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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대회’ 보스턴 마라톤을 달리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5-30 00:00

밴쿠버 교민 손창형(51)씨가 지난 4월 21일 열린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 풀코스를 완주했습니다. 작년 8월 26일 제주도에서 개최된 ‘2007 제주 국제 아이언맨 대회(철인3종 경기)’에서 수영 3.8㎞, 사이클 180.2㎞, 마라톤 42.195㎞를 완주하고 ‘철인의 꿈’을 이룬 손씨는 이번 도전을 통해 또 하나의 꿈을 실현했습니다. 손창영씨가 보내온 ‘꿈의 대회, 보스턴 마라톤을 달리다’와 함께 여러분도 ‘42.195km’를 달려보시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 손창형씨가 보스턴 마라톤 결승점을 통과한 후 손을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마라토너들의 가장 절정의 순간은 피니시(Finish) 지점에서다. 가슴 벅찬 골인 순간의 맛을 잊을 수 없어 달리고 또 달리게 된다. 보스턴 대회는 그 맛의 결정체가 가장 화려한 대회 중 하나라 생각한다. 112년의 전설과 같은 역사와 잘 짜여진 대회 운영, 42.195km에 도열한 60만 명의 열광적인 응원부대의 위력이 이 대회의 명성을 더욱 위대하게 만드는 것인 줄도 모른다.

이 대회를 참가한다는 것은 개인의 꿈이요, 영광이다. 달림이라면 꼭 뛰고 싶은 대회, 참석한 사람은 영원한 자랑거리로 남는 대회인 이 보스턴 대회 참가를 위해 1년을 준비했다. 작년 5월 밴쿠버 마라톤 대회에서 이 대회 참가자격 요건을 갖추어 대회 신청을 했고 참가 자격 확인증은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었다. 마치 합격증을 받은 것과 같이 기뻤고 그때부터 이 대회를 꼭 멋지게 치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보스턴 대회의 결승 지점은 다운타운 Boylston St.이다. 그러나 출발은 42.195km 떨어진 홉킨턴(Hopkinton)시에서 한다. 대회 참가자 2만 여명을 보스턴에서 대회 출발지까지 셔틀버스로 수송을 하는 것으로 이 대회는 시작이 된다고 할 만큼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수백 대의 수송 차량 행렬은 어떤 군대에서도 쉽게 펼칠 수 없는 대작전이라 할 수 있겠고 그 작전 수행에 모든 양보를 아끼지 않는 보스턴 시민의 협조는 이 대회 112년의 역사와 함께 성숙된 시민 의식이 세계 최고의 대회로 만들어 놓은 저력이 아닐 수 없었다.

대회 출발 장소는 인산인해다. 2만 여명이 출발하기에는 매우 협소한 도로다. 1897년 참가자 18명으로 시작한 대회코스가 2만 명이 훨씬 넘는 인원이 달리기에는 한번쯤 코스 변경을 생각해봄직도 했을 텐데 오히려 이러한 코스가 참가자들을 더욱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은 얼마 달리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출발 신호와 함께 인파의 군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기록 순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달리면서 방해를 받지는 않았지만 마치 서로 팔짱을 낀 채 달리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스텝 한번 길게 뻗으면 대형사고가 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세계 각지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참가한 달림이들 못지않게 연도에 시민들의 응원의 함성 또한 마라토너들 못지않은 열광의 터널로 42.195km를 장식하고 있다. 각양각색의 문구로 다양한 음색으로 맥주를 마시며 연인이 데이트를 하며 온 가족이 파티를 여는 것 같이 누가 주인공이고 손님인지 모를 정도로 모두가 함께 이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많은 대회를 뛰어 보았지만 시작부터 마지막 골인 점까지 한번도 인파가 끊겨 본 적이 없고 함성이 멈춰지지 않은 대회는 이 보스턴 대회뿐이었다. 그래서 많은 참가자들은 이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기록보단 즐겁고, 가볍게 뛰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코스도 여느 대회보다도 까다로운 코스이다. 며칠 계속된 감기로 컨디션이 최악이었지만 보기 드물게 좋은 날씨와 대회 분위기로 많이 회복되는 기분이었다.

