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버나비 마운틴 산행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5-10 00:00

한인 산우회와 함께한 버나비 마운틴 산행

登本比山有懷
Burnaby Mt.을 오르면서 느낀바 있어

溫城韓裔頗好山 밴쿠버 한인들은 산행하길 좋아하여
櫛風沐雨還不關 비바람 몰아쳐도 무조건 나선다네
空山落木殘雪在 나목많은 텅빈 산에 묵은 눈도 남았는데
萬壑疎雨草木寒 온골짜기 성긴 비에 초목들은 추울시고
山容水色無古今 산의 모습 물의 빛깔 예나 지금 똑같은데
俗態人情隨時變 세상인심 삶의 모습 세월따라 변하누나
萬愁悠悠一笑揮 온갖 시름 세상사야 손 사래쳐 웃음짓고
却把塵機付自然 골치아픈 모든 일을 저 자연에 맡기노라

丁亥陽二月三日與韓人山友會登本那比山有隔世之感梅軒偶吟
정해년 양 2월 3일 모처럼 한인산우회를 따라 버나비 마운틴 산행을 갔는데 격세지감이
있어 매헌은 우연히 읊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산을 가는 교민들의 숫자는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당시 극소수의 교민들이 산행을 시작하면서 조그만 모임이 결성됐고 이것이 불씨가 되어 산행 붐이 요원의 불길처럼 타올랐으니 이젠 교민들이 밴쿠버의 모든 명산을 누비고 다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교민사회에서 무슨 화두처럼 보편화되고 돌림병처럼 만연되고 있는 여가선용은 단연 등산으로, 이제 산행인구가 골프 인구를 능가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초기에 이민 온 교민들이 먹고 살기에 바빠 감히 산을 쳐다볼 여유도 없었던 70,80년대를 거쳐 90년대 이후 밴쿠버로 유입되는 교민인구가 폭증함에 따라 우리 교민사회가 그만치 다변화된 추세를 반영하는 일면도 있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한국사람들처럼 등산을 좋아하는 민족도 없지 싶다. 산행을 나가 보면 이곳 서양사람들은 거의 두세 명씩 아니면 개인 산행인데 비해 교민들은은 삼삼오오에서부터 많게는 수십 명씩 떼를 지어 산에 올라가는 광경을 쉽게 목도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젠 각 요일마다 산행을 안내하는 단체가 우후죽순격으로 난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그룹의 익명 산행 동아리만 해도 그 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리만치 많다. 이런걸 두고 다다익선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제 등산이 고달픈 운동이 아니라 건강증진의 최고 보약으로 각인되어가고 있음이 분명한 것이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저런 친목단체나 종교단체에 소속하기 마련이지만 산행클럽에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불문율내지는 기본 철학이 있다. 산행 단체는 여타 친목단체와는 달리 산을 올라가고 내려올 때 편의상 필요한 조직이지 산을 내려오면 해체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구름이 모였다 흩어지는 것처럼 산행 후 속세에 내려와서까지 이 동아리가 존재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으니 하는 말이다.

산행클럽은 당일치기 캐러반에 다름 아니다. 그러다보니 산 아래 사회단체처럼 무슨 감투의식같은 것은 찾아 볼 수 없다. 참여한 회원들끼리 누가 누구라는 것을 알 필요도 없고 구태여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편의상 단체로 산을 올라가는 것이지 결국은 산과 내가 1:1로 만나는 단독 산행이라는 개인적 존엄성이 엄존하는 것이다. 물론 산을 오르며 동고동락하는 사이에 친분이 두터워지기도 하겠지만 산에서 만난 사람들이니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길벗인 셈이다.

필자는 8년 전 한인산우회에 왕초보 주말 나이롱 산행인으로 가입하여 한 4년 부지런히 다닌 적이 있어 산행클럽의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지금도 기억한다. 대개는 처음 나오는 분들이 산우들과의 서먹서먹함을 떨치기 위해 음식을 만들어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통성명 인사대신 군대 내무반에 갓 전입한 신병의 신고식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 이후 '신고식' 때 가지고 나온 음식 이름이 곧 그 사람의 이름이 되는 게 상식이 되어있다. 모씨는 큰 문어를 삶아와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별미를 선보였는데 그 이후  ‘문어’가 되어 버렸고, 또 한 사람은 집에서 붕어빵을 대량으로 구워와 ‘붕어빵’으로 통했던 일화를 지금도 기억한다.

