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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땅에선 누구나 어려움 겪어”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6-29 00:00

경제人 / 밴쿠버 상공회의소 헨리 리 신임 회장 이민자 사업가들에게 인맥·시장 정보 제공 “불평만 말고 사회참여 통해 장벽 극복해야”

데이브 로엘 / 밴쿠버 상공회의소 제공

밴쿠버 상공회의소(Vancouver Board of Trade)는 지난 21일 열린 제 120차 연례총회에서 헨리 리(Henry Lee)씨를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리 회장은 악기체인점 톰 리 뮤직(Tom Lee Music)을 운영하는 2세 경영인이자 홍콩출신 이민 1.5세로, 인터뷰 내내 이민자들이 캐나다 사회 포용과 지역사회 참여를 통해 장벽을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 회장은 1967년 홍콩 폭동으로 홍콩의 장래를 암울하게 생각한 부친 톰 리씨를 따라 1968년 9월 캐나다로 이민을 왔다.

리 회장은 “활주로에 내려 광활한 푸른 잔디밭을 보며 맑은 공기를 마셨는데 마치 캠핑이라도 온 기분이었다”며 “이웃들은 음식을 가져다 주며 우리를 환영했다”고 이민 초기를 회고했다.

그러나 환대하는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당시 밴쿠버 시내 써 윈스턴 처칠 고교를 다녔던 그는 “문화적으로 포용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이민자 숫자가 늘면서 1970년대에는 심한 인종차별 문제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당시 아시아는 미약했다. 좋은 물품들은 유럽 아니면 미국제품이었다. 일본산 차들도 불량품이 많았다. 여기에 불경기 상황은 인종혐오를 부추겼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리 회장은 홍콩의 기숙학교에서 영어로 수업을 받아온 데다가 스카우트와 스포츠클럽 활동을 한 덕분에 청소년기를 비교적 수월하게 보낼 수 있었다. “공부만 잘하면 괴짜(geek)밖에는 안됐다. 당시 아이들의 영웅은 모두 운동선수였다. 그런 영웅과 닮는 것은 적응을 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운동을 통해 학교활동에 참여하면서 그는 캐나다에 안착할 수 있었다.

“언어장벽 넘어서 사회 참여해야”

청소년기부터 현재까지 경험을 토대로 리 회장은 이민자들이 언어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고 사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자의 문제점 중 하나는 불만과 불평에 젖어 살면서 그것을 개선하는데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캐나다 사회 참여를 통해 자기 권리를 자유롭게 사용해야 한다. 참여 없이는 개선도 없다.” 그는 “자기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캐나다의 문화를 존중하며 지역사회를 포용하는 태도로 사회에 참여할 때 개선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여의 도구로 밴쿠버 상공회의소를 이용해 줄 것을 한인 기업인들에게 촉구했다.
“새로 밴쿠버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하나는 사업적 인맥의 부족이다. 다른 하나는 어디에 가면 무엇이 있는지, 어디서 장사가 잘되는지 지리적 이해의 부족이다. 인맥이나 시장 이해는 돈으로 살 수 없다. 시간을 들여 배워야 한다. 상공회의소에 참여할 경우 인맥과 시장이해 마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사회적인 개선을 위한 사업가들의 장으로서 상공회의소의 효용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나 자신의 목소리는 개인으로서는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러나 1887년에 설립돼 100년 이상 지속되어온 서부캐나다 최대 규모의 경제단체가 내는 목소리라면 그것은 큰 영향력이 있다. 이것을 통해 정치, 사회에 변화를 일굴 수도 있다. 이민 온 사업가들이 초기의 당혹감을 극복하고 캐나다 사회를 포용하는 차원에서 상공회의소에 참여하기를 희망한다.”

“21세기 인재는 생각할 줄 아는 사람”

현재 캐나다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악기판매 체인점을 경영하는 리회장의 경영스타일에는 ‘포용’이 바탕에 깔려있다. 그의 21세기 인재론을 들어보면 그렇다. “21세기는 똑똑한 사람이 밑바탕을 짜면 그것을 수많은 인력이 따라 하는 20세기 같은 산업사회 시대가 아니다.  21세기는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의 시대다. 경영자가 직원들을 존중하고 신뢰하면 직원들은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해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

온화한 참여유도도 리회장의 경영스타일이다. “사람들과 일부러 부딪칠 필요가 없다. 부드럽게 참여를 유도하면 사람들은 조직을 위해 기여를 하게 돼 있다.”

한편 밴쿠버 시장에 대해 리회장은 “캐나다 경제시장이 과거보다 효율성면에서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세금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금은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려는 노력에 족쇄가 되고 있다”며 “사회 안전망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금을 낮춰 기업체가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한 경쟁시대에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국제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는 정치인들에게 높은 봉급을 주는 것을 찬성한다. 대신 그 봉급만큼 국제사회를 돌아보며 더 나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정부도 국제적인 경험을 갖춰야 기업과 발맞춰서 개선된 제도를 내놓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대규모업체의 시장점유에 대해 리회장은 “경쟁을 제한할 수는 없지만, 코끼리는 토끼처럼 뛸 수 없다는 점을 소기업체들이 인식해야 한다”며 소기업체는 고객에 대한 친절과 시장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 대기업보다 발빠른 움직임을 장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권했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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