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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된 무기력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9-01-26 00:00

학습된 무기력이란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학습’ 이란 말에서 보듯이 무기력을 ‘배우고 익혀서’ 무기력해 진다는 뜻입니다. 배우고 익힐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무기력까지 배우나? 뭐 좋은 거라고 배우고 익히기까지 할까?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일상 생활 많은 곳에서 모르는 사이에 ‘배우고 익혀’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하면 좀 으시시하게 들릴까요?

“학습된 무기력’이란 원래 매개학습이론에서 두 가지의 다른 상황에서 고통스러운 경험에 대처하는 동물들의 다른 행동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정립된 이론으로, 인간의 무력감, 우울증 등을 설명하는 이론적 배경으로도 많이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먼저 어떤 실험인지 보겠습니다.

1단계로, 개 몇 마리를 실험용 방에 가둬 놓고 바닥에 전기를 흘려 보냈습니다. 개들은 충격을 피해 보려고  이리 뛰고 저리 뜁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뛰어 봐야 피할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면 이젠 전기 충격이 오든 말든 피하려는 시도도 않지 않습니다. 의욕을 상실하고 자포자기한 채 그 자리에서 충격을 고스란히 받습니다. 다시 말해서, 전기 충격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뛰어도 고통을 피하거나 없앨 방법이 없기에 그저 상황에 “무기력’할 뿐입니다.

두 번 째 단계는, 새로운 개들을 1단계 개들과 같은 방에 넣고 다시 전기 충격을 줍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뛰어 넘을 정도의 칸막이가 있어 다른 방으로 갈 수 있습니다. 사전에 충격을 받은 적이 없는 새로 들어온 개들은 처음 몇 번 전기 충격을 받을 때는 아주 괴로워했지만 곧 다른 칸으로 가는 길을 찾아내고 뛰어 넘어 갔습니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던 1단계의 개들은 아주 다르게 행동했습니다. 그들은 처음 몇 번 충격에 곧 괴로워하면서 주저 앉아 다른 칸으로 뛰어 넘어 가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무기력’해 진 거죠. 뛰어봐야 소용없었던 1단계의 경험을 통해 ‘무기력감’이 마음에 자리를 잡아 피할 수 있는 조건하에서도 1단계 때와 같이 무기력하게 행동하게 된 겁니다. 일단 무기력을 학습한 개들은 고통스러운 자극을 피해 어떻게 해 보려는 ‘동기’도 없을 뿐 아니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시도할 ‘능력’까지도 상실하게 됩니다. 여기서 문제는 고통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무력감’입니다. 환경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때 사람은 무력감을 느낍니다. 무력감은 사람을 비관적으로 만들고 우울하게 합니다.

허리 디스크가 있는 친구가 있는데, 지난 주에 장시간의 회의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허리에서 찌리릭 통증이 느껴지더랍니다. 마치 전조인 양 불길하기도 할 뿐 아니라 심해지면 어떻게 되는 지 알기에 그 길로 집에 돌아와 누웠답니다. 눕자마자 생각은 어느새 훨씬 더 비관적이 돼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면서. 답답한 가족들은 뭐든지 해보라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뭘 할 수가 없더라고, 이전의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이며 누워 ‘고통이 진정되길 기다릴 뿐’이라는 걸 배웠답니다. 바로 학습된 무기력입니다. 마치 1단계의 개처럼, 고통이 밀려올 걸 알면서도 아무 대책이 없이 고통을 맞아야 하는 무력감이 사람을 우울하게 만듭니다.

상담실에서 십대 청소년들을 만나면 세상이 다 짜증나고, 사는 게 지겹고, 인생이 절망적이라는 말을 합니다. 십대는 낙엽만 굴러도 깔깔 웃는 나이라고 했었는데 요즘 십대는 이렇게 심각한가 싶을 정도로 공부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의욕 상실과 우울, 무기력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을 자주 봅니다. 청소년들을 보면 조기 교육 열풍에 힘입어 어려서부터 부모가 시키는 대로 이것 저것 참 많이 배우고 해 본 것도 많습니다. 그런데 하는 것 마다 성취감을 많이 맛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아쉽게도 “넌 안돼” “이것도 못하니” “안되겠다 다른 걸 찾아보자” 등등 어린 나이에 이미 꽤 많은 실패를 경험합니다. 아이가 관심없고 재미없어 하는 걸 강제로 시켜서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동물이 어렸을 때 한 번 싸워서 진 상대에게는 자라서도 진답니다. 자기보다 덩치가 더 작아도 말입니다. 마음 속에 이미 그 상대에게는 두려움과 자신에게는 학습된 무력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한 두 번 실패가 쌓이다 보면 두렵고 무기력해집니다. 지속적인 학습된 무력감은 스트레스와 함께 매사에 의욕을 잃게 만듭니다. 자기 힘으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고, 해 봐야 안될 거라고 생각하고, 결국 인생은 실패와 좌절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학습된 무기력에서 오는 비관주의입니다.

그렇지만 무력감이 학습된다면 무력감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습니다. 환경에 대한 통제감과 유능감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작은 일이라도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통해 성공 경험을 하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 달성함으로써 서서히 통제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상황을 스스로 정복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무력감을 이기고 자신감도 생기며 나아가 새로운 시도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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