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오바마 보러 갔다 진짜 본 것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1-18 00:00

미국 투표자 중 백인 비율 2044년이면 50% 아래로
백인 서민들도 생활고 허덕
미국 혁명적 변화 지금부터

 

미국대선은 리먼 브러더스가 무너진 날 이미 끝난 것이었다. 그날부터 투표일까지는 그저 "혹시" 하는 기간이었고 결과는 "역시"였다. 다 끝난 선거의 마지막 유세를 보러 간 것은 오바마의 육성을 한번 듣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그날부터 2주일이 더 지난 지금까지 생생히 남아 있는 것은 오바마의 육성이 아니다.

오바마는 선거 전날 밤 마지막 유세를 격전지 버지니아의 프린스 윌리암에서 벌였다. 밤 10시 유세에 맞춰 일찍 길을 나섰지만 꽉 막힌 고속도로가 심상치 않았다. 다른 길은 다 뚫려 있는데 프린스 윌리암으로 가는 쪽만 막혔다.

고속도로 출구에서 유세장까지 10여㎞는 한국 추석 귀성길을 방불케 했다. 하루 전 본 공화당 매케인 유세장은 이에 비하면 '장난'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차를 놔두고 걸었다. 깜깜한 밤 속을 그들과 함께 걸으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다양한 언어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백인 영어, 흑인 영어, 스페인어, 동남아시아권 언어에다 러시아어나 동구권어, 인도어처럼 들리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튀어 나왔다. 어느 때는 영어보다 다른 언어가 더 많이 들리는 듯했다. 여기가 미국인가 싶을 정도였다.

유세장에 도착해보니 이미 수만 명이 운집해 있었다. 다섯 시간 전부터 들어찼다고 한다. 주변에선 커피 장사, 핫도그 장사가 한창이고 그 사이를 어린아이들이 뛰어다녔다. 한국에서도 오래 전에 사라진 초대형 선거 유세를 미국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군중은 대략 세 사람에 한 명꼴로 소수 인종이었다. 그들이 이 선거에서 무엇을 열망하고 있는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선거에 관심이 없던 많은 우리 교포 젊은이들이 너도 나도 투표장으로 나가 오바마를 찍은 이유도 같은 것이었다.

과거 미국에서 소수 인종들의 이런 열망은 헛된 꿈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고 앞으로는 더 달라진다. 오바마 때문이 아니다. 1976년 미국 대선 때 투표자 중 90%가 백인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백인 투표자 비율은 75%로 떨어졌다. 32년 사이에 미국 인구 구성이 이렇게 달라졌다. 공화당 매케인이 얻은 표는 90%가 백인 표였지만, 오바마 표는 백인 표 외에 흑인 23%, 히스패닉 11%, 아시안 2%, 기타 인종 3%의 연합이었다. 이 다인종 연합군이 백인 집단을 처음으로 물리쳤다.

미국에선 지금의 추세가 계속되면 2044년에는 백인 투표자 비율이 5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그때면 백인을 'majority'(다수)라고 부를 수 없다는 얘기다. 이번 선거는 미국 인구 구성의 극적인 변화가 드디어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가 61%에 달하는 백인 표 없이는 대통령이 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유세장에서 본 이 백인들은 화가 난 사람들이었다. 오바마가 "나는 연봉 25만 달러 이상인 사람들의 세금을 올리려는데 공화당은 국민 부담이 커진다고 비난한다. 국민이라니, 몇 퍼센트 국민인가. 여러분 중에 25만 달러 이상 버는 사람 있으면 손들어보라"고 했을 때 엄청난 호응이 일어났다. 옆에 있던 백인은 "25만 달러?"라면서 육두문자로 욕을 했다.

