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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냄새가 은은히 퍼지는 집안, 편안하지 않아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7-12 00:00

심진숙씨(써리)

◇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심진숙씨는 두 자녀를 대학에 입학 시킨 후 카페를 열어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그녀만의 케이크와 빵을 구워 팔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상대를 미소짓게 하는 신비한 힘을 가진 그녀, 내내 행복한 표정으로 구워낸 케이크 내음 처럼 고소한 마음이 사진 속에서도 풍겨나오는 듯 하다.

“와아~ 예뻐라. 너무 행복해!”

오븐에 빵을 넣은 뒤 타이머를 해 두고도 ‘내 눈과 감각만 믿겠다’는 듯 연신 오븐 속을 들여다 보던 심진숙씨. 갈색 빛깔 곱게 익은 빵이 막 발효를 시작해 볼록하게 배를 내미는 게 보이자 탄식 같은 감탄사를 터뜨린다. 그 말투가 어찌나 간절하게 느껴지던지 하마터면 그 유명한 프랑스 요리전문학교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 제과학과를 졸업한 프로페셔널 파티쉐가 아니라, 오늘 처음 케이크 만들기에 성공한 사람으로 착각할 뻔 했다.

온라인 싸이월드에 ‘파티스리(patisserie)-심스(www.cyworld.com/patisserie_shims)’ 요리 사이트를 운영하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집에서 요리강좌를 열고 있는 그녀. 어떻게 보면 평범한 주부들이 꼬깃꼬깃 감춰 둔 자기만의 요리 비법을 공개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만의 레서피’ 지면에 딱 맞아 떨어지는 주인공이 아닐 수도 있다. 프로 중에서도 프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 ‘삼순이’에서 탤런트 김선아가 보여주었던 것처럼 카페를 열어 멋진 ‘파티쉐(party chef)’가 되고 싶은 꿈은 있지만, 아직은 9학년, 12학년인 두 아이를 키우는 일이 더 소중한 보통 엄마다.

“마음이 깨끗하고 높은 이상과 하나님 주시는 비전을 품는 아이가 되도록 인도하시고 항상 온유하며 겸손한 숙녀로 자라나게 해주시고……”

딸 하은이에게 엄마로서 바라는 그녀의 간절한 마음을 담은 기도문은 냉장고와 싱크대, 거실 벽, 공부방…… 집안 곳곳에 붙어 있다. 흔히 영어단어와 숙어 문장이 붙어 있을 법한 화장실 벽과 거울에도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지침이 될만한 성경 구절이 붙어 있다. 엄마의 이런 간절한 기도로 반듯하게 성장한 딸 하은이는 나이보다 훌쩍 큰 키로 엄마를 돕는 게 어른스럽다.

차 한잔을 나누며 결혼전 직업이야기 끝에 “요리는 좋아서 할 뿐 성악을 전공했다”는 얼결에 나온 말을 두고 “빼 달라”고 통사정하던 그녀, 아마도 어떤 일이든 스스로 “잘한다”고 말한다는 건 겸손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는 듯 했다. 대신 요리 이야기라면 밤을 새워도 좋다고 했지만 21세기는 ‘PR’시대. 즉, 자기 자랑도 ‘알릴 건 알리고 피할 건 피해야 한다’는 말일 게다.

저녁 무렵 집안에서 빵 굽는 냄새가 은은하게 퍼질 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진다는 그녀, 결혼 후 요리학교를 다니기 이전부터 머리 속에는 늘 “이 재료는 어떻게 만들면 맛있을까. 이 소스와 저 소스를 섞으면 어떤 맛이 날까.” 맛있는 음식과 재료의 조합으로 이룬 새로운 요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던 덕분에 한식, 양식 모든 요리에 자신 있지만 특히 빵 만드는 일에 가장 즐거움을 느낀다고. 그러나 맛있는 빵도 하루 이틀, 그녀의 실력이 이렇게 일취월장하는 동안 임상실험 대상이 되어야 했던 가족들의 고통은 또 남들과 다른 모양. 빵에 질려버린 그 남편, ‘제발 빵 그만 만들고 감주 좀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단다.

