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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되어주는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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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7-12-17 00:00

이웃을 돕는 사람들(2) 토기장이집 데보라 정 목사

밴쿠버 이스트 헤이스팅스에서
마약·알코올 중독자들의 가족으로 

이스트 헤이스팅스에서 ‘토기장이집’을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데보라 정 목사는 ‘예수님이 밴쿠버에 오신다면 가장 처음 오실 곳. 싫어도 이곳에 있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밴쿠버 거리 이름 앞에 붙는 '이스트'와 '웨스트' 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 바로 헤이스팅스(Hastings St.) 거리다. 밴쿠버 이스트엔드 초입과 맞닿은 이스트 헤이스팅스 21번지에는 밴쿠버에서 가장 가난한 곳에서 사람들을 돕고 있는 토기장이집(Potter's Place Mission)이 있다.

이 곳을 처음 찾아가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기가 쉬울 것이다. 간판이나 번지수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오후 2시30분경,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 사람들이 토기장이집 앞에서 무엇인가 물건을 사고팔고 있다. 거리에서 나는 냄새는 솔직히 다시 접하고 싶지 않은 냄새다. 이 곳에서 단 몇 백 미터만 가도 하루에 수억달러의 거래가 이뤄지는 초고층 마천루들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가난한 사람들이 격리된 밴쿠버의 게토와 같은 이곳에서 데보라 정 목사는 10년간 활동했다. 아침, 저녁식사와 예배, 그리고 상담을 제공하며 지낸 지난 10년 동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보통 사람들은 걸어서 왕래를 잘 하지 않는 곳이다. 이 곳에서 처음 이 사람들을 도울 때 두려움은 없었나?

"처음에는 두려웠다. 정상적인 사람들로는 안 보이고... 그러나 이 사람들 내면을 보면 험한 사람들이 아니다. 상처받고 외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불쌍한 사람들이다. 무서운 사람들이 아니다. 오늘 아침에도 한 여자애에게 실컷 욕을 먹었다. 그러나 그 아이도 어디선가 어려운 일을 겪고 나면 우리 집에 와서 서러운 것을 털어놓고 울 것이다. 알고 보면 속이 참 약한 사람들이다. "

정 목사는 1997년 9월 토기장이집을 열기 전에는 이스트 헤이스팅스 거리에서 활동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수가 밴쿠버에 온다면 어디에 오겠는가. 창녀와 죄인들의 친구가 되어준 그가 어디로 오겠는가?'를 자문했고 '그 분이 오실 것이라면 가장 처음 오실 곳. 싫어도 이곳에 있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토기장이집은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하루 두 끼 식사를 약 150명에게 예배 후 제공한다. 처음에는 2년간 예배를 보면서 음식을 나눠주었는데, 동시에 하니까 사람들이 몰려서 통제가 안되고 먹을 것을 두고 싸움을 벌이기도 해서 지금은 예배 후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노동력을 갖추기 위해 기술교육도 시도해 봤지만 마음이 망가진 상태에서의 취업기술 교육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해 중단했다. 대신 상담과 바이블칼리지를 통한 마음의 치유를 중시하고 있다. 먹을 것이 없는 50가정에 식료품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다."

정 목사에 따르면 주위에 어려운 사람들은 무려 2만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1인 객실(SRO)로 통칭되는 호텔에서 장기 투숙한다. 월 580달러 가량 월페어를 받아 450달러를 방세로 치르고 나면 이들의 한달 생활비로는 겨우 130달러가 남는다. 구호가 없으면 노숙자가 될 이런 '코어 니드(core need)' 상황에 처한 밴쿠버 거주자는 2만500가구, 4만 명. 이 중 절반이 헤이스팅스가 동쪽에 살고 있는 셈이다. 아예 잘 곳도 없는 노숙자는 1300명 가량으로 정 목사는 '하루 중 도울 수 있는 사람 수 150명은 너무나 적은 숫자'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일을 통해 삶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진홍 목사의 두레공동체처럼 함께 일을 해보자 해서 일자리를 찾았다. 청소회사에 문의하니 일자리는 줄 수 있는데 일터에서 무엇이 없어지면 안되니까 이 점에 대해 보험을 들라고 한다. 건축회사에 문의하니까 제일 첫 번째 질문이 공구나 자재가 없어지면 누가 책임지겠느냐는 것이었다. 일을 하려니 신뢰와 관용의 벽에 부딪치게 된다. 전과 몇 범에 마약중독경력이 있는 사람이 창문 고치는 기술이 있다고 해도 과연 이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집을 비울 수 있겠나? 그리고 여기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정신적 장애나 정서장애가 있다. 보통 사람들이 해소할 수 있는 스트레스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한국식으로 생각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은 악으로라도 일을 하는 문화가 있지만, 캐나다와는 확실한 문화차이가 있다."

-이곳 사람들의 어려움이 어디서 시작된다고 보는가?

"가정이다. 이곳 사람들의 80%는 원주민이다. 이들의 문제는 가정 내 알코올과 마약 중독, 성폭행에서 시작된다. 상담을 하다 보면 솔직히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어떻게 자기 자식에게 한 인간으로서 그럴 수 있을까’ 싶은 일들을 듣게 된다. 캐나다의 숨겨진 성적인 문제들은 충격적이다. 이렇게 파괴된 가정의 아이들은 자아를 상실하고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술과 마약을 찾는다. 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것은 기술이나 돈의 문제가 아니다. 정신과 영이 치유되어 한 사람, 한 인간으로 자아를 회복해야 한다."

-이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없는가?
"자원봉사자의 관심과 활동이 10년간 운영에 숨은 원동력이 되어 왔다. 아침식사도 한인 자원봉사자 네 분이 없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다만 재정적인 도움이 좀 더 필요하다. 한 한인교회가 꾸준히 지원해 주시고 있지만, 조금 부족한 상태다. 건물유지나 차량 보험료 등의 예산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연말에 몰리는 관심도 감사하지만 연중 내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아무튼 자원봉사자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못 드렸는데 지면을 통해서라도 감사하는 마음은 꼭 좀 전달해달라."

정 목사에 따르면 토기장이집을 찾는 사람들은 한국인을 존중한다. "안녕하세요. 하나님이 축복하세요(God bless you)" 정도는 우리말로 배워서 다니며 한국 사람을 보면 이 말을 쓴다고 한다. 최근 토기장이집은 성경공부 외에도 원주민 예술모임을 조직해 미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성탄절에는 밴쿠버에서 유일하게 토기장이집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문을 열 예정이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는 정 목사에게 헤이스팅스 사람들은 가족이었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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