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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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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7-07-05 00:00

登十觀臺眺望天下
Diez Vistas에 올라 천하를 바라보며

朝背溫城桃李春 도화만발 밴쿠버를 아침일찍 뒤로하니
明鏡斯湖山影偃 명경같은 사사맛호 산그림자 누었구나
新苔含露翡翠濕 이슬먹은 새 이끼는 비취마냥 젖었는데
野花無語笑留人 야생화는 웃음지며 이 내 발길 멈추누나
淸和天氣樹參天 화사하고 맑은 날씨 나무들은 하늘 찔러
石逕如蛇岩壁間 바위절벽 서린 돌길 뱀처럼 올라갔네
登臨天下浮雲低 전망대서 천하 보니 뜬구름도 낮게 흘러
浩氣無碍看向盡 막힘없는 호연지기 가슴 뿌듯 바라보네

丁亥陽四月十四日與林君上十觀臺第一站暫歇俯看溫港梅軒痛吟
정해년 4월14일 임군과 함께 Diez Vistas, 1st View Point에서 쉬면서 밴쿠버항을 바라보며 매헌은 통쾌히 읊다.

조금 고약한 버릇일지는 몰라도 나는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다가 느닷없이 무조건 산에 가라는 말이 꼭 튀어 나오고야 만다. 지인들은 물론이요 생판 초면으로 만나는 사람들까지 남녀를 불문하고 이 말을 꼭 해야 직성이 풀리니 고약한 버릇일 터이다. 마치 아무리 문전박대를 해도 찾아오는 '여호와의 증인' 아주머니들이 잊을 만하면 찾아와 전도지를 악착같이 손에 쥐어주는 그 집요함이나, 길거리에서 자신에 넘치는 확신으로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붙들고 "예수 믿고 구원받으세요"라고 외치는 전도사들의 저돌성 모두를 겸비한 나는 자칭 '산행전도사'가 된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불문율이 있다. 절대로 청소년들이나 젊은 사람들 보고는 산에 가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산이란 아무래도 피 끓는 청춘남녀나, 출세와 성공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 30-40대들에겐 관심 밖일 터이오, 몰입해서는 안될 취미일지도 모른다. 산에 간다는 행위는 아무래도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정면돌파가 실패했을 때 그 좌절감을 배출할 수 있는 출구의 성격에 가까운 현실도피(escape from reality)의 방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장의 맥박이 고동치는 젊음과 록키산맥을 넘어가는 기관차의 뜨거운 엔진같은 패기는 그들 나름대로 가진 꿈의 실현에 후회없이 발산되어야 마땅한 것이지, 자기의 뜻을 펼 수 없다고 벼슬자리를 하루 아침에 내놓고 낙향하여 깊은 산속이나 초야에 묻혀 살며 자연을 벗하는 선비에 유비(類比)될 수는 없는 것이다.

도연명같이 음풍농월하며 유유자적하는 전원적인 삶을 누리는 지식인이나 세상과 인연을 끊고 토굴 속에 들어앉아 입산수도하는 수도승의 길이란 지극히 선택된 소수가 택한 길에 불과한 것이다. 필자는 산에 좀 다닌다고, 그리고 우격다짐으로 운을 맞춰가는 한시를 끄적거린다고 해서 내가 무슨 특별한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다. 아무리 생각하고 따져봐도 범속하고 용렬하기 짝이 없는 속물인 내가 어찌 감히 입산득도의 망상에 빠질 수 있겠는가.

내가 산에 미쳐버린 동기는 단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위중한 상태의 암을 극복하고 건강이 환골탈태할 정도로 좋아졌다는 것과 마음이 참으로 편해졌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우리 몸의 건강이란 중년을 지나 노년으로 접어들면 양(陽)의 기(氣)가 쇠하면서 음(陰)의 기가 차오르는 것이 공식인 탓에 별의별 노후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물론 보양요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산행을 통해 시들어가는 양의 기에 불을 지피는 것이 적시안타의 효과만점이다. 나는 투병 이후 매주 가는 지속적인 산행을 통해 거의 피곤을 느끼지 않는 강철같은 몸을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이렇게 건장한 신체를 가지니 정신이 갈수록 초롱초롱하여 뇌의 순발력이 학창시절로 되돌아 간 듯 활발해진 느낌이다. 그럭저럭 투병 중의 위축되고 의기소침해갈 수 밖에 없는 평소의 마음이 그렇게 즐겁고 진정한 평화를 얻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번뇌를 이기고 성불한 수도승의 해맑은 평상심, 아니면 예수님을 1대1로 만나 그가 내 안에 거하고 있는 듯한 크리스천이 누리는 마음의 평화, 그런 경지를 무식하게 산을 다닌 끝에 도달했다고 한다면 막말로 괜찮은 장사인 것이다. 조야(粗野 crude)하게 얻은 결과지만 피눈물 나는 수행과 투철하게 자기를 버리는 신앙심에서 나온 결과와 똑같은 효용을 지닌다면 산행이 훨씬 대중성이 있고 쉬운 심신 수양의 길임은 누가 뭐래도 분명한 것이다.

이렇게 눈 시리게 아름다운 산들이 부지기수로 솟아 있고, 아름다운 산행로가 즐비한 밴쿠버에 살면서 중년 이후 세대들이 이다지도 심신에 좋은 산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과오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돈이 들지 않는 운동, 하면 할수록 솟아나는 근력,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해맑은 마음, 파안대소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 모든 세속적인 욕심의 퇴조, 그리고 참다운 마음의 평화와 안식. 이 모든 것들이 산에 가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선물일진대 어찌 산에 가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산행전도사임을 자처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내 말에 귀가 솔깃하여 지속적인 산행으로 건강을 되찾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되었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과 보람이 없지 싶다.

삼보귀의하는 불타의 가르침을 포교하는 것도 좋고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차적으로 심신이 건강해지는 길이 바로 우리 코 앞의 산에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믿지 않으니 답답한 나머지 나는 오며 가며 떠들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전도라면 아무리 많이 해도 좋은 전도임이 분명한 것이다. 어디 전도가 별것이던가. 올바른 길(道)을 전(傳)해 주는 것이 전도임에랴.

중장년들이여, 우리 모두 틈만 나면 산으로 가자. 그리고 청년들이여, 아무리 바쁘더라도 가끔 산 정상에 올라 호연지기를 기르자. 그리하여 아름답고 위대한 나라 캐나다에 우리 모두 아름다운 인생의 꽃을 피우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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