿠버 대표로 참가했으며 '야크 야크 오픈 마이크 컨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폴 배 씨를 만나 색다른 직업을 선택하게 된 배경과 일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들어봤다.

*언제 처음 코미디언이 될 생각을 했는지요?

"결혼식장에서 사회를 본 적이 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사람들이 저더러 이 방면에 소질이 있다고 하더군요. 처음엔 저도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은 도저히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아시아계 사람들은 예술 방면 직업은 별로 좋아하지 않잖아요. 만약 제 딸이 나중에 배우하고 결혼한다면 저도 반대할 거예요. 2살 때 이민 와서 캐나다에서 줄곧 자랐지만 제 의식 속에는 한국적인 것이 자리잡고 있어요. "

*예술 분야도 여러 갈래가 있는데 왜 코미디를 선택했나요?

"제가 가장 하고 싶은 건 영화죠. 그러나 아무런 경험도 없는 제가 극본을 쓰고 그걸 팔려고 한다면 아무도 읽지조차 않을 겁니다. 먼저 제 자신이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코미디언을 택했습니다. 아시아계 시나리오 작가나 영화배우는 많지만 코미디언은 극히 드뭅니다. 제가 코미디에 소질이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이쪽을 택했습니다."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에 대해 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직 한번도 제 공연을 보시지는 못했지만 굉장히 많이 격려해주시죠. 사실 대부분의 한국 부모들은 자녀들이 나중에 변호사나 의사가 되길 원하시죠. "너 뭐가 되고 싶니?"라고 묻지만 이미 부모님들 마음 속에는 정답이 들어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한국 부모님들은 자녀가 원하는 것보다는 자신들의 생각을 더 중요시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보면 저희 부모님은 사고가 많이 서구화되어 있어요. 저희들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죠."

*7년 째 영어 교사를 하고 있는데 교사와 코미디언이라는 두 가지 직업을 어떻게 동시에 소화해내고 있는지요?

"사실 그 동안은 풀 타임 교사로 일했는데 코미디를 하기 위해 학생 가르치는 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대신 개인 지도를 많이 할 생각입니다."

*학교에서의 반응은 어떤지요?

"동료 교사들이 격려를 많이 해주셨죠. 특히 교장 선생님이 가장 많이 후원을 해주세요. 제가 필요할 때는 아무때나 시간을 비워도 괜찮다고 하셨을 정도니까요."

*교사 경험이 코미디언이 되는데 도움이 됐나요?

"예, 그런 것 같아요. 가르치면서 구술 능력도 늘었고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죠. 학생들을 관객으로 본다면 학생들 앞에서 가르치는 것이나 관객 앞에서 연기하는 것이나 같다고 할 수 있겠죠."

*교사로서 한인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한인 학생들은 대단히 우수합니다. 열심히 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어요. 영어 실력을 쌓고 싶다면 많이 듣고 많이 말하고 많이 읽어야 합니다. 또 스포츠 클럽에 가입하면 영어도 늘고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어요."

*밴쿠버 유일의 아시아계 코미디언인데 차별 같은 것은 없는지요?

"밴쿠버에 코미디언이 약 80명 정도 되는데 흑인이 2명, 아시아인은 제가 유일하고 나머지는 모두 백인입니다. 사람들은 흑인들은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백인들에 대한 선입견 같은 건 없어요. 하지만 아시아 사람들은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죠. 제가 그런 선입견을 지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몇 년 더 코미디를 하고 싶습니다. 아직은 TV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코미디언은 아니지만 몇 년 후에는 많은 시청자들을 위해 극본을 쓸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최종 목표는 영화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언제쯤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만족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까?

"한 5년 안에는 제 선택에 대해서 행복하게 느낄 것 같습니다. 행복감은 느끼지만 만족하지는 못하겠죠. 한 인간으로서는 만족할 겁니다. 그러나 제 직업에 대해 만족하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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