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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퀼트보다 깊은 아름다움에 반했습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1-08 00:00

‘봉숭아 학당’ 조각보 모임

◇ 회원들은 매주 서로 솜씨를 견주어보고, 잘 한 사람이 노하우를 전수하며 바느질에 푹 빠져있다. 바느질에 몰두하다가 자기 생각에 빠져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고 해서 모임 이름을‘봉숭아 학당’으로 정한 이들은, 실제로는 요리와 살림에‘똑’소리나는  재주‘꾼’들. 유학생 아이들과 이곳에 거주하는 회원들은 매주 완성된 작품을 화상카메라로 한국의 남편에게 보여주면‘아주 좋아한다’고 자랑했다.

지금처럼 재봉틀이 없던 옛날 우리 할머니 어머니가 시집갈 때 신주단지처럼 소중하게 품고 가던 특별한 혼수품이 있었다. 쌀겨를 담은 요강단지와 또 하나는 골무와 함께 나무 막대기에 감아 만든 실타래에 용도에 따라 굵기가 다른 바늘을 꽂아 얌전히 담은 바느질 그릇이다.

천 조각 하나도 귀했던 시절, 손으로 한 뜸 한 뜸 떠서 어른들의 한복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으로 아이들 옷을 지어 입혔다. 옷으로도 만들 수 없는 작은 천은 다시 색색으로 조각조각 이어 붙여 밥상보니 옷걸이 덮개 같은 것들을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조상들의 가난이 빚어 낸 부산물이 이 조각바느질. 그때처럼 천이 귀한 시절도 아니고 재봉틀이 없어도 집 앞만 나서면 세탁소에서 돈만 내면 척척 해주는 요즘, 바느질은 진부한 취미라고 할 수도 있다. 더구나 예전처럼 남은 천 조각들이 아니라 아무런 흠 없는 성한 천을 억지로 잘라서 만든다는 게 낭비적이라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있을 것.

그러나 남은 천 조각을 활용한 것이 아니기에 더욱 돋보이는 아름다운 색과 바느질을 예술로 승화시킨 조각보 공예는, 가난이 만든 우리 여인들의 전통공예라는 점에서 가슴 저미는 아름다움마저 깃들어 있다.

모시나 비단, 무명 천에 황토물과 창포, 포도씨앗, 귤 껍질, 양파껍질 등 갖가지 천연재료로 물을 들여, 화학염료들이 감히 근접하지 못하는 은은한 색상의 천으로 씨실과 날실을 한 올 한 올 손으로 떠서 만든 조각보의 섬세한 바느질은 품위가 느껴진다.

밴쿠버에서 이 규방공예 조각보를 배우고 있는 사람들은 ‘봉숭아 학당’ 조각보 모임 회원들. 한국의 대학교와 문화센터에서 천연염색과 규방공예 강의를 하던 김효주씨가 아보츠포드 지역의 주부들에게 무료로 바느질을 가르치면서 시작됐다.

현재 6명의 회원들은 매주 각자의 집을 돌아가며 작업을 하고, 새로운 작품과 기법을 배운 다음 나머지를 숙제로 완성해 오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규방공예 모임 이름치고 특이한 ‘봉숭아 학당’은, 바느질을 시작하면 서로 무슨 말을 했는지 생각할 틈이 없이 집중해야 하는 회원들이, 갑자기 질문을 던지면 개그프로그램 ‘봉숭아 학당’의 ‘맹구’같다는 데서 생겨났다.

요즘은 멀리 웨스트 밴쿠버에서 아보츠포드까지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회원이 있을 만큼 조각보에 흠뻑 빠져 있는 회원들은, 바느질이 끝나면 각자 싸 온 음식을 내놓고 나눠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돋보기를 쓰고 하루 종일 만들어도 ‘손톱 만큼’ 진도가 나가는 이 조각보를 취미로 배운다면 “배워서 어디에 쓰시게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을 지 모른다. 돈 안되고 돈 쓰는 배울 거리에 열심인 회원들에게 시간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조각보를 직접 보지 않은 사람들은 돈 되는 ‘세컨 잡’ 아이템도 아니고, 재봉틀로 드르륵 박아서 쓰면 될 걸 취미라고 하기엔 ‘고난’에 가까운 조각보를 왜 하냐고 의아해 하죠. 이건 면, 선, 색의 조합으로 만드는 정말 아름다운 예술입니다. 명상하듯 조용히 작업하다 보면 사람의 심성을 정화시키고, 안정시키는 역할도 하죠.”

회원 홍진숙씨의 말이다. 작은 조각보를 만들며 처음 시작한 회원들은 1년이 지난 지금 아기 타래버선과 배내옷, 파티션을 만들 만큼 수준이 일취월장했다. 선물은 마음이 담긴 것이라야 한다면, 조각보를 선물 받는 그 이상의 선물이 있을까 싶다.
문의 (604) 996-7565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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