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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염원 국토종단 마친 이경상씨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2-00-00 00:00

통일염원 국토종단 마친 이경상씨

"그날이 오면 백두까지 다시한번 걷고 싶다"

한라에서 임진각까지 450km, 걷고 뛰며 오직 '통일'만 염원







'하나된 조국'을 기원하며 제주에서 임진각까지 국토 종단 대장정을 마친 이경상씨가 지난 1일 귀국했다. 아무런 후원자도 없이 배낭 하나 짊어지고 450km의 멀고 먼 길을 달려갔던 이경상씨는 '조국의 통일을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자신을 움직였다고 말한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의 이경상씨를 만나 오랜기간 준비해왔던 국토 종단을 마친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예정대로 무사히 국토 종단 일정을 마친 소감이 어떠신지요?

"저도 '내가 이걸 어떻게 해냈나' 싶습니다. 장마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라 사실 속으로 과연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염려했었는데 주변 많은 분들의 도움덕분에 무사히 끝낼 수 있었습니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처음 어떻게 국토 종단을 계획하게 되셨나요?

"제나이 30대이던 76년에 이민와서 늘 조국에 빚진 마음으로 살았죠. 80년대 초 한국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도 안정을 찾아야 할 텐데 염려도 많이 했구요. 그 무렵 테리 팍스라는 사람이 불구의 몸을 이끌고 암연구 기금 마련을 위해 캐나다를 종단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도 조국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기도 중에 통일 염원 국토 종단을 결심했습니다."



-언제부터 구체적으로 준비하셨습니까?

"94년부터 연습을 시작했는데 그로서리를 경영하다보니 시간을 내기가 영 힘들더군요. 작년에 사업체를 정리하고 8월부터 본격적으로 걷고 뛰며 훈련을 했습니다. 가족들이 하도 염려를 해서 스포츠 전문의를 만나 검진도 받았습니다."



- 국토 종단 일정은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6월23일 제주 서귀포 천지연 폭포에서 출발해 목포,광주, 전주, 대전, 천안, 조치원, 수원, 서울을 거쳐 마지막 목적지인 임진각에 7월15일에 도착했습니다. 하루 평균 50리길을 갔습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아침 5시 30분에 기상해서 기도하며 그날의 일정을 준비하고 7시엔 어김없이 길을 떠났습니다."



-종단 중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첫날부터 장마비가 쏟아져서 내내 발때문에 고생이 많았습니다. 매일 밤마다 숙소에 들어가서 이쑤시개로 물집을 터뜨리고 소독을 하고, 다음날에는 양말에 비누를 칠해 다시 운전화를 신고 일정을 계속했죠. 부르튼 발을 보고 사람들마다 그 발로 어떻게 뛸 참이냐고 하더군요."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국토 종단 소식이 조선일보와 KBS,MBC를 통해 보도되면서 갈수록 더많은 시민들이 저를 알아보시고 격려해주셨습니다. 더운데 좋은일 한다며 얼음물과 과일을 내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통일 기금에 보태달라며 가던 길 멈추고 주머니를 털어 성금을 전해준 분들도 있었습니다. 조치원을 지나올 때는 밴쿠버에 사는 교민이라며 격려의 전화를 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벽제에서 임진각을 향해 가고 있을 때는 한 노인분이 얼음물을 들고 길에 나와 기다리시다가 저를 보시자마자 붙잡고 우시길래 저도 함께 울었습니다."



-마지막 종착지에서 제주 천지연에서 길어온 물을 임진강에 흘려보내셨다고 들었는데요?

"국토 종단을 시작할 때 천지연에서 물 두병을 담았습니다.종단길 내내 들고다니다가 한병은 임진강변에 통일을 기원하며 흘려보냈고 나머지 한병은 훗날 누군가 백두산에 가서 흘려보내주었으면 하는 소망으로 임진각에 남겨두고 왔습니다."



-본국과 이곳 밴쿠버에서 성금 모금이 있었는데 성과는 어느 정도였습니까?

"본국에서는 육상중앙연합회 계좌를 통해 1백61만 8천원이 모금됐고 밴쿠버에서도 3천8백 달러의 성금이 모아졌습니다. 본국 성금은 통일부에 통일을 위해 써달라고 직접 전했습니다. 이곳에서 모인 성금은 총영사관을 통해 본국에 전달할 계획입니다. 통일부에서는 이 성금을 교류협력기금으로 쓰겠다고 했습니다."



-이번 국토 종단의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통일부에 성금을 전달하면서 우리나라 통일 성금의 90%는 개인이 아닌 몇몇 대기업에서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시민들의 기부 활동이 활성화되어 있는 캐나다와는 많이 다르더군요. 통일부에서 앞으로 국민 1인당 1만원 통일기금내기 운동을 벌인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의 국토 종단이 이런 범국민 차원의 운동을 시작하는데 작은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하니까 기쁘기 한이 없습니다."



-본국에 머물고 계신 동안 남북 이산 가족 상봉이 이뤄졌는데 지켜보신 소감은 어떠십니까?

"한 민족이 정치적 이념 때문에 헤어졌다가 50년만에야 만난다는 사실이 좀처럼 이해가 되질 않더군요. 북한의 위정자들이 마음을 비우고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이 되어야, 그래야 우리가 비로소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통일을 기원하며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표어를 만들었었죠. 통일부에 성금을 전달하는데 저한테 "지금은 못가십니다." 그러더군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통일이 되어 길이 열리고 또 제 건강이 허락한다면 다시 한번 조국을 생각하며 백두산까지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조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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