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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대한 길고도 어려운 생각(4)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9-05-15 00:00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사진모임에서 사진을 찍으러 나갑니다. 이른바 정기모임입니다. 이 정기모임이 있을 때마다 모임을 이끄는 사람들은 어디로 사진을 찍으러 나갈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나마 밴쿠버라는 동네에 사는 덕분에 그 고민의 깊이는 그리 깊지 않지만 여전히 사진 찍을 장소를 정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사실 밴쿠버 만큼 좋은 경치가 사방에 널린 곳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세상구경을 많이 못한 탓이겠지만, 적어도 40년을 넘게 살았던 서울에 비하면 여기는 그야말로 천국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경치 좋은 곳이 많아도 무한정 있지는 않습니다. 어느 만큼 돌아다니고 나면 바닥이 나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면 많은 분들이 사진 찍을 것이 없다고 말을 합니다. 이 대목에서 그 많은 분들이 사진에 실증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매일 찍어봐야 그게 그거라고 느끼기 시작하고 처음 사진을 시작할 때의 그 즐거움이 말라버립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 혹시라도 그런 분들이 계신다면 한 가지 처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가까운 곳으로 사진 찍을 곳을 한 군데 정하십시오. 어떤 곳이던지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그 곳을 시간 날 때마다 가는 겁니다. 아침에도 가보고 저녁에도 가 보고, 날이 좋을 때, 흐릴 때, 비가 올 때 무조건 시간만 나면 가는 겁니다. 그리고 찍었던 것을 또 찍고 또 찍습니다. 이렇게 같은 곳을 한 스무 번만 가면 아마도 점점 새로운 것이 보이기 시작하실 것입니다.

달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던가요? 저도 어느 책에서 본 이야기여서 사실 여부는 책임질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람이 사진을 배우려고 유명한 사진작가를 찾아갔답니다. 그래서 사진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스승은 제자에게 달걀을 하나 내주고는 사진을 찍어보라고 하더랍니다. 제자는 이미 어느 정도는 사진을 찍어본 사람이기에 달걀 정도야 생각하고는 사진을 찍어 스승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다음 날 스승은 또 달걀을 주면서 사진을 찍으라고 했답니다.

이쯤 되면 이야기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뻔하지요. 도를 깨우치러 갔다가 죽도록 밥 짓고 청소만 하다 보니 어느새 도를 깨우치게 되었더라, 뭐 그런 뻔한 스토리지요. 그래서 하여간 그 제자는 푸념을 해가며 무려 3년을 달걀 사진만 찍었답니다. 그랬더니 드디어 달걀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더라는 겁니다. 그냥 둥글고 하얀 것이 아닌 그 안에 생명까지 느껴지더라는 거지요. 그렇게 달걀 속의 생명을 느끼고 찍은 사진과 그 전에 찍은 사진과는 다르더라는 겁니다.

여러분도 나름대로의 달걀을 정하고 사진을 찍어보십시오. 3년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빠른 분은 열 번 아무리 더딘 분들도 스무 번이면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느끼실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느낌이 오기 전에 살짝, 혹은 세게, 지겹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 고비만 넘기시면 됩니다.

지금 제가 하는 이야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그 첫째는 같은 것이라도 빛에 따라 달라 보인다는 것입니다.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나무와 한 낮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나무는 전혀 달라 보입니다. 사진을 원 영어 말은 포토그래피, 즉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빛을 통해서 볼 수 있고 빛이 달라지면 우리가 보는 것도 달라집니다. 아침이 다르고 저녁이 다릅니다. 뿐만 아니라 겨울 빛이 다르고 여름 빛이 다릅니다. 그래서 많은 사진작가들은 피사체를 쫓아 다니는 것이 아니라 빛을 기다립니다. 꽤 그럴듯하지요? 쫓아 다니지 말고 기다려라. 이 빛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한번 해보겠습니다.

두 번째 의미는 - 사실 이 의미가 저에게는 더 크게 다가오는데 - 세상에 늘, 언제나 같은 것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빛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나무 그 자체도 이미 어제 본, 혹은 몇 시간 전에 본 그 나무가 아닙니다. 모든 것은 변합니다. 그 변화가 크고 작고가 다를 뿐이지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가 찍는 그 대상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찍는 나도 변한다는 것입니다. 셔터를 누르는 매 순간순간마다 내가 찍고 있는 그 무엇도, 그리고 찍고 있는 나도 변합니다.

아! 너무 어려워졌습니다. 감당이 안되니 그만 하겠습니다. 다만 어렴풋이라도 제가 어줍지 않게 무슨 말을 하려 하는지 눈치를 채셨으면 그걸로 전 대만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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