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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단 여사!! 상다리 휘어지게 한 상 차려 나와 보소!"-천지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7-13 00:00

중국집 이름에 한정식

2004년 5월 문을 연 ‘천지'. 중국요리로 먼저 알려진 이곳은 요즘 한정식, 그 중에서도 ‘떡 벌어진 한정식’ 한 상 차림에 도전장을 내밀고 30여가지 반찬이 켜켜이 올려진 전라도식 한정식 큰 상차림의 재현을 표방한 ‘황금 정식’으로 외국 한식당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다. 주인 황금단 여사의 오랜 숙원이었던 만큼 상다리가 휘어지게 나오는 상차림 앞에서 입이 ‘딱' 벌어진다. 남자라면 “와우~ 얼마 만인가. 이런 후한 대접!! 장가들고 두 번째네” 장모님 생각에 눈물겨워 할 지도……

◆요건 몰랐지?
골든 쟁반자장, 황금정식, 황금단 명품김치…… 음식이름에도 황금, 김치 이름에도 황금, 온통 황금 천지인 ‘천지’ 식당. 아무래도 중국요리 식당인 만큼 중국인들의 흐름에 맞춘 것이려니 생각하기 쉽지만, 천지 식당의 ‘황금’은 주인 황금단씨의 이름에서 따 온 것.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드는 음식이니 맛도 맛이지만 일단 ‘NO MSG’ 그리고 신선함에 대한 염려는 붙들어 매어도 좋겠다.
상다리, 아니 허리가 휘어지게 차려 내 놓고도 주인은 두 손을 조아리며 ‘차린 거 없지만 많이 드세요’ 하던 우리네 겸손 혹은 접대용 멘트를 이 집에서 기대했다가는 분통터질지도 모르겠다.
“밴쿠버에서 최~~ 高로 차리려고 애쓴 밥상입니다. 맛있게 많이 드세요.”
그래도 ‘차린 거 없지만……’해주는 게 주인의 매너 운운했더니 “어렵고 어렵게 원재료 한국에서 공수해다가 정성껏 최선을 다해 만들어 차린 상인데, 이래도 성에 차지 않는다면 내 능력을 능가하는 것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란다. 주인 황금단 여사, 얄미울 만치 손님 앞에서 당당하다. 그렇게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먼저 스스로에게 떳떳하다는 말일 터.

◆메뉴도 진화한다
그동안 심심찮게 ‘천지’이야기를 들었다. 소문은 탕수육이 맛있다더니 한 달 후엔 골든쟁반자장, 또 다시 한정식으로 변신에 변신을 한다.
맛객 기자는 외국에서 이렇게 줏대 없이 메뉴가 계속 추가되는 집을 만나면 세 가지로 분류하는 버릇이 있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이다.
하나는 정말 손님이 없어서 어떻게든 ‘버텨 보겠다’는 일념으로 이렇게 저렇게 임시변통으로 추가하는 경우, 또 하나는 욕심 많은 주인이 손님 많은 다른 식당들의 메뉴를 볼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 무조건 메뉴에 추가 해놓고 보는 경우, 그리고 마지막은 요리에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그 메뉴의 진수를 자랑하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 이 사람아! 이 음식은 이렇게 하는 거야’ 무언의 항변 같은 추가. 그러나 통계로 보아 대체로 후자보다는 전자일 때가 많았던 게 솔직한 결론이다.