지금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택 압류는 피도 눈물도 없다. 처리반이 들이닥치면 한 가족이 살던 집은 순식간에 텅 빈 다른 집으로 변형되고 앞 마당엔 "집 팝니다"는 팻말이 꽂힌다. 정리해고도 그에 못지않다. 어느 날 윗사람이 불러 갑자기 회사 출입증을 뺏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미국에선 현재 매달 십 수만 명이 개인 파산하고 있고, 그중 상당수는 가족 병원비 때문에 파산하는 경우다. 수많은 가정들이 이렇게 무너지는 한편에서 CEO들은 근로자 평균 연봉의 500배를 받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기업에서나 쓰이던 대형 금고가 부잣집들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이런 미국 사회의 현실에 대한 분노와 오바마가 내건 "바꾸자"는 구호가 만나자 해일(海溢)이 됐다.

미국은 인구적인 측면에서 놀라운 속도로 백인 국가가 아닌 나라가 돼가는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백인 사회에까지 경제적 고통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지고 있다. 모두가 전례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이번 선거는 혁명의 끝이 아니라 앞으로 미국 사회가 걸어 갈 진짜 혁명적 변화의 전조(前兆)에 불과할 수 있다. 그 소용돌이의 여파가 태평양 건너까지 밀어닥칠 것도 분명한 일이다.


