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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경장 “이 바다가 누구의 바다인데…”

한상혁 기자 hsangh@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2-13 00:27

"저 수평선을 넘어오는 중국 어선들을 보면 피가 끓습니다. 이 바다가 누구의 바다인데…."

지난 5월 인천해경 3005함에서 만난 이청호(41) 경장은 말수가 적었다. 각지고 검게 그을린 얼굴은 늘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시 기자는 해경의 중국 어선 단속 현장 르포 기사를 쓰려고 2박 3일간 승선했다.

12일 이 경장이 불법 어로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중국인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중국 선원들의 저항이 갈수록 격렬해져서 걱정입니다. 나도 싸움이라면 자신 있지만…" 하고 말하면서 그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당시 3005함은 출항 하루 만에 소청도 남서쪽 해상에서 쌍끌이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단속했다. 3000t급 함정을 흔드는 집채만 한 파도 속에서 이 경장은 대원 10여명과 함께 작은 고속 단정(1.8t)에 옮겨 탔다. 안개 때문에 불과 2~3m 떨어진 사람 얼굴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기자는 흔들리는 배가 무서웠다. 그래서 그에게 "무섭지 않으냐"고 물었던 것 같다. "대원들이 저를 믿고 배에 탑니다." 이 경장은 그렇게 대답했다.

"이제 들어간다, 몸조심 하자" - 12일 서해 소청도 인근에서 불법 어로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숨진 고(故) 이청호 경장(가운데)은 언제나 맨 먼저 중국 어선에 올랐다. 사진은 그가 지난 5월 7일 같은 장소에서 출동하기 직전 대원들을 격려하는 장면이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그는 두 시간 뒤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왔다. 방검복(防劍服)과 헬멧을 벗는 그의 머리에서 김이 솟아올랐다. 3005함 갑판에서 그가 내쉰 짧은 한숨은 모든 대원이 무사한 것에 대한 안도와 감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런 그가 숨졌다. 12일 새벽 소청도 앞바다에서 언제나처럼 중국 어선 조타실에 들어가 선장을 제압하려다 불의의 습격을 당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임무를 완수하려다 죽음을 맞았다고 했다.

지난 5월 기자가 3005함에 승선했을 때 함장이었던 이병훈(55)씨는 "누구보다 강하고, 쉽게 방심하지 않는 친구인데 어쩌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검색팀장이었다. 무기를 들고 저항하는 중국 선원 수십명과 망망대해 위에서 싸워야 하는 나포조 10여명의 선봉 역할이었다. 조타실에 들어가 선장을 제압하는 임무를 맡고 있어 언제나 가장 먼저 중국 어선에 올랐다.

가장 위험한 역할을 맡고 있었지만 그는 그것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내가 생긴 것이 험악해서 그런지 중국 선원들이 날 보면 겁을 집어먹습니다” 하면서 순하게 웃었다.
1996년 특전사 예비역 중사로 전역한 그는 1998년 순경 특채로 해양경찰이 됐다. 특수 구조단, 특수 해상 기동대, 특공대 폭발물 처리팀 등 언제나 특별한 임무는 그의 몫이었다.

"엄마 울지마" - 인천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이청호 경장 부인(가운데)이 눈물을 흘리자 아들과 딸이 위로하고 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2008년 9월 가거도 해상에서 중국 어선을 단속하던 해경대원이 중국 선원이 휘두른 삽에 맞아 사망한 이후 해경 경비함에는 이 경장을 비롯한 특수부대 출신 해경 특공대원들이 전진 배치됐다.

그도 이때 인천해경으로 전입해 나포조에 투입됐다. 지난 4월 중국 어선 나포 공로로 해양경찰청장상을 받았고, 인명 구조 유공 등으로 6차례에 걸쳐 표창도 받았다.

12일 그의 빈소가 차려진 인천시 중구 신흥동3가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면서 가슴이 답답했다. 검은 상복을 입은 부인 윤경미(37)씨와 장녀 지원(14), 장남 명훈(12), 차남 명헌(10)이는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막내는 “엄마, 울지마” 하며 윤씨를 달랬다.

이 경장의 처형 윤모(43)씨는 “바다에 나가서도 전파가 터지는 곳이면 아이들에게 꼭 전화하던 사람이었는데…”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윤씨는 “세 남매는 아빠가 경찰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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