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땀 뻘뻘 흘리며 화이트락까지 찾아가는 이유"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8-20 00:00

-일식당 ‘신주쿠’

밴쿠버 근교 아름다운 바닷가에 자리잡은 것 말고는 밴쿠버 시내 흔히 있는 일식당 메뉴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일식당 ‘신주쿠’. 맑고 푸른 바다 빛깔 때문에 실내가 상대적으로 어두워 보이지만 룸만 아니라면 실내에서도 창가에 앉으면 바다가 보인다. 물론 녹색 차양이 햇빛을 가리고 있는 길가 쪽 테라스에 앉으면 가장 좋겠다. 문만 열면 외국인들이  금세 가득 채우는 이 집은 칼질을 하고 있는 한국인 스시맨을 보지 않고는 딱히 한국인이 운영하는 집이란 힌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시원한 맥주 한잔 시켜놓고 ‘끼룩’대는 바닷새들의 울음소리를 벗 삼아 홀로 눈과 마음을 바다에 풍덩 담근 채 앉아 있노라면 메뉴판이 필요 없다. 아무거나 시켜도 입맛은 절로 솟으니까.

■ 맛없는 정보 캐기
“에이~ 일식 집 메뉴 다 그렇지 특별히 맛있는 메뉴가 뭐가 있겠어요!”
어떻게든 ‘있는 것 없는 것’ 다 보여주고 맛 자랑에 열 올리는 주인들과 딴판이다. 이런 주인의 태도는 자신감 넘치는 자부심 혹은 자신감 부족, 둘 중 하나. 그것도 아니라면 지극히 솔직한 성격내지는 겸손이다.
그러나 단순한 솔직함인지 취재거절인지 감이 잡히질 않아 어리버리하게 서 있는 걸 본 주인은, 아예 거절이라는 걸 못 박으려는 듯 한 술 더 뜬다.
“저는 마~ 우리 집 매운탕 맛있다고 하는 손님들 뵈면 참 신기해요. 원래 생선이 매운탕 꺼리가 될만한 것들로 끓여야 양념이 추가되면서 맛이 나는 긴데, 보이소 우럭 말고 한국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매운탕거리 생선은 없는 기라. 아무래도 외국생활이 외로바서 우리 고추장 풀어도 그 맛에 맛있다 카는기라~”
부산사투리가 억세게 쏟아져 나오는 걸로 봐서 이전부터 ‘생선’하고의 인연이 있을 듯 한데, 시종일관, 초지일관 그 자세다. 외국인 손님이 넘쳐나는 곳이니 한국인은 오지 않아도 아쉬울 게 없다? 그렇게 해석할 수 밖에. 이럴 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가슴 속에 잠든 콩알만 한 애국심이 갑자기 애드벌룬만큼 커진다.
그렇다면 더욱 그냥 갈 수 없다. 그 ‘맛 없는 매운탕’ 한번 먹어보자며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맛이 없다면 어떻게 왜 맛이 없을까 확인해보는 것도 미식정보. 어쩌면 우리 민중들에게는 맛있는 집만큼 맛없는 집 정보도 소중하다. 

■ 숨쉬는 생선의 싱싱함
음식에서 신선도는 생명이지만 특히 생선회는 더욱 그렇다. 활어회를 먹기 힘든 밴쿠버에서 ‘신선도’를 간과한다면 실수! 사시미 일수록 신선도를 따져야 하는 법이다. 또 냉장온도에서 일정 시간 잘 숙성시켜 손님 상에 내 놓는 사시미라 할지라도 ‘칼 맛’에서 회맛이 완성된다는 사실. 몇 올 남아 있는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일본 요리사의 칼질이 예사롭지 않다.  
신주쿠에서는 일단 세가지로 압축했다. ‘맛없는 매운탕’, 바이킹 보트, 신주쿠 사시미.
참치의 여러 부위 중에서 최고급만 골라 깔끔하게 자른 횟감에서 35년 일식요리사의 ‘칼’솜씨가 빛난다. 그 곁으로 연어와 하마찌 등살이 은빛으로 반짝거리고 사카이 연어와 스즈끼 빨간 새조개 끝 색깔이 ‘나 싱싱’이라고 튄다. 모서리 한 켠에 얌전히 놓여 있는 문어도 꼭꼭 씹을수록 잡내 없이 달콤하다. 큼직하게 썰어 보기 좋게 데커레이션 해 놓은 회는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롤도 나오기 무섭게 바닥을 드러낸다.
‘일식메뉴 다 같은 맛’? 아니다. 그러나 일식 집에서 생선 회 한가지 메뉴만 맛보면 다 먹어 본거나 진배 없다. 이렇게 되면 ‘스시 메뉴 특별한 맛 뭐 있겠어요?’했던 주인 지범수씨의 말은 ‘잘난 척’이라고 밖에 달리 할말이 없다. 스페셜의 회도 맛은 똑 같다. 대신 양이 푸짐한 것이 다르다.

