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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흉화복은 마음에 달려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1-22 00:00

길흉화복은 마음에 달려있다

益智書(익지서)에 云(운)하되 惡罐(악관)이 若滿(약만)이면 天必誅之(천필주지)니라.

(직역)익지서에 말하길, 나쁜 마음이 가득 차면 하늘이 반드시 죽이느니라.

익지서는 송나라 때 저작된 책이름인데, 말 그대로 '지혜를 더하는 책'이니 잠언집의 일종이다. '악관'의 '관'(罐)은 물을 긷는 데 쓰는 '두레박 관' 자인데 결국 탐욕과 사악함으로 가득 찬 마음을 가진 사람을 빗대어 쓴 당시의 유행어일 것이다.

이렇게 진부한 표현은 고리타분하고 식상하기까지 하다. 전후 사정을 설명함이 없이 결론만 말하는 한문의 퉁명스러움(terseness)이 마치 무슨 '화두'(話頭)같지 아니한가. 화두는 풀어내야 할 그 무엇이다. 인간의 길흉화복은 어쩔 수 없는 운명같이 보이지만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 않을까. 타고난 팔자(命)는 좋지만 마음이 나쁘면 복이 화로 변할 공산이 크다. 역으로 팔자는 나쁘더라도 좋은 마음을 먹으면 화가 복으로 전환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부처가 말한 '세상만사 모두 마음먹기 따라 달라진다'(一切惟心造)라는 불가의 명제는 바로 이를 꼬집어 말한 것이다. 결국 마음이 문제인 것이다.

사서삼경이라고 할 때 그 삼경의 하나인 서경에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전한 소위 우정(虞廷)의 전심결(傳心訣)에도 "사람의 마음은 위태하기만 하고 도를 향하는 마음은 미약하기만 하다. 오로지 마음을 하나로 가다듬어 진심으로 그 중심을 잡아라"(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는 말이 있다. '인심'(人心)이란 현실 사물에 접하여 일어나는 옥심이요 감정이지만, 도심(道心)이란 인간이 원래 가지고 태어난 본래의 마음 즉 '양심'이다. 인심이란 어떤 의미에서 프로이드가 말한 현의식(顯意識)이며 도심은 잠의식(潛意識)에 비견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선량하지 못하고 못된 짓만 일삼아도 오히려 출세하고 잘사는 사람들이 많다. 이것은 곧 단순한 윤리적 잣대로만 형량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주자는 인간의 내면 밑바닥에 숨어 있는 도리를 깨닫는 것을 '도심'이라고 하고 인간의 현실적인 욕심에서 일어나는 마음을 '인심'이라고 정의하였다. 주자는 사람에게 내재한 도심이란 것이 "비어 있고 신성하며 어둡지 않다"라는 의미인 허령불매(虛靈不昧)의 네 글자로 압축하고 있다. 그리고 동양의 천 지 인이라는 삼재 사상의 귀결은 하늘과 사람의 일치라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이다. 이것은 곧 하늘과 땅, 그 사이의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사물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요, 하나라는 말이다. 그래서 인간을 소우주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존엄한 것이 인간이며 따라서 '허령불매'해야 할 존재일진데 인간이라는 껍질의 두레박 속에 사악하고 강퍅한 마음이 가득 찬다면 그는 이미 사람이기를 거부한 것이다. 그는 지구촌에 살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하늘이 반드시 그를 멸망시키고야 만다는 말이 나온 것이지 않을까. 예수도 "하늘에 보화를 쌓아두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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