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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자연을 사랑하는 코스타리카(Costa Rica)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6-26 00:00

꿈같은 파나마운하 크루즈 (3) 허억(밴쿠버 문인협회 회원)

로아탄을 4월 22일 오후 5시에 떠난 우리는 밤새 항해를 하였다. 다음 날인 4월 23일은 하루 종일 항해하는 날이기 때문에 실컷 자고 8시 30분에 모여서 아침을 먹었다. 여행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내실(inside room)을 예약한 우리는 자는 시간 이외에는 시원하게 밖을 내다볼 수 있는 다른 곳에서 보냈다. 어제 저녁 우연하게 만난 한진의 조중건 고문도 우리를 찾아와 함께 이야기했다. 그 분은 친화력이 아주 강한 분으로 월남에서 어렵게 사업한 이야기, 사할린에서의 대한항공 격추사건, 항공기를 폭파한 김현희 등에 대하여 흥미롭고 진지하게 경험담을 해 주었다.

승선한지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나의 배가 임신한 여인같이 자꾸만 불러온다. 배를 만져보니 그 촉감이 너무 두껍고 탱탱하다. 나나 남이나, 황인이나 백인이나, 좋은 음식을 보고 식탐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보였다. 집에서 절제하던 사람들이 뷔페식당에 온 것처럼 마구 먹어댄다. 점점 불러 가는 배를 주체할 수가 없으니 이제 음식을 조금 덜 먹고 운동을 더 열심히 하기로 작심을 했다.

오전에는 6층 트랙에 가서 새파란 물결을 보며 열심히 걸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조금 더 운동을 하기 위하여 오후에는 춤을 가르치는 곳으로 갔다. 오늘은 살사(salsa)를 가르치는데 백인들도 많이 모였다. 늙은이 다리가 돼서 마음대로 움직여지지는 않았지만 많이 웃고 많이 뛰었다. 중국사람들은 춤을 잘 춘다. 남자가 없으면 여자끼리도 추는데 날아갈 듯이 가볍게 춘다. 가는 곳마다 춤추는 곳에는 중국사람들이 판을 치니 백인들도 자리를 피하는 듯 별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들같이 겨우 흉내만 내는 사람들은 구경이나 하다가 아예 다리가 굳어져서 조용히 자리를 뜰 수밖에 없다.

또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하여 생전 처음으로 빙고(bingo)를 해보았다. 36달러짜리를 사라고 종용했지만 제일 작은 25달러짜리를 샀는데 반시간도 안되어 훌쩍 날아가 버렸다. 하는 법을 알았으니 이제는 다시 손대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그 곳에서 나왔다. 크루즈 측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승객의 호주머니를 가볍게 만들어 주려고 애쓰는 듯 돈내기 게임도 많고 술 팔러 다니는 승무원도 가는 곳마다 따라다닌다.

오늘 저녁시간의 극장 프로그램은 코미디 쇼다. 영어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들은 코미디를 좋아하지만 우리들에게는 별로 좋은 프로가 아니다. 알아듣지 못하는 말도 있고, 설사 알아듣는다 할지라도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들은 공감대가 쉽게 이루어져서 모두 11층 갑판에 올라가 밤하늘을 바라보며 늦게까지 이야기 꽃을 피웠다.

4월 24일, 코스타리카에 상륙하는 날이다. 우리가 상륙하는 푸에르토 리몬(Puerto Limon)은 항구 레몬(Lemon)이라는 뜻으로 1502년 콜럼버스가 상륙한 곳인데 오랫동안 바나나 수출항으로 이용되어 오다가 지금은 유람선 기착지로 쓰여지는 이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항구이다. 콜럼버스는 이 나라에 귀금속이 많이 매장되어 있으리라고 믿어서 코스타 리카(Costa Rica), 영어로 풀이하면 ‘Cost Rich’라고 이름 지었다. 자연을 지극히 사랑하고 그 자연을 외국사람들에게 보여주어서 많은 수입을 올리는 유명한 나라이다. 우리 배는 이미 부두에 정박해 있는데 같은 회사의 유람선인 Norwegian Dream이 기는 듯이 천천히 들어와 옆에다 살짝 댄다.