우선 첫 10km를 달려 보고 컨디션을 파악하며 대회 목표기록을 세울 작정으로 무리하지 않게 달렸다. 보스턴 대회는 첫 10km가 가장 중요하다. 긴 내리막이 있어 자칫 오버 페이스 하기가 쉽고 이것으로 인한 후반 긴 오르막에 걸어야 되는 불상사가 올 수 있다는 경험자들의 조언을 깊이 새기며 스스로를 자제하였다. 그러나 대회분위기는 스스로의 속도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흥분의 도가니였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시계를 보는 횟수가 잦아졌다.

10km. 47분대. 이 정도면 일단 3시간 30분 안으로는 들어오겠다는 판단과 몸의 변화를 읽으며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였다. 하프를 1시간 40분으로 통과하면서 목표 수정을 했다. 후반에 좀 피치를 올리면 새로운 기록도 달성이 되며 20분대 벽도 깰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것은 욕심에 불과 하다는 것을 몇 Km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20km 지점에 웨슬리 여자대학(Wellesley Women College)을 통과한다. 클린턴 대통령 부인이 졸업한 대학으로 유명하지만 보스턴 대회에서 이 구간의 명성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전 여학생이 다 나와 주자들에게 이색적인 응원을 하는데 키스(Kiss), 허그(Hug)를 해달라며 주자들을 유혹한다. 학생들끼리는 몇 사람과 키스를 하고 허그를 했는지 내기도 할 정도이다. 결국 같이 뛰는 한 명은 예쁜 여학생을 업고 뛰고 말았다. 나는 그럴 여유를 가질 수가 없었다. 이미 목표를 설정해놓은 상태였고, 처음부터 그렇게 뛸 마음은 없었기 때문이다. 보스턴 대회는 25km가 지나면서 가파르고 큰 언덕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그나마 여유를 가지며 뛰었지만 이 구간에서 페이스를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5km 랩(Lap) 타임이 23분대였던 것이 이 구간에서는 25분대로 처진다. 걷는 사람도 띄엄띄엄 보인다. 아무리 천천히 뛰어도 일단 걷게 되면 그 근육이 굳어 더 뛸 수가 없게 된다. 잼발로 뛰더라도 절대 걸어서는 안 된다. 30km 지나면 가파른 긴 언덕이 나온다. 정말 걷고 싶을 정도였지만 그 뒤에 치를 대가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작은 보폭으로 근육을 다스리며 뛴다. 35km 지점에서 왼쪽 무릎 위 대퇴근육에 쥐가 올랐다 풀렸다 한다. 이때 달리면서 근육을 잘 풀지 못하면 바로 오그라들어 더 뛸 수가 없게 된다. 다리를 차면서 근육을 풀기에 안간힘을 다 써본다. 이때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딸아이가 아빠의 결승 모습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떠올리니 힘이 절로 났다. 조금만 참자, 조금만 참자… 멋진 골인 모습으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어떤 포즈로 골인을 할까 생각을 하며 뛰니 다리의 근육이 풀리는 듯하였다.

Hereford St.에서 좌측으로 돌면 Boylston St. 600m 앞에 결승점이 보인다. 대로변엔 온통 축제의 분위기다. 2중 3중 겹겹이 모인 시민들은 아마추어들의 달리는 모습조차 아름다운 모양이다. 그렇게 열광하는 응원 소리에 마치 내가 세계적인 선수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될 정도였다. 아~ 이래서 보스턴 마라톤이구나 유명한 선수가 많이 출전해서가 아니라 이 시민들이 이 대회를 유명하게 만들었으리라.

3시간 27분10초라는 꽤 괜찮은 기록으로 결승을 통과하였다. 1년의 준비는 이렇게 멋지게 장식이 되었고 다음엔 이 대회의 분위기에 흠뻑 취하는 달리기를 해볼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40만명이 이 코스를 달린 발자취들을 음미하며 달리는 의미를 다시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손창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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