◇ 사진 속에서도 생선회의 싱싱함이 살아나는 신주쿠사시미와 고소하고 매운 맛이 톡 쏘는 가미가재 롤. 시원한 바닷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만 있어도 입맛이 절로 돈다. 부산 사투리를 억세게 쓰는 사람이 있다면 주인 지범수씨다. 그날 준비한 횟감이 다음날은 커녕 그날 밤까지도 남는 날은 거의 없는 것이 이 집의 최대 자랑이다.

■ 가미가재 롤, 배추로 끓인 우동
일식 집이라고 또 싱싱한 회만 있는 건 아니다. 바닷가에 위치한 이런 곳에서는 회를 먹지 않고도 무언가 맛있는 먹거리를 곁들여 앉아 쉬고 싶을 때도 있다. 해서 찾아 낸 ‘신주쿠 야심작’은 ‘가미가재 롤’ 그리고 우동.
우동은 해물의 하얀 거품이 살짝 떠 있는 게 흠이지만 맛은 기가 막힌다. 큼직하고 싱싱한 새우, 홍합, 파, 오뎅 등을 넣고 끓인 우동을, 수저로 거품을 살짝 거둬냈더니 국물 속에 바다가 들어 있다. 뽀얗게 익은 생선살은 귀한 빨간 돔이다. 여기에 킹크랩 다리도 들어 있다. 씨푸드 맛이 강하고 이름도 ‘씨푸드 우동’이라 해물 맛이라 단정하기 쉽지만, 사실 이 우동의 비밀은 날 배추다. 그래서 시원하면서도 구수하고 먹어도 먹어도 더 먹고 싶은 감칠 맛이 숨어 있다.
가미가재 롤은 매콤, 고소한 것이 특별한 혀맛 경험을 느끼게 한다. 이름이 과격한 특공대 롤이긴 해도 ‘톡’쏘는 매운 맛에 잠시 놀라면 부드럽고 고소한 뒷맛이 아픈 혀를 살살 어루만지며 이내 살갑게 달라붙는다.

■ 시각, 청각, 미각 동시에 느끼려면 테라스
그 밖의 메뉴는 ‘파티 스시 & 사시미’. 3인용인 이 롤 모듬세트는 사시미와 초밥, 롤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세 가지 메뉴의 궁합이 어우러져 4인이 간다면 이 메뉴 하나를 시키고 부족하다 싶을 때 우동 한 그릇이면 충분할 양이다. 
어떻게 점심시간도 저녁시간도 아닌 4시가 되어도 빈자리가 나오질 않고,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 테라스를 넘어 실내 6개의 방들도 어느새 가득 찼다. 뷔페도 아닌 집에서 이렇게 줄을 서야 할만큼 손님들로 넘쳐나는 집. 덕분에 그날 숙성해서 내 놓을 생선이 다음날로 넘어가거나 매운탕으로 둔갑하는 일은 절대 없다. 주인은 이를 또 ‘아름다운 바다 덕’이란다. 얄밉도록 겸손한 아저씨 지범수씨의 정직함처럼 음식에서도 ‘정직’한 맛을 읽을 수 있다.