양상훈·워싱턴 지국장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본 칼럼의 독자 여러분은 어제 하루, 어떤 종류의 약을 얼마나 드셨습니까? 종합 비타민은 기본적으로 드실 것이고, 오메가-3, 글루코사민 드시는 분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인병 예방 차원에서 비타민과 오메가-3 정도는 과도하게 많이 섭취하지 않는...
   두산 김경문 감독이 통 크게, 제대로 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온 국민에게 감동의 드라마를 안겼던 김경문 감독이 귀국 직후인 지난 9월 사비를 털어 두산 직원과 코칭스태프(올림픽 참가 타구단 코치 포함)에게 감사의 선물을 한 사실이 뒤늦게...
"갑자기 만나니 힘들고 반가운 마음에…" 가락시장 찾은 대통령 붙들고 눈물쏟은 박부자 할머니李대통령 "어려우면 연락줘요" 20년 쓰던 목도리 매 줘 정시행 기자 polygon@chosun.com 서울 가락 농수산물 시장에서 시래기를 파는 박부자(73) 할머니는 4일 이명박 대통령을...
노건평씨 수감… 법원 "배임수재 의심할 상당한 이유 있다" 최재혁 기자 jhchoi@chosun.com  손진석 기자 aura@chosun.com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66)씨가 지난 2006년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개입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수재)로 4일...
예비 초등생 부모가 준비할 것들 불필요한 사교육은 과감히 잘라낼 것 입학 전, 마음껏 오려붙이고 그리도록 자녀를 처음으로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의 마음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학교생활에 적응해 친구들과 잘 어울릴지, 수업은 잘 따라갈지 등 하나부터...
무의식적 심리 해석해 갈등 해소 도와 치료 아닌 재미있는 놀이로 인식해야 만 6세인 영미(가명)는 요즘 엄마와 선 긋기·비눗방울 놀이를 자주 한다. "놀이를 통해 영미의 불안감을 없애고 사회성을 기르고 있다"는 게 영미 엄마의 말이다. 최근 자녀의 감정조절,...
암기 예행 연습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발표할 내용이 확정되면 이를 외운다.  발표 -발표를 할 때는 몸을 꾸부리지 말고 똑바로 서서 말한다. 특히 몸을 자주 비비 꼬거나 조바심을 내는 행동으로 청중의 집중을 딴대로 돌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청중들의 눈을...
김윤식 서울大 명예교수곤충학·어류학도 인류를 위해 공부할 수 있어 식민사관 극복하려 사명감으로 한국문학 연구   ▲ 김윤식 교수는“루카치를 공부하며 소설이 인류사와 더불어 진화한‘근대’의 장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허재성...
비자없이 가는 미국여행 김성윤 기자 gourmet@chosun.com   "니가 가라, 하와이."영화 '친구'에서 동수(장동건)가 '부산 조직폭력계를 떠나 하와이에서 쉬다 오라'는 준석(유오성)에게 내뱉은 말.장동건은 가기 싫었는지 모르겠으나, 하와이는 전 세계 신혼부부들이...
인도의 눈물 2008.12.04 (목)
  아요디아는 인도 북부의 작은 도시다. 힌두교 신화에 따르면 이곳은 진실과 도덕의 화신이면서 신에 필적하는 완벽한 인간 라마왕의 출생지다. 힌두교도들에겐 매우 중요한 성지중 하나. 아요디아의 불행은 그곳에 하필 이슬람 사원이 함께 있다는 데서...
"나의 불찰...죽음으로 사죄" 유서직원들 “검찰 수사 부담 느꼈다” 3일 오전 11시40분께 서울 마포구 현석동 A아파트 앞의 한강변 산책로에서 한전산업개발 발전본부장인 신모(58) 씨가 극약을 마시고 숨져 있는 것을 신 씨의 동생(47)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제 한파로 서민의 고통이 가중되는 가운데 박명수, 유재석, 정준하 등 MBC TV ’무한도전’에 출연 중인 개그맨들이 약속이나 한 듯 훈훈한 선행을 펼치고 있어 화제다. 3일 아름다운재단에 따르면 박명수와 유재석은 최근 수년 동안 매달 일정 금액을 이...
[조선데스크] 좀비 기업과 건설업계의 위기 차학봉·산업부 차장대우 hbcha@chosun.com 도저히 생존할 수 없는 부실업체까지 정부와 금융권이 부도를 막아주고 있는 실정이에요." 최근 만난 A건설업체 사장은 부실기업까지 정부와 은행권이 부도를 막아주는 바람에...
비타민과 철분, 칼슘 등의 영양소가 풍부해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굴은 지금이 딱 제철이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가되고, 생으로 먹어도 익혀서 먹어도 좋아 가족들에게 환영받는 굴요리. 맛있게, 건강하게 먹는 방법을 공개한다. 생으로… for...
  [OSEN=상암, 황민국 기자] '스리백에서 포백 다시 스리백. 정신 없네'. 수원은 3일 밤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1-1 무승부로 끝난 서울과의 삼성 하우젠 K리그 2008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경기 내내 변화무쌍한 수비 전술로 상대팀과 축구팬들의 눈을...
노건평씨 세종증권 비리관련 혐의 내용은… 검찰, 노건평·정대근씨 만난 호텔영수증 확보 알선수재죄 인정되면 최고 징역 5년형 처벌 류정 기자 well@chosun.com  김경화 기자 peace@chosun.com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과정에 개입해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난 노무현 전...
“경제위기 대처 위한 대안”
BC 노동조합(The B.C. Federation of Lavour)과 캐나다 노동 의회(CLC)가 야 3당의 정치적 연합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12월4일 오후 6시부터 이번 사안과 관련된 정치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장소는 밴쿠버 컨벤션 센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BC 노조 짐...
ESL교사 “한인 일부, 영어 실력보다 점수를 더 중시하는 경향있다”다양한 표현 익혀야 유창한 영어 완성… 오디오북 학습에 도움     사진제공= 인디고-CNW   캐나다와 한국에서 12년간 활동 경력을 가진 ESL교사 자넷 로이츠(Roitz)씨에 따르면 영어를...
영어 열등감 2008.12.03 (수)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언어 습득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어릴 때는 모국어 말고도 몇 개의 언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있어, 7세 이전의 아이들은 발음과 언어인식구조에서 모국어를 배우듯 자연스럽게 언어와 문법...
가르치다 보니… 한 푼 없구나 노후준비 최대 敵은 자녀교육비본지·피델리티·현대경제硏 '은퇴준비 인식조사'"계획조차 못한다" 32.1%노부모 부양 의식은 점점 줄어현 40~50대 노후 대비 가장 취약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노모(42)씨의 전 재산은 서울 강남의...
 1341  1342  1343  1344  1345  1346  1347  1348  1349  1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