◇ 황씨의 자신감으로 빚어내는 다양한 음식 맛과 색채의 컨셉은 ‘촌티’. 오랜 기간 염원하던 메뉴를 작정하고 시작해서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나날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메뉴는 계절별 약간씩 달라지기도 하지만 35가지는 고수할 예정. 한정식에 밀려 날개 꺾인 골든쟁반자장도 일품. 바스락 달콤한 탕수육과 깐풍기, 골든쟁반자장은 소문대로 ‘골든’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작정하고 시작한 메뉴
중국집을 하면서도 꼭 한정식, 그것도 전라도 한정식에 가까운 상차림으로 손님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해 놓고, 뒤에서 ‘흐흐’ 웃고 싶었던 황금단씨가 벼르고 별러서 시작한 ‘천지’의 황금정식, 이모정식, 고모정식은 후자에 속한다. 
“사람들이 염려하는 마음에 많이 말렸어요. 전라도 스타일의 한정식은 재료 수급도 어렵고 외국에서는 안 된다고…… 망할 때 망하더라도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2004년 가게 문을 열기 이전부터 식당에 경험이 쌓이면 꼭 외국인들에게 한정식은 이런 거다 보여줄 수 있는 상차림으로 우리 음식의 참 맛과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쉰 살에 아직 그런 열정과 오기가 새파랗게 살아있다는 게 놀랍다. 그러나 오기와 성깔만으로 외국 땅에서 전주의 맛을 재현하기가 어디 쉬운가. 많은 한식당 선배들이 못한 건 그들이 이만한 오기와 자긍심이 없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비싼 재료비와 인구비례로 따져 타산이 맞지 않는 현실적인 이유, 그리고 무엇보다 그만큼 외국의 재료로 재현해 내기가 어렵다는 반증일 터. “어디 한 상 차려 나와 보소!” 했더니 신바람 나게 주방으로 들어간 황금심씨는 이후 30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녀의 작고 오종종한 손끝이 보일 때마다 맛깔스런 반찬들이 가짓 수를 세기도 바쁘게 올라 온다.

◆35가지 토속 반찬
최근 엄선된 재료를 고집하며 대외적으로 ‘전주 한정식’을 선포한 ‘황금정식’. 젓갈, 고기류, 전류, 쌈, 나물류, 장아찌류, 그리고 계절반찬까지 35가지가 줄을 섰다. 이런 음식 구경도 처음 해 보는 아르바이트 직원은 배열하기도 벅차한다. 비슷한 재료를 살짝 살짝 비틀어 가짓수만 늘린 상이 아니다. 상추쌈에 갈치속젓을 얹어 쌈장만 조금 얹어 한 쌈 먹었더니 짭짤한 갈치 속젓에 입맛이 확 돌아 표고전, 오이간장 장아찌, 고추 전까지 집어 먹고서야 수저를 놓고 둘러보았다.
더덕지와 시래기 멸치 조림…… 생선만 해도 이면수와 고등어 구이, 병어조림이 나오고 된장에 묻어둔 콩잎을 양념해 담근 콩잎반찬도 보인다. 시골스러운 메뉴에 더 촌스러운 조리법으로 만든 맛이 정말 마음에 든다. 마치 외할머니가 해 주시던, 전라도 + 경상도 조리법이라고 하면 되겠다. 더구나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 양념으로만 간을 맞추기 때문에 벌써부터 ‘천지 한정식 폐인’이 여럿 생길 조짐이다.
그러나 외국에서 어떻게 만들어도 ‘한국 그 맛’이라고 단정짓기엔 아쉬움이 따르고, 아직은 한정식을 차리기에 넓고 분위기 나는 상이 없는 점 등 아쉬운 감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외국에서 감히 이런 상차림을 시도한 것 조차 가상하다.

◆우리 음식문화 보여주기에 손색없는 차림
황씨의 음식에 대한 고집은 대단하다. 밴쿠버에서 ‘진정한 한식’을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사명감에 가깝다. 수시로 마켓을 오가며 제철 나물이며 갖가지 채소를 누구보다 빨리 체크해 상에 올리는 정성을 보인다. 그때그때 장만하지 못하면 일년 내내 먹지 못하는 재료가 있을 까봐 안달한다.
무려 35가지 반찬이 나온다는 것에 일단 가격에서 부담스럽지 않을까 염려를 가질지 모르지만, 오히려 손님이 미안할 정도로 정성스럽고 야박하지 않다. 이모정식, 고모 정식이 12.99 달러, 황금정식이 19.99달러. 
메인 요리를 제하고도 묵은지 고등어조림, 우거지 멸치볶음, 3색 나물무침 등, 외국인 친구나 특별한 손님들에게 우리 음식문화를 제대로 보여주기엔 어떤 레스토랑 양식 코스 요리가 부럽지 않다. 특히 김치 명인답게 일체의 조미료를 쓰지 않은 칼칼한 김치 맛도 일품이다. 솔직히 다른 반찬이 없어도 이 김치 하나면 밥 한 두 그릇은 문제도 아닐 것 같다.
입이 찢어질 것 같다. 보기만해도 좋아서 배가 부르다. 아직 맛보지 못한 반찬은 그득한데……

*영업시간  
    11:00 am ~ 10:00 pm (연중무휴)
*주소   3055 Anson Ave. Coqultlam
*문의   778-388-6295
             604-552-7970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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