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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어린 서바이벌 스테이크, 그래도 맛은 좋아~”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6-27 00:00

손제기씨(코퀴틀람 센터)의 서바이벌 스테이크

그럴 일 없겠지만, 만약, 직장에 근무하는 주부들이 갑자기 혼자 하루를 휴가로 받는다면, 아마 이러지 않을까.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할 텐데…… 머리 속은 온통 해야 할 일들만 떠오르고, 몸은 천근만근 늘어져 쉬지도 못하고 일도 못한 채 태산만 쌓다가 하루가 저물어 버리는 사람도 있겠고, 아침은 꼭 먹는 남편걱정에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 밥상까지 준비하고 좀 게으름 부리려고 누워있다가 집안 눈에 띄는 곳곳의 먼지와 때를 보고 “내 복에 웬……”하면서 후다닥 일어나 평소보다 더 힘겨운 하루를 보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휴대전화는 혹시 급한 전화 올까 봐 끌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일일이 받아서 ‘저 오늘 휴가…’어쩌구 하기도 귀찮을 테고. 이런 날 또 남편들은 모처럼 부인이 집에 있다는 핑계로 ‘맛있는 반찬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잔뜩하고 일찍 온다면, 저녁상까지 차리는 불운(?)에, 오랜만에 며느리가 휴가라니 근사한 밥 한끼 정도는 직접 차려놓고 불러주겠지……. 하는 시어머니 기대까지 겹친다면 이렇게 외치고 싶어질 것.
“아줌마도 쉬고 싶다”, “주부 사표 내고 싶다.”

◇ 결혼 전 유나이티드 항공사에 근무하며 미국 비행학교를 졸업하고 캐나다 경비행교관(Flight Instructor)으로 개인 및 사업용 경비행기 조종사 면허 취득을 위한 교관을 지낸 손제기씨. 현재 다운타운에서‘손&리’이주공사를 운영하며, 코리아싱어즈 단원인 부인 이혜진씨와 세살 짜리 딸 빛나와 함께 코퀴틀람 센터에서 알콩달콩 살고 있다.

 다행히 아들 집 방문할 때도 꼭 전화 걸어서 시간약속하고 가야 하는 이곳에서는, 한국에서처럼 보조 열쇠 하나 챙겨두었다가 김치 통 들고 예고 없이 찾아오는 시댁어른들 맞이해 혼비백산 하지 않아도 되고, 아이들이 전투를 치른 집안 쓰레기를 5초 만에 소파 아래, 침대아래로 쓸어 넣고선 아무일 없는 듯 ‘어서 오세요’ 위선은 떨지 않아도 되지만, 어쨌든 휴가에 집안 일로부터 완전한 해방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멀리 도피휴가를 떠나는 것.

남편의 레서피 9번째 주인공 손제기씨, 그 부인 이혜진씨의 휴가에 왜 기자가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질까. 평소 “남자가 얼마나 깔끔한지 머리카락 하나 떨어져도 일일이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는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라고 할 정도로 깔끔하고 찬찬한 성격으로 소문난 그 부인 이혜진씨가 딸 빛나를 데리고 한국으로 떠난 사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사는가’ 궁금해서 전화를 걸었더니 “마누라 있을 때보다 더 잘 먹고 더 잘 산다”고 큰소리친다.

그럴게다. 결혼한 지 10년 차 가까워지면 누구나 혼자 남겨지는 외로움을 즐기고 싶은 로망이 있다. 어쩌다 남편 출장가면 “혼자 자는 거 무서워……” 어쩌구 온갖 가증을 떨면서도 입에서 절로 ‘꺄~꺄~ 휴가다! ’ 소리가 터져 나오는 기쁨, 밥 안 차려 줘서 좋고, 한 밤중에 친구랑 수다떨기 위해서 이불 뒤집어쓰지 않아도 되고, 그 마음 남편이라고 다를까. 만나고 싶었 던 친구들 리스트 작성해서 다 불러내 즐기다 보면 한 사흘? 인간관계 몹시 좋은 주부라면 일주일 정도 세상에서 부러울 게 없다. 하지만 그 즐거움도 잠시, 첫날 기분 슬슬 사라지고 친구 만나는 것도 시들해 진다. 왠지 허전하고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공허감…… 그래서 사흘도 못가 ‘백년 웬수’될 게 뻔한 남편의 귀가를 두 손 두 팔 들고 환영하게 된다. 하물며 여자도 그럴진대, 이 남자 ‘더 잘 먹고 더 잘 산다’는 앙큼한 발언에 그 부인의 친구와 후배를 대동하고 떼로 급습했다.

