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진기는 사진을 찍고 나면 바로 볼 수 있다. 이것은 나 같이 사진으로 밥 벌어먹고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큰 축복이다. 그러나 사진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는 마약 같은 존재다. 마치 인스턴트 식품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과연 어떤 음식이 나올까 기대하고, 걱정하면서 요리를 하면 그 과정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실패의 과정이 피가 되고 살이 된다. 그러나 과정이 필요 없이 바로 먹는 음식은, 맛 없으면 버리면 그만이다. 금방 다시 먹을 수 있다. 맛없으면 버리고 맛 있으면 먹고, 그런 식이다. 그 과정은 쌓이는 시간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이다. 언제나 같은 실수를 늘 반복한다.
찍은 사진을 어떻게 보고 보관하는가는 사진을 잘 찍게 되는 과정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하루 날 잡아 밖으로 나가서 사진을 찍고 돌아오면 밴쿠버처럼 경치가 지천에 널린 곳에서는, 더구나 저녁 먹고 나서도 한낮인 여름철에는 집에 몇백장의 사진이 담긴 메모리 카드를 들고 돌아올 수도 있다. 자 이제 그 사진을 어쩔 것인가?
일단 컴퓨터에 옮기고 맘에 드는 것을 고른다. 이 정도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어떤 분들은 사진을 찍으면서 틈이 날 때마다 지우며 찍기도 한다.
맘에 드는 사진은 일단 컴퓨터에 저장한다. 여기서 문제다. 컴퓨터 어디에? 그냥 그냥 생각 나는대로. 답이 이렇게 나오는 사람들은 내 단언컨데 사진을 잘 찍으려는 생각을 접어야한다. 이 글을 보고 <이런 건방진…>하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몰라도 사진에 대해 내가 확신하는 몇 가지 안 되는 것 중에 하나다.
너무 돌아가지 말고 그냥 답부터 이야기하면 사진을 찍으면 잘 보관해야 한다. 여기서 <잘>이란 그냥 <잘>이 아니라, 사진을 찍은 시간과 장소를 잘 분류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야한다는 뜻이다.
사진을 봐달라고 내게 노트북 째 들고 와서는 사진이 어디 있는지 몰라 삼십분을 헤메는 분도 있다. 솔직히 말은 안 했지만 그렇게 내팽개쳐 있는 사진은 보고 싶지 않다.
되도록이면 사진을 보관하는 하드디스크를 하나 따로 장만하는 것이 좋다. 내 경우를 예를 들면 -이건 결코 뽐내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상식이다- 삼년 전 디지털 카메라를 사서 찍은 사진 중 그때 그때 골라낸 사진들이 두 개의 하드드라이브에 날짜 별로 보관되어있다.
왜 두개냐 하면 혹시 하나가 망가질까 봐 걱정이 되어서이다. 내가 물론 걱정을 달고 사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이건 경우가 다르다. 왜 이렇게 사진 보관에 신경을 써야 하느냐? 간단하다. 나중에 다시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사진을 잘 찍는 비법 중에 하나는 사진을 찍는 일과 보는 일을 반반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마치 운전을 하면서 앞만 보고 갈 일이 아니고 옆과 뒤를 봐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고등학교 때 존경하던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능숙한 사냥꾼은 사냥을 하러 산 속을 다닐 때는 꼭 일정한 간격으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을 한다고 한다. 자칫 사냥감을 쫓아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길을 잃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방향 감각을 잃게 되고 때로 자신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참 비슷비슷하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뒤 돌아보지 않고 냅다 새로운 사진만 찍다 보면 정말로 자신이 앞으로 가는지 샛길로 빠졌는지 혹은 아예 뒤로 가고 있는지 분간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저 보관만 할 것이 아니라 기록을 남겨두면 더욱 좋다. 라면을 끓이면서 물은 얼만큼 넣었고 그랬더니 맛이 어떻더라고 기록을 10번만 하면 아마 라면에 도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디지털의 도움으로 사진의 계량적인 기록, 즉 숫자로 된 기록은 저절로 남는다. 조리개, 셔터스피드, 렌즈, 플래쉬 등등. 그러나 사진을 찍을 당시의 상황은 카메라가 알 길이 없다. 내가 이 사진을 왜 찍었는지,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는지, 이런 것들은 귀신도 모른다. 그저 본인만 알 뿐이다.
이런 느낌이나 생각들을 간단하게라도 기록해 놓으면 사진을 조금만 찍어도 사진 실력은 안 좋아질 수가 없다. 안타깝게도 어떤 분들은 사진을 찍자마자 그런 것들은 잊어버리시는 분들도 계시고 더 심하게는 그런 생각이나 느낌 같은 것이 아예 처음부터 없는 분들도 계신 듯하다. 만약 그렇다면 더 할 말이 없다.
