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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만든 모자, 불량품 제로 10년만에 흑자

유마디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2-28 10:27

동천모자 성선경(72) 대표는 지난 2002년 동천모자를 설립한 후 10년째 동천을 이끌고 있다. 동천은 직원 70명 중 제작에 참여하는 42명 모두 발달장애인이다.

“이 친구들 중 50까지 숫자를 셀수 있는 사람은 두 명뿐입니다. 작업 속도도 일반인에 비해 3배이상 느려요. 그런데도 모자에 불량품이 없는 걸 보면 신기하죠. 양심에 찔리는 짓은 절대로 안하기 때문입니다. 실밥 한나만 나와도 불량으로 처리해 버리니 오히려 내가 난감하죠.” 성대표는 주간조선 최신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유명한 일화도 있다. 지난해 2월 동천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한 작업자가 불합격 처리한 모자를 보고 “이건 왜 불합격이냐”고 묻자 작업자가 모자 귀퉁이를 가리키며 “여기 조금 색깔이 다르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작업자가 말한 부분엔 일반인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색번짐 현상이 있었다. 성 대표는 “아이큐가 70이 넘는 사람이 없어 여러 과정에 참여시킬 수 없는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며 “한 가지 작업에만 몰두하다보니 감각이 살아있어 완성도가 높다”고 말했다. 제작 과정 인력을 모두 장애인으로 고용한 동천은 이를 인정받아 지난 2007년 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동천모자의 설립 배경은 1951년 충현영아원 건립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대 이사장은 작고한 최경희 여사. 6·25전쟁 직후 최씨가 길가에 버려진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돌보던 것이 영아원 설립으로 이어졌다. 영아원은 1979년 지적장애나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을 수용하는 특수시설인 충현복지학교로 다시 꾸려졌다. 1990년대에 들어와선 고등학교로 교육과정이 확대됐다. 지금의 서울동천학교는 1999년 개명한 것으로 동천복지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성 대표의 설명이다.

“최경희 여사는 제 시어머니입니다. 젊었을 때부터 시어머니의 선행을 봐왔고 자연히 관심이 그쪽으로 기울어지게 됐어요. 동천모자도 그렇게 설립된 겁니다. 이 친구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사회에서 받아주질 않는게 안타까웠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2년 동안 재활 교육을 시켜봤는데 앞치마나 이불을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손재주가 좋아지더라고요.”

성 대표는 애시당초 제작자 100%가 중증장애인으로만 이뤄진 동천모자로 수익을 기대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장애인이 만든 모자라는 것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의류업체가 주문을 꺼렸던 것이다. 일반인 1명이 해내는 작업량이 장애인들에게는 3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것도 이유다. 최저인건비를 지불하더라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구조였던 것이다. 사회적 보조는 2007년 동천모자가 사회적기업에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체신부, 육군, 공군 등에 납품했습니다. 직원들 월급 주고 공장 유지하기도 빠듯했지만 만족했습니다. 그러던 중 2007년에 사회적기업에 선정되면서 세제혜택과 전문인력 인건비를 지원받게 됐어요. 당시 근로자 20명분의 최저 인건비를 지원받았는데 2년차까지로 제한이 있더라구요. 공장규모는 커지고 일은 들어오는데 수익이 나지 않았습니다.”

당시 동천은 정부관련 주문말고도 휠라 등 고급 스포츠 브랜드 모자를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납품했다. 하지만 작업이 더딘 데다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주문량을 뺏기는 일이 허다했다. 공장에 주문이 들어오지 않아 몇 달 동안 놀게 될 땐 직원들도, 성 대표도 불안했다. 사회적기업에 선정되고부터 2년이라는 정부의 인력 지원 정책도 끊겨갈 무렵이었다.

성 대표는 “모자업계 시스템이 바뀌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포츠업계가 기존의 OEM 생산방식에서 ODM(제조업자개발) 방식으로 생산 방식을 바꿨습니다. 과거엔 업체가 디자인을 주고 이렇게 만들어 달라는 식이었죠. 그런데 2009년에 우리가 디자인해 만든 샘플을 놓고 기업이 주문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 거예요. 경쟁사들과 당당하게 입찰할 수 있어서 오히려 우리한텐 유리했습니다.”

생산방식이 바뀌자 성 대표는 투자를 결심하고 모자 디자이너 3명을 고용해 해외에 연수까지 시켜가며 모자 트렌드를 배워오게 했다. 지난 몇년간 5억원에서 10억원에 머무르던 동천모자 매출은 지난해 25억원으로 뛰었다. “70명의 인건비와 유지비를 감당하고 나면 많이 남진 않지만 지난해 처음 흑자를 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고 성 대표는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주간조선 2145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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