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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마약 문제 상담 김 채 빈 목사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2-00-00 00:00

한인 마약 문제 상담 김 채 빈 목사

“한인사회도 마약 안전지대 아니죠”

한인 유학생들, 마약 밀매단 표적… 자기도 모르는 사이 함정에 빠져







한인사회에서 아직까지 마약 문제가 공개적으로 거론된 적은 없다. 아직도 많은 한인들이 마약 문제를 소수민족들이나 일부 캐나다인들의 문제로만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도 모르는 새 마약 문제는 한인 유학생 사회를 파고들고 있다. 마약과 관련되어 고통받고 있거나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한인들을 만나 5년 간 상담 자원봉사 활동을 해온 김채빈 목사(써리할렐루야교회)는 지금이라도 한인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봐온 김목사를 만나 마약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들어봤다.



-처음 어떻게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5년 전쯤에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집행유예 보호관찰관인

돈 루레인이라는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이 '교도소에 있거나 보호 관찰을 받고 있는 한인들이 많은데 아무도 이들을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때부터 한인들 관련문제가 생길 때마다 도와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약 문제가 한인 사회에서 어느 정도 심각합니까?

"우리 한국사람들은 남에게 소문나는 것을 꺼리는 민족이기 때문에 표면으로 나타난게 없어서 그렇지 실제로는 한인들, 특히 유학생들 중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이 되어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부모와 떨어져 외국에서 지내는데서 오는 자유로움, 호기심이 덫이 되고 있습니다. 한인 2세 중에도 깊이 들어가 있는 젊은이들이 더러 있어요. 부모들이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손쓰기 너무 늦은 땝니다."






-실제로 어떤 경로를 통해 마약을 접하게 됩니까?

"처음부터 알고 찾아가는 경우는 없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약밀매단의 표적이 되어 희생당하는 거죠. 그동안 상담해온 사례들을 보면, 중국이나 월남갱들로부터 돈을 받고 하수인으로 일하는 캐나다 젊은 남자들에게 넘어간 한국인 여자유학생들이 더러 있습니다. 영어를 배우고 싶은 여학생은 미끼인줄도 모르고 속아넘어가 함께 파티를 하며 어울리다가 자신도 모르는 새 마약을 하기 시작합니다. 사람따라 다르지만 빠르면 1주일, 보통2~3개월이면 중독증세가 나타납니다. 그렇게 되면 마약을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고 돈이 떨어지면 결국 약 살 돈을 구하기 위해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거죠. 마약 문제는 마치 수학공식같아요. 일정한 단계를 거쳐 결국은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르게 됩니다. 될대로 되라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인생이 망가지는 것이죠."



-왜 마약문제가 더 심화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밴쿠버의 아름다운 표면 뒤에 가려져 있는 또다른 세계에 대해서 한국 젊은이들이 너무 몰라요. 이민자들도 마찬가지구요. 그저 늘 남의 일이려니 생각해요. 마약 중독은 한번 빠져들면 혼자서는 결코 헤어날 수가 없어요. 표면으로 불거져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독버섯처럼 번져 사회 문제를 야기하게 되는 것이죠."



- 젊은 학생들이 마약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목표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한국에서는 대학입학이 인생 제일의 목표아닙니까? 그걸 달성하고 나니까 인생의 목표가 없어지는 것이죠. 영어 공부 하려고 유학을 왔지만 절실한 목표가 없으면 친구들하고 어울려 놀게 되고 그러다보니까 질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게 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죠."



- 부모와 함께 있는 2세들의 경우는 어떤가요?

"2세들도 마약 문제로 상담한 사례가 꽤 됩니다. 한인 부모들은 일단 자식이 이런 문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외부에 일체 말을 안하고 쉬쉬하며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다 오히려 악화되어서 부모와 자식이 아닌 원수지간이 되는 비극적인 사례도 봤습니다."



- 마약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제공하고 계십니까?

"캐나다 사회는 이런 사람들을 돕는 자원봉사제도가 참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런 단체나 자원봉사자들을 찾아 함께 문제 해결방법을 찾기도 하고 또 마약 관련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면 국선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한인 사회 차원의 대책은 없습니까?

"현재로서는 아무런 것도 없습니다. 연구된 자료도 전무합니다. 오히려 중국이나 월남인 사회에는 상담소 등 마약중독자들이 도움을 청할 곳이 많아요. 물론 한인 젊은이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단 한명의 희생자도 사실은 너무 많은 것입니다. 우리 한인 사회 전체가 청소년들을 선도해야한다는 책임 의식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 중국인 밀입국과 관련 현재 수감중인 흑룡호 선원들에게도 꾸준히 면회를 다니시고 있는데 현재 선원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처음보다는 많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9명 중에 60대 노인도 두분 계십니다. 처음엔 건강이 안좋아 고생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총영사관에서도 관심을 갖고 각종 물품과 책자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



-한국에 남아있는 선원 가족들이 상당히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일년 째 가장이 남의 나라 교도소에 갇혀있다보니까 그렇지않아도 어려운 형편 속에 살고 있던 가족들의 고통이 큽니다. 내주 중 재판이 끝날 것으로 보이는데 선원들에게 제일 힘든 점은 앞날을 모르는 채 하루하루를 보내야한다는 사실일 겁니다."



-상담 활동을 오랫동안 해오셨는데 어려운 점은 없나요?

"무슨 일이든 재미있고 만족이 있어야죠. 이 일을 하면서 얻고 배운 것이 많아요.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삶을 살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들어 주는 것보다 더큰 보람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더많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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