만약 두 사람이 100시간을 사진에 정진한다고 할 때 한 사람은 그 시간 동안 사진을 찍기만 하고 다른 한 사람은 반은 찍고 반은 본다고 했을 때 그 시간 후의 사진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가 될 것이다. 설마 누가 땅이고 누가 하늘인지 헛갈릴 분은 안 계시겠지요?
사진을 아무리 찍어도 도무지 사진이 좋아지지 않으시는 분들은, 일단 카메라를 잠시 밀어놓고 컴퓨터에 앞에 앉아 사진정리부터 할 일이다.
<다음주에 계속>
☎(778)867-7345 / bainsoo@yahoo.com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구세군 창고 도난
2008.12.05 (금)
“불우이웃 도와주세요”
경제난으로 기부도 줄어든 가운데 도둑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물품을 보관해둔 구세군 창고를 털어간 사건이 밴쿠버에서 3일 발생했다. 밴쿠버 시내 구세군에 기부된 물품 2만5000달러 어치가 도난을 당해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밴쿠버 시경은 3일...
|
평범한 BC주 가정
2008.12.05 (금)
로버트와 제니퍼 부부의 2008년
밴쿠버에 아내와 두 자녀와 살고 있는 로버트(Robert)씨는 올해 46세를 맞이했다. 그의 이름은 ▲데이비드(David) ▲존(John) ▲마이클(Michael) ▲제임스(James)와 함께 BC주에서 가장 흔한 이름이다. 그의 47세 아내 이름은 제니퍼(Jannifer)다. 그녀의 이름도 ▲매리(Mary)...
|
[이성수의 경제 진단]2009년 캐나다 및 미국 경제전망
2008.12.05 (금)
금융 불확실성의 시대 세계금융 시장의 위기를 해소 하기 위한 주요국가(G25)들의 정책공조 노력이 모색되는 가운데 지난 10월 8일의 동시 금리인하 조치에 이은 비금리 정책 부문에서 G25 국가들이 공동보조를 발표하였다. 경색되고 있는 은행 대출부문과 침체된...
|
감기약 정말 안전한가요?
2008.12.04 (목)
본 칼럼의 독자 여러분은 어제 하루, 어떤 종류의 약을 얼마나 드셨습니까? 종합 비타민은 기본적으로 드실 것이고, 오메가-3, 글루코사민 드시는 분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인병 예방 차원에서 비타민과 오메가-3 정도는 과도하게 많이 섭취하지 않는...
|
'올림픽 金' 김경문 감독, 2500만원어치 선물 쐈다
2008.12.04 (목)
두산 김경문 감독이 통 크게, 제대로 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온 국민에게 감동의 드라마를 안겼던 김경문 감독이 귀국 직후인 지난 9월 사비를 털어 두산 직원과 코칭스태프(올림픽 참가 타구단 코치 포함)에게 감사의 선물을 한 사실이 뒤늦게...
|
대통령 보자 마자 눈물 쏟았던 시래기 할머니의 사연
2008.12.04 (목)
"갑자기 만나니 힘들고 반가운 마음에…" 가락시장 찾은 대통령 붙들고 눈물쏟은 박부자 할머니李대통령 "어려우면 연락줘요" 20년 쓰던 목도리 매 줘 정시행 기자 polygon@chosun.com 서울 가락 농수산물 시장에서 시래기를 파는 박부자(73) 할머니는 4일 이명박 대통령을...
|
또 구속된 '대통령 가족'
2008.12.04 (목)
노건평씨 수감… 법원 "배임수재 의심할 상당한 이유 있다" 최재혁 기자 jhchoi@chosun.com 손진석 기자 aura@chosun.com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66)씨가 지난 2006년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개입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수재)로 4일...
|
"입학 전, 글씨 쓰기 대신 가위질 가르치세요"
2008.12.04 (목)
예비 초등생 부모가 준비할 것들 불필요한 사교육은 과감히 잘라낼 것 입학 전, 마음껏 오려붙이고 그리도록 자녀를 처음으로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의 마음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학교생활에 적응해 친구들과 잘 어울릴지, 수업은 잘 따라갈지 등 하나부터...
|
비눗방울 놀이로 산만한 아이 '차분'하게
2008.12.04 (목)
무의식적 심리 해석해 갈등 해소 도와 치료 아닌 재미있는 놀이로 인식해야 만 6세인 영미(가명)는 요즘 엄마와 선 긋기·비눗방울 놀이를 자주 한다. "놀이를 통해 영미의 불안감을 없애고 사회성을 기르고 있다"는 게 영미 엄마의 말이다. 최근 자녀의 감정조절,...
