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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인의 지갑을 열어라”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0-06 00:00

예비 창업자들이 꼭 챙겨야 하는 돈 버는 노하우

대부분의 이민자들에게 정착의 최종 단계는 바로 ‘밥벌이’를 찾는 것이다. 부푼 꿈을 안고 이민을 결행했지만 정작 먹고 살 거리를 찾지 못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서의 삶도 저절로 윤택해질 수는 없다.

밥벌이를 위한 선택은 취업 아니면 창업 이렇게 둘로 간단하게 분류되지만, 이민자가 낯선 땅에서 경제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두텁지 못한 인간관계와 정보력 부재 게다가 언어 장벽까지, 풀어야 할 문제가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특히 창업은 자본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취업보다 훨씬 더 부담스런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창업 현장에서는 신중함이나 철저한 준비보다는 무턱대고 ‘가게 계약’부터 서두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서 오는 불안감 때문에, 혹은 시간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창업 전선에 합류했다고 고백한다.

창업 컨설턴트의 시각으로 봤을 때, 자본력만으로 시작한 비즈니스에서 성공 가능성을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낯선 땅에서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선 캐나다 법과 문화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비즈니스 구매 노하우, 리스나 세금 관련 법규 등의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캐나다인이 선호하는 것, 혹은 이들이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 등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석세스 비즈니스 센터 조태수 한인 담당 컨설턴트는 “비즈니스의 성공 뒤엔 특별한 이유가 숨겨져 있다”고 말한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조목조목 따져보자.

 

성공하는 가게, 이 점이 다르다

<복잡한 비즈니스 창업 절차를 즐긴다>

캐나다의 비즈니스 창업 절차는, 물론 업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국에 비해 복잡하게 느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끈 사람들은 이런 절차상의 복잡함을 즐겼다. 비즈니스 창업 시 밟아야 하는 단계를 꼼꼼하게 챙겼다는 뜻이다.

비즈니스를 창업할 때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회사 형태(프랜차이즈로 할 것인지 자체 브랜드로 할 것인지 등), 자본금 확보, 비즈니스 매물 거래 시 흥정 방법, 비즈니스 면허와 관련 법률 습득, 마케팅과 프로모션 전략 수립, 직원 채용, 각종 세금 신고에 관한 지식 습득 등이다.

이 중 한 가지만 소홀히 해도, 비즈니스는 시작부터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일선 창업 전문가들은 “비즈니스 매물 탐색과 세금 관련 규정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 리얼터나 세무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특히 매수자의 경우 부동산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캐나다 사람들의 보수적 성향을 이해하라>

한국인과 캐나다인의 성향은 서로 다르다. 이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한국에서는 이제 막 창업한 가게에 대해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다. 만약 창업한 가게가 식당이라면 “저 집 음식 맛은 어떤지, 서비스는 어떤지, 주인은 어떤 사람인지” 등등이 사람들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하지만 캐나다는 아니다. 캐나다 사람은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한국 사람보다 덜하다. 자신이 ‘좋아하던 것’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새로운 가게 생겼다고 해서 그곳으로 쉽게 발걸음을 돌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캐나다 사람들에겐 자신이 즐겨가는 식당이나 카페, 심지어는 과일가게가 더욱 소중하다. 그만큼 ‘보수적’이다.

창업 전문가들은 “가게 오픈 후 최소 6개월 동안은 고전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캐나다인이 새로운 가게에 반응하는 시간이 대략 6개월 정도 걸린다는 뜻이다.

보수적이긴 하지만 캐나다인은 한국 사람에 비해 서비스에 대해 까다롭게 요구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서비스만 제공하면 그들은 만족해 한다. 조태수 컨설턴트를 비롯한 창업 전문가들은 “서비스의 기대수준이 낮기 때문에 ‘고객 감동’을 주기도 쉽다”고 말한다.

 

<고객 이름만 외워도 성공한다>

스몰 비즈니스 업계에선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를 팔라”는 ‘명언’이 존재한다. 이 말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그 목적은 “고객과의 친밀도를 통해 ‘고객 충성도’를 끌어내자”는 것으로 귀결된다.