모두 배에서 내렸다. 오늘도 우리는 1인당 59달러짜리 관광상품을 16달러에 흥정해서 미니버스를 대절했다. 푸에르토 리몬은 인구 20만의 큰 도시로서 항만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데 우리들은 도회지를 피하여 열대림이 우거진 산으로 갔다. 거기서 별도의 요금을 주고 타이어가 어마어마하게 큰 산악용 특수차량에 몸을 실었다. 운전기사는 열대림이 우거진 정글 속의 울툭불툭 험한 길을 덜커덕거리며 운전하면서 무엇인지 열심히 찾다가 수시로 차를 세우고 청개구리, 거미, 개미 등을 조심스럽게 나뭇잎 위에 얹어서 우리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나무 위에 높이 앉아 있는 나무늘보(sloth, 나뭇잎을 먹고 사는 곰의 일종)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알려주기도 한다. 시골 농촌에서 낳아서 이런 것들을 많이 보고자란 나에게는 별로 신기하지도 않은데 무슨 귀중한 보배라도 보여주는 양 정성을 다한다.

어느 마을에서는 마른 풀로 지붕을 한 조그마한 임시용 가게를 길가에 차려놓고 여러 가지 과일을 판다. 고객을 붙들기 위한 방법인지 천장에 매달아 놓은 새끼 바나나를 먹고 싶은 대로 먹으라고 권한다. 우리는 5달러어치 망고를 사서 열 사람이 실컷 먹었다. 나는 늘 코코넛 물이 얼마나 맛이 좋은지 먹어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하나를 1달러에 사서 빨대를 끼어놓고 아내와 함께 실컷 빨아 먹었다. 아주 달콤하리라고 기대했던 것이 그저 들큼하고 밍밍한 액체에 불과해서 많이 실망했다.

바나나 농장으로 갔다. 처음으로 보는 새빨간 색깔의 바나나 꽃이 참으로 예쁘고 이채로웠다. 겉은 노랗고 속은 하얀 바나나에 이렇게도 정열적인 꽃이 피다니 참으로 경이로웠다. 안내원의 말에 의하면 바나나 꽃이 피면 과실이 그 줄기에 여러 개 열리는데 꽃은 아버지와 같고 과실은 딸과 같아서 아버지는 딸이 활발하게 데이트하는 것을 제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꽃을 줄기에서 잘라내야 바나나가 비로소 자라기 시작한다고.

이 나라에는 온두라스와는 달리 뚱뚱한 흑인들이 보이지 않았다. 중미의 모든 국가가 스페인계 백인과 인디언의 혼혈로 태어난 메스티조(mestizo)들로 과반수 이상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데 반해 이 나라는 95% 이상이 백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찾아간 카리브 해안은 메스티조가 훨씬 더 많은 것같이 보였다. 이 나라는 중미국가 중 유일하게 정치적으로 안정된 나라로서 국토의 12%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동식물을 보호하기 때문에 850여종의 등록된 조류, 1400여종의 나무 그리고 원숭이를 비롯한 많은 종류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는데 그 다양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라고 한다. 경제적으로도 중미국가 중 운하 수입이 있는 파나마 다음으로 잘 사는 나라로서 개인당 GDP가 2006년 기준 1만2000달러나 된다. 국토는 한반도의 1/4 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이고 스페인의 식민지였을 때는 중미에서 가장 못살던 나라였지만 1949년 국토방위를 위한 군대를 모두 없애고 그 예산으로 국민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시작하여 지금은 대학까지 무료인 모범적인 나라로도 유명하다. 1987년 이 나라 대통령은 자국의 이러한 평화노력을 중미의 다른 나라에 전파하려는 캠페인을 벌려서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우리를 안내한 여자 가이드는 35세 정도의 메스티조인데 본업이 고등학교 수학선생이다. 백인 남편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며 딸을 하나 낳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자기 몰래 남미로 도망쳤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흑인 남편을 얻어 어렵게 살아간다고 하면서 예쁘게 생긴 자기 딸의 사진을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우리가 방문한 카리브 해안은 야자수가 즐비한 모래사장이 좋다. 그러나 이 나라는 불행하게도 활화산지대에 속하여 있기 때문에 최근에도 화산활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나라로 유명한 코스타리카를 늘 가보고 싶었는데 비록 하루 몇 시간의 관광에 불과했지만 그 희망을 풀은 것이 참으로 기뻤다.

배에서 내릴 때는 관광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해서 정신 없이 나가지만 몇 시간 동안 더위에 시달리고 난 후에 배에 들어오면 마치 자기 집에 돌아온 듯한 평안함이 있다. 우리는 각자 선실에서 샤워를 하고 한숨 낮잠을 잔 후에 함께 모여 저녁 식사를 하고 11층 갑판에 올라가 밤하늘을 바라보며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많이 웃었다.

오늘 밤 그리고 내일 낮과 밤 계속 항해해서 모레 아침 7시에 남미 콜롬비아의 카르타헤나(Cartagena)에 도착하게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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