|
구술 발표 및 청취 능력 향상시키는 요령②
2008.12.04 (목)
암기 예행 연습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발표할 내용이 확정되면 이를 외운다. 발표 -발표를 할 때는 몸을 꾸부리지 말고 똑바로 서서 말한다. 특히 몸을 자주 비비 꼬거나 조바심을 내는 행동으로 청중의 집중을 딴대로 돌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청중들의 눈을...
|
"쩨쩨하게 시작 말고 큰 포부로 공부하라"
2008.12.04 (목)
김윤식 서울大 명예교수곤충학·어류학도 인류를 위해 공부할 수 있어 식민사관 극복하려 사명감으로 한국문학 연구 ▲ 김윤식 교수는“루카치를 공부하며 소설이 인류사와 더불어 진화한‘근대’의 장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허재성...
|
"나는 간다, 하와이" 4계절 다양한 축제
2008.12.04 (목)
비자없이 가는 미국여행 김성윤 기자 gourmet@chosun.com "니가 가라, 하와이."영화 '친구'에서 동수(장동건)가 '부산 조직폭력계를 떠나 하와이에서 쉬다 오라'는 준석(유오성)에게 내뱉은 말.장동건은 가기 싫었는지 모르겠으나, 하와이는 전 세계 신혼부부들이...
|
인도의 눈물
2008.12.04 (목)
아요디아는 인도 북부의 작은 도시다. 힌두교 신화에 따르면 이곳은 진실과 도덕의 화신이면서 신에 필적하는 완벽한 인간 라마왕의 출생지다. 힌두교도들에겐 매우 중요한 성지중 하나. 아요디아의 불행은 그곳에 하필 이슬람 사원이 함께 있다는 데서...
|
한전산업개발 발전본부장 자살
2008.12.03 (수)
"나의 불찰...죽음으로 사죄" 유서직원들 “검찰 수사 부담 느꼈다” 3일 오전 11시40분께 서울 마포구 현석동 A아파트 앞의 한강변 산책로에서 한전산업개발 발전본부장인 신모(58) 씨가 극약을 마시고 숨져 있는 것을 신 씨의 동생(47)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
'묻지마 선행' 박명수.유재석.정준하
2008.12.03 (수)
경제 한파로 서민의 고통이 가중되는 가운데 박명수, 유재석, 정준하 등 MBC TV ’무한도전’에 출연 중인 개그맨들이 약속이나 한 듯 훈훈한 선행을 펼치고 있어 화제다. 3일 아름다운재단에 따르면 박명수와 유재석은 최근 수년 동안 매달 일정 금액을 이...
|
부실 덩어리 기업, 정부의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2008.12.03 (수)
[조선데스크] 좀비 기업과 건설업계의 위기 차학봉·산업부 차장대우 hbcha@chosun.com 도저히 생존할 수 없는 부실업체까지 정부와 금융권이 부도를 막아주고 있는 실정이에요." 최근 만난 A건설업체 사장은 부실기업까지 정부와 은행권이 부도를 막아주는 바람에...
|
생으로 vs 익혀서 먹는 굴 레시피
2008.12.03 (수)
비타민과 철분, 칼슘 등의 영양소가 풍부해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굴은 지금이 딱 제철이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가되고, 생으로 먹어도 익혀서 먹어도 좋아 가족들에게 환영받는 굴요리. 맛있게, 건강하게 먹는 방법을 공개한다. 생으로… for...
|
차범근, '변화무쌍' 용병술 과시
2008.12.03 (수)
[OSEN=상암, 황민국 기자] '스리백에서 포백 다시 스리백. 정신 없네'. 수원은 3일 밤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1-1 무승부로 끝난 서울과의 삼성 하우젠 K리그 2008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경기 내내 변화무쌍한 수비 전술로 상대팀과 축구팬들의 눈을...
|
노(盧)씨가 '로비의 몸통'…연결고리 아니라 처음부터 주도
2008.12.03 (수)
노건평씨 세종증권 비리관련 혐의 내용은… 검찰, 노건평·정대근씨 만난 호텔영수증 확보 알선수재죄 인정되면 최고 징역 5년형 처벌 류정 기자 well@chosun.com 김경화 기자 peace@chosun.com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과정에 개입해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난 노무현 전...
|
노동단체 ‘야 3당 연합’ 지원 사격 나서
2008.12.03 (수)
“경제위기 대처 위한 대안”
BC 노동조합(The B.C. Federation of Lavour)과 캐나다 노동 의회(CLC)가 야 3당의 정치적 연합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12월4일 오후 6시부터 이번 사안과 관련된 정치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장소는 밴쿠버 컨벤션 센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BC 노조 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