But~ 주부의 빈자리가 …… 보이질 않는다. 한번 입은 옷, 입을 옷이 정확히 나누어져 셔츠, 양복, 바지 나란히 작은 방 침대 위에 놓여 있고, 설거지 그릇이 수북이 쌓여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싱크대는 반짝거린다.

손제기씨가 만든 시금치 샐러드(왼쪽)과 서바이벌 스테이크.

 그의 부인 한국가면 두 달 동안 친정에서 편안히 쉬고 오겠다며 벼르던 이유, 그랬다. 너무나 빈틈 없고 완벽한 남편과 사는 주부들의 애환. 아무리 열심히 닦고 쓸고 애써도 늘 모자라고 부족해 보이고, 늘 무언가 빠뜨리고 사는 여자마냥 허둥대게 만드는, 그러면서도 남편의 예리한 레이더 망은 수시로 작은 실수 하나까지 포착해, 그때마다 선생님께 혼나는 아이마냥 주눅들게 만든다. 완벽한 남자일수록 또 이런 아내의 속내를 더욱 이해 못하는 법. 그 마음 누가 알까. ‘나만의 레서피’ 담당 이모 기자는 안다. 어떻게? 동지니까.

그의 부인에게 전화해서 한 6개월쯤 출국을 연기해야 목표한 ‘약 빨’이 받을 것 같다는 보고라도 해야 할 듯, 그런데 가증스럽게 어젯밤 아내에게 전화 걸어 “여보! 제발 살려 도~” 애걸하며, 혼자 서바이벌 요리를 한다느니, 남자 혼자 지내려니 집안 꼴이 엉망이라느니 온갖 감언이설로 아내의 조기 출국을 위해 애썼단다. 하지만 상황 종료. 사태파악 끝났다. 그러나 요리가 뭐 ‘죽거나 죽이거나’하는 음주운전도 아니고 어떻게든 잘 먹고 잘 살고 있을 뿐 아니라 부인의 부재를 은근히 즐기는…… 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이 부부의 평화를 위해.

“빛나 엄마 이혜진씨. 어서 오세요. 한국에서 맛있는 집 찾아 다니지 않아도 귀하의 남편이……”

이재연 기자 jy@vanchosun

<생존 스테이크 구이>

■ 재료 스테이크용 소고기, 우스터(LEA&PERRINS)소스, 다진 마늘, 후추

① 칼 대신 포크로 스테이크 고기를 콕콕 찔러 다진다.
② 우스터(LEA&PERRINS) 소스를 고기 위에 골고루 뿌린 후 고기 사이로 소스가 잘 스며들 수 있도록 톡톡 두드려 준다.
③ 숟가락을 이용해 2의 재료 위에 다진 마늘을 편편하게 펴 올린다.
④ 간장과 마늘이 스며들면 후추를 뿌려 준다.
⑤ 랩을 씌워 냉장고에 넣어 하룻밤 숙성시킨다.
⑥ 오븐이나 팬에 고기를 올려 구워낸다. 한 켠에는 양파와 당근을 놓아 육즙에 함께 익도록 조리한다.

< 시금치 샐러드>

■시금치 샐러드 재료 시금치 200g, 양파 1/2개, 청양고추 혹은 칠리
샐러드 소스 간장 1:식초 1:설탕 0.5:올리브유 0.5

① 기본 소스 재료에 개인의 식성대로 가감해 분량의 소스를 만들고 먼저 양파와 어슷썰기 한 청양고추를 3분 가량 담궈 고추의 매운 맛과 양파즙이 소스와 어우러지도록 한다.
② 시금치를 3등분 정도 잘라놓고 그 위에 소스를 끼얹어 스테이크와 함께 접시에 예쁘게 담아 낸다.

■ Cooking Point

① 칼로 다지듯 포크를 이용해 고기를 섬세하게 찔러 주세요.
② 양념 후 최소한 냉장고에서 하룻밤 숙성시켜야 맛있습니다.
③ 고기를 구울 때 다 익을 즈음 불을 끄고 양파와 당근은 살짝 익혀주세요.
④ 샐러드 소스에 양파를 미리 담궈 양파에 소스가 배어들게 하세요.
⑤ 매운 맛을 싫어하는 사람은 고추의 양을 줄이더라도 반드시 청양고추를 이용해야 시금치의 떫은 맛이 느껴지지 않아 새콤하고 톡 쏘는 맛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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