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환자 150명에 온 몸을 다 주고 떠난 의사

한상혁 기자 hsangh@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0-20 08:06

천사의사 박준철 - "아프고 어려운 사람 돕는 게
의사의 보람이고 자부심" 10여년간 꾸준한 봉사활동
45세에 덮친 심근경색 - "내가 죽으면 인체조직 기증" 고인 뜻 받들어 가족들 동의
딸 혜진양 - "하늘나라에 불쌍한 애 많아 아빠가 서둘러 떠났나봐요"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내의 서울 성모조직은행. 박준철(45)씨의 시신에서 피부와 뼈, 혈관, 판막 등이 하나씩 떼어졌다. 전날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럽게 숨진 그의 인체 조직은 모두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인체조직기증 지원본부에 기증됐다.

그는 김포시 하나성심병원 일반외과 과장인 중견 외과 의사였다. 그리고 죽어서도 아픈 사람들을 위해 몸을 바쳐 인체 조직을 기증한 첫 번째 의사다. 최대 150명이 그의 인체 조직을 기증받아 새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돈벌이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그게 의사의 보람이고 자부심이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던 의사. 주변에서 '천사 의사'라는 별명을 붙여줬던 그는 시신조차 온전하지 않은 채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의 인체 조직 기증은 평소 아프리카 등지에서 의료 봉사를 해 온 그의 삶을 곁에서 지켜본 가족이 결정했다.

의사 박준철씨는 세상을 떠나면서 모든 것을 남을 위해 남겼다. 지난 2009년 국제적 의료 봉사 단체인 머시십(mercy ship)에서 신중한 표정으로 환자를 살피는 모습(사진 위). 그는 아프리카 빈민들을 위한 의료 봉사에도 열심이었다. 그는 언젠가 빈국(貧國)에서 살며 봉사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박준철씨 유족 제공

부인 송미경(46)씨는 "죽으면 장기나 신체를 남을 위해 기증하고 싶다"고 했던 남편 말을 떠올렸다. 건강하던 그에게 갑작스럽게 죽음이 찾아온 탓에 시간적으로 장기 기증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송씨는 제주도의 시부모에게 울면서 전화를 걸었다. 시어머니는 울먹이면서도 "아비가 살아 있었다면 뭐라고 했을지 뻔하지 않겠니"라며 인체 조직 기증을 허락했다.

박씨는 2009년 국제 의료봉사단체인 머시십(mercy ship·자선의 배)에 승선해 한 달간 아프리카에서 환자들을 돌본 시간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입버릇처럼 "은퇴하면 방글라데시나 아프리카로 건너가서 봉사하면서 살고 싶다"는 말을 했다.

큰딸 혜진(19)양도 아버지의 아프리카 이야기에 끌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아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봉사 활동을 했다.

그의 봉사 활동은 오래전에 시작됐다. 그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경남 창원에서 개업의로 일하면서 매월 1회 교회 의료 봉사팀과 함께 요양원이나 아동보호시설 등을 찾아 의료 봉사를 해 왔다. 매년 1주일 정도씩은 필리핀 오지 등을 찾아다니며 해외 봉사도 했다. 막내아들 예찬(8)군은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의사니까 하늘나라에서도 아픈 사람들을 고쳐줄 거예요"라고 말했다.