*영업시간  
    11:30 am ~ 9:30 pm (연중무휴)
*주소   15019 Marine Drive
               White Rock
*문의   604-535-6060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인터넷이용 가상학습은 7일부터 무료
BC주민중 고등학교 과정을 수료하고자 하는 성인들은 무료로 교육 혜택을...
밴쿠버 다운타운에 위치한 캐나다 연방정부소유 빌딩에 중국계 연방하원의원의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고 제이슨 캐니 복합문화부장관이 7일 발표했다. 밴쿠버시 버라드가(Burrard St.) 401번 지에 위치한 연방정부 건물은 더글라스 융(Douglas Jung) 빌딩으로 불리게됐다....
거래량도 늘어
8월 주택시장은 전통적인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쉼표’ 없는 상승행진을...
회전구이가 담백하고 맛있는 집 ‘먹자골’
우리가 날마다 먹고, 끼니 때마다 먹고, 사이사이 또 먹는데도 질리지 않는 음식 재료가 있다면, 쌀 그리고 고기가 아닐까. 질렸다 싶어도 양념에 따라 또 불의 세기나 숯의 재료, 구워내는 방법만 바꿔도 전혀 다른 맛을 내는 고기. 시시각각 천차만별로 변덕을...
주말에 근교 가족나들이 여기 어때? - Tantalus View Chalet
밴쿠버는 어딜 가나 집을 나서면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휴식의 보고(寶庫)다. 아무 준비 없이 돗자리 하나만 들고 가도 누구에게나 자리를 내어주는 숲과 계곡, 강과 바다가 있다. 이렇듯 좋은 환경을 몰아 준 밴쿠버를 즐기지 않고 있다면 억울한 일. 누군가...
The truth about Camp Korea 2007
by Yonah Martin There are some secrets that must be shared. It is the truth about the real cost and the real value of Camp Korea which took place August 29-31, 2007 in Belcarra, BC. On paper, the final budget of Camp Korea 2007 is approximately $22, 000. Other than the $90 camper fee, the generous support of the sponsors - which includes Sharons...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산다는 것은 이루 셀 수 없이 많은 개체 생명체들과 관계를 이루며 살아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도
한인여성 최초 최연소 CPGA 애나 김
◇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집 근처 동네를 달리며 다리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병행하고 있는 애나 김은, 단신의 동양인 선수라는 단점으로 인해 불리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내년쯤 골프학과에 진학해 골프지도자가 될 꿈을 가지고 있다. ◆ 오빠를 따라 간...
9월 8일부터 15일 전후 일제히 개학
9월 개학 시즌을 맞아 밴쿠버 각 한국어 학교들이 2007~2008학년도 신입생 등록 접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세부터 26세 사이의 지역사회 청년 대상
◇ ‘Youth Now’프로그램을 수료한 젊은이들. 리치몬드 시의 ‘Volunteer Richmond Information Services’ 에서는 새로운 미래의 리더 양성을 위해, 지난 2년간 청년들을 위한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열어 왔다. ‘Youth Now’ 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19세부터 26세...
오랜 여름방학을 뒤로 하고 드디어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캠퍼스를 오가는 많은 분주한 발걸음들이 새로운 활력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처음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새내기들의 설레고 떨리는 눈동자에서 다시 새로운 시작임을 느끼게 된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CWF보고서 84년 실업률 14%에서 현재 4% 대
캐나다웨스트재단(CWF)은 올해 BC주 경제가 3.1% 성장하고 내년도에 3.2% 성 장을
어느 교회 장로님들이 새로 부임한 “젊은” 당회장의 집무실을 방문하게 되였다. 장로님들이 자신들의 담임 목사의 온갖 종류의 많은 책들에 감탄하면서 “그래 우리 목사님의 깊이 있는 설교가 이렇게 많은 책에서 나온 것이었구나…” 하면서 서로 말을 하고...
Fraser River 연어낚시(2) - Peg Leg
올해 8월 중순 프레이저 강에서 필자가 잡은 스프링 연어와 함께 포즈를 취한 필자의 둘째 아들. 8월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연어낚시 시즌이 시작되었다. 원래 연어낚시를 즐겨오던 꾼들은 물론이고 지난 4주간 필자가 주최한 연어낚시 교실을 다녀간 꾼들도...
리무진 서비스‘ZNZ’ 황명일 씨
한인 교민으로는 최초로 리무진 서비스 업을 시작한 황명일씨. 창업을 하면서 관련 정보가 없어 가장 어려움을 겪은 그는 그러나 창업
이미경 주부(아보츠포드 거주)
깔끔쟁이 요리사 부산댁 이미경씨를 추천한 사람은 조각보 공예가 김효주씨. 추천인은 ‘요리 잘 하는 주부’라는 한마디 달랑 던져 놓고
‘굴맛이 꿀맛’ 2007.09.04 (화)
굴 요리 전문점 ‘야야스 오이스터 바 (YaYa's Oyster Bar)’
9월, 드디어 끝자리에 ‘R’이 들어간 ‘굴 철’이다. 이 ‘R’자가 들어가지 않은 달은 굴의 유독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예부터 이 시기에는 굴을 먹지 않았다. 그러나 굴 요리 전문점의 굴은 독성이 없는 달에 채취해 철저한 관리와 엄격한 검사를 거쳐 들어오는...
PNE(Pacific National Exhibition) 축제 ②
9월3일 18일간의 축제를 끝내고 막을 내리는 PNE(Pacific National Exhibition)축제.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다 같이 참여 할 수 있는 놀이가 구석구석 숨어 있는 이 행사가 끝나기 전 꼭 한번 가보자. 이번 주말 이곳을 찾아 직접 참여를 해 볼 수 있는 놀이를 중심으로...
연간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치
올 2분기 BC주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봉급이 평균 2.1% 인상돼 연간물가상승률(2.2%)보다 약간 낮은...
매일 운동 의무화, 교내 정크푸드 판매금지
BC주정부가 비만 및 과체중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매일 30분씩의 운동 의무화와 교내 정크푸드 판매금지를...
 1431  1432  1433  1434  1435  1436  1437  1438  1439  1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