어떻게 하면 충성도 높은 고객, 쉽게 얘기하면 단골손님을 확보할 수 있을까? 가장 손쉬운 실행 파일은 손님의 이름을 일일이 외우는 것이다. 창업 3년 차인 A씨는 이 방법을 통해 적자를 기록하던 커피 가게의 재정 상태를 180도 바꿔 놓았다. A씨의 경험담을 들어 보자.

“손님이 올 때마다, 손님이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그 손님의 인상착의는 어떤지 등등을 노트에 메모해 놓곤 했습니다. 이렇게 손님의 외모와 기호를 파악하다 보니 쉽게 말을 붙일 수 있는 거리가 생기더군요. 여하튼 손님에 대해 기록해 둔 그 노트가 저희 가게의 전재산이나 다름 없지요.”

손님들에게 “넌 카페 모카 좋아하는 걸로 아는데 오늘은 라떼를 시키네” “어제는 검은색 모자를 썼는데, 오늘은 안 썼네” “아, 너 안경테 바꿨구나” 등등 다양한 얘기 거리가 생길 수 있다. 이 정도 친밀해지면 당연히 이름도 물어볼 수 있게 된다.

“이름을 불러주면 그때부터 서로 친구가 되는 거죠. 소위 말하는 고객 충성도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 ‘친구’가 자신의 친구들을 저희 가게에 데리고 옵니다. 손님이 점점 늘고, 장사하는 맛이 나죠.”

어떤 이들은 영어가 완벽해야 고객의 이름을 외우고, 고객과 친밀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A씨가 보기엔 영어가 전부는 아니다.

“이민자의 영어가 완벽하지 않다는 건 이곳 사람이면 누구나 이해하는 사실입니다. 완벽한 영어보다는 주인으로서 손님을 맞이하는 태도가 중요하겠지요. 하이,라고 인사하는 게 어려운 건 아니잖아요. 환하게 웃으며 ‘땡큐’라고 말하는 게 그리 어려운 가요?”

화이트락에 위치한 한 과일가게도 ‘고객과의 친밀한 관계 유지’로 유명하다. 이 가게 주인은 계산대에서 손님을 맞이할 때마다 그들의 안부를 하나하나 묻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손님들이 과일을 잘 골랐는지 꼼꼼하게 체크해 준다. 만약 맛이 좀 덜할 것 같은 과일을 골랐다고 생각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다른 과일로 골라준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서비스에 대한 기대수준이 비교적 낮은 캐나다 사람들은 이런 주인에게 감동할 수밖에 없다.

 

<직원 관리보다 중요한 건 주인의 태도>

직원의 효율적 관리는 어느 조직에서나 늘 중요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특히 커피숍, 식당, 식료품점, 꽃가게 등과 같은 스몰 비즈니스 업계에선 효율적 직원 관리가 더욱 절실해진다. 손님을 일대 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태수 컨설턴트는 “고객 충성도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직원 만족도”라고 말한다. 직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소위 말하는 ‘펀 매니즈먼트’(Fun management)다. 직원들이 일터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펀 매니즈먼트의 기본 목표다.

조태수씨는 “일터를 즐거운 놀이터로 만들기 위해, 주인은 직원들의 요구 사항 등에 항상 귀를 열어 두어야 하며, 솔선수범해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모든 일을 직원들에게 맡기고 뒤로 물러나 있으면 곤란하죠. 손님들이 가장 붐비는 시간대엔 주인이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이는 직원 관리에도 도움을 주지만, 단골손님들에 대한 하나의 예의일 수도 있어요.”

계속해서 반복되는 얘기지만, 캐나다 사람들은 서비스에 대해 갖는 기대 수준이 비교적 높지 않다. 이를테면, 좀 달라진 음식 맛이나 직원들의 쌀쌀한 태도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다음에는 괜찮아지겠지”하고 이해하고 넘기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주인의 서비스나 태도가 잘못되면 캐나다인은 자신의 ‘보수적 태도’를 바꾼다”는 게 조태수씨의 의견이다.

“직원이 불친절하면 캐나다 사람들은 ‘직원이니까 그럴 수 있지’하고 넘어가는 편이에요. 하지만 주인의 불친절한 태도는 용납하지 못하지요. 때문에 스몰 비즈니스에선 주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시간대별로 어떤 손님들이 오는지 파악해서 주인 역할이 필요한 시간에는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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