뇌사 상태에서만 가능한 장기 기증과 달리 인체 조직 기증은 사망 후에도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인체조직기증 지원본부에 따르면 통계 자료를 작성한 2005년 이후 국내에서 인체 조직을 기증한 뇌사·사망자 수는 600여명에 불과하다. 장기 이식은 시신의 겉모습이 온전하게 남지만, 피부·뼈 등을 적출하면 시신이 훼손된다고 알려져 거부감이 큰 탓이다. 현재 국내에서 필요한 인체 조직의 7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딸 혜진양은 "내년이나 내후년쯤 아프리카로 함께 가서 아빠는 아이들 병을 고쳐주고, 나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기로 약속했다"면서 "하늘나라에 불쌍한 아이가 더 많아서 아빠가 서둘러 떠났나 보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화장한 그의 유골을 고향인 제주도 바다에 뿌리기로 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18일 오전 11시40분쯤 대전 우송중학교 학생·교사 41명을 태우고 가던 관광버스가 강원도 양구군 을지전망대 부근 내리막길에서 20m 아래 절벽으로 추락했다. 사고로 학생 3명이 크게 다쳐 춘천 성심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버스에는 학생...
북한 유치원생들이 놀라운 실력으로 기타를 합주하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 세계 네티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최근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동영상은 해외 네티즌이 지난해 5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것이다. 동영상은 북한 관영...
북한에 억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통영의 딸’ 신숙자(70)씨 모녀에 대해, 북한 당국이 “신씨는 간염으로 사망했다”고 유엔(UN) 측에 통보한 사실이 8일 공개됐다.8일...
北로켓 발사 이후 한반도 긴장 흐름 고조 군 “평양 김정은 집무실 창문까지 타격 가능” .par:after{display:block; clear:both; content:"";}   국방부가 우리 기술로 개발한 탄도...
최근 중국 충칭시 서기직에서 해임된 보시라이(薄熙來·63)의 아들 보과과(薄瓜瓜·24)가 아버지 못지않게 중국인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보시라이는 한때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며...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직접 공수해온 의전차량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 공식 의전차량인 현대차 에쿠스와 BMW 7시리즈를 이용하지 않고 자신의 의전차량인...
캐나다 미스유니버스 대회에서 결선까지 진출한 여성이 뒤늦게 성 전환자임이 밝혀져 대회에서 쫓겨났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25일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제나 텔레코바(23)는 다른 대회 참가자들과 동일한 절차를 거쳐 캐나다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참가해...
북한의 군부 등 고위 간부들이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앞에서 노래 실력을 뽐냈다. 리룡하·김원홍·오극렬 등 북한 고위간부들이 최고 지도자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공개 행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이색장면이다....
미국의 한 중학교가 소속 여교사의 포르노 출연 전력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9일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캘리포니아 옥스나드에 위치한 한 중학교 학생들 사이에 과학 교사 스테이시 할라스(31)가 포르노영화에 등장했다는...
의사가 되고 싶었던 20대 청년은 세상을 떠나면서 생명을 구하고 싶은 소원을 이뤘다.차효정(여·25)씨는 지난 19일 스키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 인근 병원에서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두개골 절제술과 혈종 제거술을 받았다. 지난 23일 오후...
MBC 예능프로그램의 흑인 비하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면서 해외 네티즌들의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최근 한 국내 댄스그룹의 태국 홍수 희화화 발언과 맞물려 ‘한국의 인종차별’까지 거론되는 양상이다.문제가 된 영상은 MBC 예능프로그램 ‘세바퀴’의...
“그 사람이 ‘애들에게 귀신이 들어 그러니 때리고 물만 먹이라’고 했다.” 전남 보성경찰서는 감기가 걸렸다는 이유로 세 남매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고 매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남매의 엄마 조모(43)씨의 진술을 토대로 부부에게 범행방법을...
캐나다 출신 아이돌 스타 저스틴 비버(18)가 12살 연하의 여자아이와 ‘밸런타인 연인’이 된 사연을 영국 데일리메일이 14일(현지시각) 소개했다. 비버는 밸런타인데이를 하루 앞둔 지난 13일, 뉴욕의 한 병원을 찾아갔다. 태어나면서부터 악성 뇌종양으로...
한국의 ‘포대기’가 또 하나의 한류 히트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서 긴 끈과 천으로 아기를 업어 재울 수 있는 한국식 포대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인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투게더 비(together be)’는 영문명 ‘podaegi’를 제품 설명...
게임, 또다른 마약
오후 2시. 눈을 떴다. 창밖이 훤했다.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24시간 켜놓은 컴퓨터 채팅창에 친구들이 남긴 글을 읽으면서 게임톡(음성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에 접속하고 헤드셋을 썼다. 긴말이 필요 없었다."잘 잤니. 겜 시작하자."언제...
"저 수평선을 넘어오는 중국 어선들을 보면 피가 끓습니다. 이 바다가 누구의 바다인데…."지난 5월 인천해경 3005함에서 만난 이청호(41) 경장은 말수가 적었다. 각지고 검게 그을린 얼굴은 늘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시 기자는 해경의 중국 어선 단속 현장 르포...
천사의사 박준철 - "아프고 어려운 사람 돕는 게의사의 보람이고 자부심" 10여년간 꾸준한 봉사활동45세에 덮친 심근경색 - "내가 죽으면 인체조직 기증" 고인 뜻 받들어 가족들 동의딸 혜진양 - "하늘나라에 불쌍한 애 많아 아빠가 서둘러 떠났나봐요" 지난 7일...
인구 3분의 1이 주변 국가서 날품팔이… 아이들끼리 먹고 살아야 "학교 가면 뭐해요, 먹을 것도 안나오는데"지난달 26일 엘살바도르 남부 태평양 연안의 작은 도시 콘셉시온 바트레스의 어촌. 갯벌에서 조개를 캐던 멜리사(여·7)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 13일 오전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 16실에서 무연고자의 시신을 화장하는 장면을 시신을 운구한 장례지도사 정덕용씨가 지켜보고 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서울시립...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30일 여의도 증권가 주변에서 수차례에 걸쳐 여성들에게 붉은색 페인트를 주사기에 넣어 뿌리고 달아난 혐의로 김모(39)씨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6월 23일 오전 여의도백화점 주변에서 김모(여·24)씨의 다리에 붉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