하지만 노하우가 생길 때까지 가족들 중 누군가의 줄기찬 ‘마루타’적 희생을 요하는 것이 이런 기술직(?). 그것은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 참고 인내해야 할 최대 덕목이다. 부산에 사는 김 아무개씨는 서울서 미용학원 다니는 아내를 위해 서울까지 따라와 서툰 아내에게 기꺼이 머리 바치는(?) 살신성인 정신을 발휘, ‘쥐가 풀 뜯어 먹고 남긴 것 같은’ 헤어스타일에 눈썹과 입술에 문신까지 하고도 다시 새마을 열차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며 “내가 아니면 누가 하리요” 신문지 뒤집어 썼다던가. 그에 비하면 맛있는 빵을 질리도록 먹는 일은 행복고문이다.

“요리하면 너무 행복하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모양, 내가 마음 먹은 대로 맛을 내는 빵에 장식을 올려 화장을 해주면 너무 사랑스럽고, 세상에 이보다 더 나에게 충만한 기쁨을 채워주는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싶죠.”

누군가에게는 노동인 그 일이, 또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큰 행복으로 변할 수 있음이 신기하지만, 언젠가 작은 카페를 열어 마음껏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어 대접하는 마음으로 팔고 싶다는 그녀의 꿈이 평범하진 않다. 그래서 또 하나 둘 사 모은 찻잔과 예쁜 접시가 장식장을 빼곡하게 차지하고 있다. 그 그릇들이 아까워서라도 빨리 그 꿈을 이루도록 기도라도 해줘야만 할 것 같은데, 아무리 서둘러도 두 아이 모두 대학에 입학하는 4년 혹은 5년쯤 이후 계획이라니 맛있게 먹어주는 게 최선일 듯 했다.

예쁜 찻잔을 골라 섬세하게 시럽을 바른 딸기 타르트 곁에 맑은 차 한잔을 놓는 그녀의 표정이, 마치 출산 후 처음 아기를 품에 안는 엄마처럼 행복해 보인다.

[딸기 타르트]  

■ 재료   파트 쉬크레(빵) 박력분150g(사진 참조), 버터 혹은 마가린 75g, 슈거 파우더 75g, 달걀노른자 1개, 물 1큰 술, 소금 약간, 바닐라 슈거 약간 / 크램 다망드(아몬드 크림) 아몬드 파우더 150g, 슈거 파우더 50g, 버터 50g, 달걀 1개, 박력분 10g / 시럽 물150g, 설탕 150g, 체리브랜디 혹은 산딸기 술 50g / 기타 재료 산딸기 잼.
(모든 재료는 슈퍼스토어에서 구입한 것 임)

<만드는 법>

① 실온에서 녹인 버터를 주걱으로 자르듯 강력분과 혼합한다.
② 도마 위에 쏟아 손으로 ‘척척’ 뒤집듯 반죽한다.
③ 마른 밀가루를 살짝 뿌린 도마에 올려놓고 3mm 두께로 납작하게 밀어 준다.
④ 타르트(빵 틀) 위에 3의 시트를 올린 다음 밀대를 굴려 여분의 시트를 잘라내고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가장 자리의 반죽과 틀을 집어 반죽을 틀에 단단히 붙인다.
⑤ 파트 쉬크레 바닥을 포크로 ‘콕콕’ 찔러 준 다음 냉장고에 15분 정도 넣어둔다.
⑥ 크램 다망드(아몬드 크림)재료를 모두 혼합해 크림을 만들어 빵 위에 고르게 펼쳐, 오븐 온도 180도에 넣어 타이머를 25분에 맞춰 두고 노릇해 지면 완성.
⑦ 시럽 재료를 모두 혼합, 6의 빵 위에 펴 발라 스며 든 후 딸기 잼을 덧바른다.
⑧ 딸기를 씻어 수분을 제거하고 꼭지를 따 가장자리부터 동그랗게 돌려가며 예쁘게 놓은 후, 딸기 표면에 딸기 잼을 발라 윤기를 더해준 다음 파우더를 뿌려 완성한다.

심진숙 주부의  ‘Cooking Tip’
① 파트 쉬크레(빵) 밀가루의 두께는 3mm로 만드세요.
② 버터는 실온에서 녹여 포마드 상태로 만드세요.
③ 딸기 대신 키위나 제철 과일을 응용해도 됩니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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