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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딸 8년간 3만번 뒤집어 보살핀 母

유마디 기자 umadi@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8-29 09:06

딸 2003년부터 식물인간임선옥씨의 위대한 모정
낮밤 없이 2시간마다 마사지, 지금껏 욕창 한번 없이 관리
주변선 "이런 경우 처음봐"… "1시간 이상 외출 못해요 딸 얼굴이 새파래지거든요"

 

25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한 다세대주택. 66㎡(약 20평) 되는 방 두 칸짜리 집에 환자용 침대와 의료 기기가 놓여있었다. 벽에는 대학 졸업 가운을 입고 환하게 웃고있는 20대 여성 사진이 걸려있다. 2003년 7월 뇌병변 1급 판정을 받고 식물인간 상태가 된 한유경(37)씨의 방이다.

한씨의 어머니 임선옥(67)씨는 그때 서울성모병원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응급실에 딸이 실려왔다는 내용이었다. 병원 측은 "양재동 길가에 쓰러져있는 한씨를 한 청년이 승용차에 싣고 왔다"고만 했다.

무산소증은 5분 안에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뇌사에 빠질 확률이 높다. 유경씨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25분이나 지난 뒤였다. 죽은 듯 누워있는 딸을 보며 임씨도 억장이 무너졌다.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 친구는 한씨를 떠났다.

두 달이 지나자 병원은 "딸을 집으로 데려가도 된다"고 했다. 방법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딸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임씨는 "딸 목숨이 내 손에 달렸다고 생각하니 마음을 굳게 먹게 됐다"고 말했다.

임선옥씨가 코에 호스를 꽂은 채 누워 있는 딸 한유경씨를 뒤집기 위해 안아 들고 있다. 어머니는 딸이 쓰러진 뒤 8년간 곁을 지키며 간호해 왔다. /유마디 기자 umadi@chosun.com
이때부터 임씨에게 고난(苦難)의 생활이 이어졌다. 욕창(蓐瘡)을 방지하기 위해 엄마는 매일 2시간에 한 번씩 딸의 몸을 뒤집고 마사지했다. 식물인간이 되면 몸 일부에 부스럼이 생겨 곪아가는 욕창을 숙명처럼 달고 살아야 한다. 그러나 유경씨에겐 8년간 한 번도 욕창이 생긴 일이 없다.

"그동안 아무리 피곤해도 3시간 이상 잠들어 본 적이 없어요. 외출도 한 시간 이상은 한 적 없지요. 시장도 뛰어서 갔다 옵니다. 딸이 '곱게' 아플 수만 있다면 감수해야지요."

간병 자원봉사자 국태현씨는 "유경씨처럼 몸에 욕창 하나 없이 깨끗하게 누워있는 경우는 처음 봤다"면서 "어머니 사랑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의사들조차 유경씨의 몸 상태를 보면 놀란다.

"지금까지 딸아이를 3만 번은 뒤집었다"면서 딸을 안아 드는 엄마의 손등에 푸른 핏줄이 솟아올랐다. 목에 가래가 차면 호흡 곤란이 오기 때문에 20분에서 1시간 단위로 들여다보고 있다. 엄마는 귓가에 앉아 얘기를 들려주고, 잠시 자리를 비울 때면 라디오를 켜 뒀다. 집 앞 수퍼라도 다녀오면 엄마를 기다리는 딸 얼굴이 새파랗게 변한다고 한다. 엄마가 "유경아, 다녀왔어. 화내지 마" 하고 속삭여야 얼굴이 제 색을 찾는다.

유경씨는 유복하게 자랐다. 아버지(72)가 경기도 이천에 농장을 운영했고 수입이 꽤 많았다. 하지만 농장을 개간하며 온천이 솟구쳐 올라온 게 화근이었다. 온천장을 건설하던 중 IMF 사태가 왔고, 가족이 길바닥에 나앉게 됐다. 화병이 생긴 아버지는 이후로 방안에만 틀어박혀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낸다. 어머니 임씨가 식당일과 가사 도우미로 나섰고, 대학을 막 졸업한 유경씨도 밤낮없이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엄마는 "지금 돌이켜 보면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로 딸이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임씨 가족의 생활비는 복지부가 유경씨 앞으로 지급하는 한 달 50만원이 전부다. 지금의 집도 친지들이 돈을 모아 얻어줬다. '감옥살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지만 엄마는 한 번도 딸을 포기할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언젠가 눈을 뜨고 환하게 웃는 날이 올 겁니다. 그때까지 아이의 몸을 뒤집고, 계속 깨끗이 닦아 줘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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