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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의 법칙을 깨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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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7-09-13 00:00

探遊芬鎭湖邊  분전호변을 헤집고 다니면서

曳杖勝日覓眞源 하루종일 지팡이에 무릉도원 찾아드니
湖南湖北草木深 호수변의 남쪽북쪽 초목이 무성하네
靑山無語鳥空啼 청산은 말없는데 산새들만 울어외고
幽谷姸花名不辨 깊은산속 예쁜꽃들 이름조차 알수없네
風恬水面碧山倒 바람없는 수면위엔 푸른산이 처박혔고
小雨初晴淑氣新 비오다 날이개니 맑은기운 더 새롭네
棲心湖海心還逸 호수바다 사는마음 오히려 편안하니
一色綠波連白雲 온산의 녹색파도 흰구름에 이어졌네

丁亥陽六月二十一日與權君探遊芬鎭山中有懷梅軒作
정해년 6월 21일 권군과 함께 분전산중을 탐유하던 중 소회가 있어
매헌은 시를 짓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5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50을 넘지 않았던 것이 최근의 발표에 의하면 70세 이상을 웃돈다고  한다. 50~60년대에 환갑잔치를 하면 장수의 벤치마크로 통했는데 요즘 세상에 이런 잔치를 한다면 일단 ‘좀 덜 떨어진 사람’으로 주위의 비웃음을 사게 되어 있고 두보가 읊은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에서 따온 칠순잔치 고희연(古稀宴)도 이젠 희소성이 전혀 없는 평범한 생일에 불과하다. 이러한 세태의 변화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장수를 하고 있으니 인생 60~70은 기본이고 여든, 아흔까지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일터이다. 하지만 인생은 제아무리 의학이 발달하고,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한다해도 ‘길어야 100년’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건강에 아무 이상없이 오래 오래 살다 죽으면 천수(天壽)를 누렸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죽기는 죽되 아무런 고통없이 잠을 자듯 고요히 영면하는 것이 또한 천수를 누리는 필요충분 조건이 아닐까. 사람이 몹쓸 병에 들어 고통속에 죽어간다는 것은 비극이며 나아가서는 천형(天刑)이라 할만하다. 우리네 유한한 인생의 최대 숙제는 이 ‘죽음’이라는 공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것이며, 이 세상 모든 종교의 존재이유(raison d’etre)는 죽음이라는 문제의 해결방식이라해도 가히 틀린 말은 아니다. 역으로 인간이 죽지않고 영원히 산다면 종교가 존재 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싯달타가 호화찬란한 카필라성을 뒤로하고 출가한 것은 바로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얻고자 함이지 않았던가. 또한 기독교에 귀의하면 우리의 육신은 죽을지라도 저 하늘나라에서 영생을 보장받는다는 그 믿음 또한 따지고 보면 인간이 죽음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이라는 정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너무 거창한 주제를 가지고 지면을 허비할 생각은 없다. 필자는 5년전 대장암 3기 일보직전의 ‘천형’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나름대로의 생사관이 있다면 있는 사람이며 죽음이라는 공포를 극복하고 생과 사의 기로를 넘다보니 이 문제를 관조할 수 있는 통찰력을 어느정도 얻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공포를 한발짝 물러나 바라보면 죽음이 곧 삶이라는 명제로 환원되더라는 정신적 사치도 누려 본 사람이며… 주위에서 나와 똑같은 운명에 처하신 분이 이 문제를 거뜬히 해결하시고 어느날 바람처럼 구름처럼 훌쩍 떠나버릴 수 있는 초연함을 옆에서 보았기 때문에 내가 이런 소리를 하는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라! 인간이 태어나 한 번 죽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단지 좀 일찍 가고 늦게 가고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않는가. 자기가 죽기 싫다고, 아니 먼저가기 싫다고 공포에 떨며 바둥거리는 것은 마치 개구쟁이 어린아이가 밖에 나가 놀다가 해가 질 무렵 어머니가 집에서 들어오라고 부르는데 안들어 가겠다고 떼를 쓰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 것인가. 이것이 바로 순명(順命)이며 나아가서는 순천(順天)이 될 수도 있다.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며 우주의 운행 법칙인 하늘을 따르는 것이 곧 우리 동양의 생사관이다. 하늘의 기와 땅의 기가 만나 한 생명이 태어나 살다가 죽으면 하늘적인 것인 혼(魂)은 하늘로 올라가 흩어지고 땅적인 것 백(魄)은 땅으로 돌아가는 과정의 끝없는 순환 반복에 불과할 뿐이라는 유가 및 노장사상 말이다. 막말로  죽는 것이 이왕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오만상을 찌푸리며 가는 것보다 웃으면서 갈 수 있는 그 여유를 가져봄직 아니한가. 내가 위에서 말한 그 분-H 교수는 바로 그런 분이셨다. 자신의 임종날이 두 달 정도 남아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수술하면 완치될 수 있다며 격려하는 그 여유’를 보았기에, 병원을 찾아오는 문병객들에게 캐나다의 의료시스템은 누가 뭐래도 지상 최고의 인술이라며 입이 마르도록 선전할 수 있는 그 금도(襟度)와 배짱에 훈도되었으며, 병상을 지키는 부인에게 아무일 없는 것처럼 대화를 나누며 웃을 수 있는 그 초연함에서 나는 무한한 영감을 얻었기에 나는 암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장담한다.
그리고 그는 내가 대장암 수술을 마치고 병원에서 퇴원하던날 저 세상으로 훌쩍 떠나버렸으니 영원히 잊지못할 인생의 스승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두 달 후 나는 항암제  주입 포탈(portal)을 팔목에 장착한채 첫 산행을 나선 산길에서 시야에 들어온 모든 초목들이 바로 나요, 나는 바로 저 초목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초목이나 인생, 그리고 이세상 모든 만물은 생로병사의 법칙속에 살고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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