당시 한인산우회 산행 분위기는 H라는 위트 넘치는 여인이 좌지우지 했었다. 조그만 체구지만 산을 펄펄 날아 다닐만한 산행실력, 숫기없는 장난기와 위트에 모든 회원들이 매료되어 항상 웃음꽃이 만발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다보니 한때 많이 나오면 40-50명이 나오는 이변이 속출했는데 그런 분위기메이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대부대가 ‘떼거지’로 기분좋게 산행하는 분위기는 이민생활에서 적체된 피로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좋은 보약이었다. 이역만리 이 땅에서도 우리 한국 사람들은 ‘산행 캐러반’의 동아리 의식이 그 어느 민족보다 뛰어난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조조가 통일한 위나라 의진수(陳壽)가 저술한 중국 역사책 삼국지(三國志)에 고대 한국 정서를 소개한 위지동이전이 있다. 그는 요즘 말로 하면 고구려를 여행하며 문화인류학적으로 고찰한 기사를 썼는데 이런 흥미로운 동아리 의식을 엿볼 수 있다. "그곳 사람들은 동맹이나 제천의식이 있는데 남녀노소가 어울려 몇 날 며칠 하루 종일 엄청 먹고 마시며 가무를 즐기는데 우리 중국에서는 보기 힘든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말하자면 한국 사람들은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먹어야 직성이 풀리고 놀았다 하면 화끈하게 놀아야 논 것 같이 보이더라는 말이다. 이런 전통이 면면이 우리들 핏속에 흘러 산행에서도 이런 광경을 목격할 수 있으니 흐뭇하지 아니한가.

이날 나는 투병 이후 약 4 년 만에 처음으로 한인산우회 산행을 나갔었다. 하지만 낯익은 얼굴이라곤 단 한 명뿐 모두 새 얼굴이 아닌가. 아니 이럴 수가? 정확히 3년 반 사이에 천지개벽할 정도로 물갈이가 된 것을 보고 세월무상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네"라는 고려말 충신 길재의 시조가 절로 흥얼거려졌다. 하지만 캐러반은 어디까지나 캐러반인 것이고, 산행은 산행일 뿐 사람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는 옛날 처럼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버나비 마운틴 일주산행을 거뜬히 소화하고 기분좋게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교사 희망자를 위한 전문 프로그램 ‘PDP’ 12개월간 교육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할 수 있어
캐나다 대학생들이 졸업 후 가장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인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의 전공 분야를 보다 깊이 있게 공부해 나갈 수 있어 코업 프로그램이나 취업 프로그램의 ‘드림 잡(dream job)’으로 나날이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교사의...
캐나다 학생들을 위한 경시대회 중고생·대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분야별 경시대회 많아
중고생과 대학생들 주변에서는 수학, 과학 분야는 물론 비즈니스 대회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분야의 경시대회를 종종 찾을 수 있다. 이런 경시대회를 통해 입상의
2010년까지 수소 하이웨이 건설
고든 캠벨 BC주 수상이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6월 1일부터 광역밴쿠버의 스프링쿨러 제한급수가 시작된다. 오는 9월 30일까지 유효한 제한급수 조치에 따라 짝수 번호 주소지의 경우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홀수 번호 주소지의 경우 목요일과 일요일만 잔디에 스프링쿨러를 해줄 수 있다. 또한 잔디 급수 시간은...
SFU가 현재 65세로 정해져 있는 교직원 정년을 없앴다. 이로써 SFU의 현직 교수, 연구인력, 사서, 강사 등 모든 교직원은 65세 이후에도 일을 그만 두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게 됐다.  정년 폐지에 따라 SFU 교직원들은 65세가 되면 본인의 희망에 따라 은퇴를 하거나...
데이비드 다지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지난주 각 언론의 머리 기사를 장식했다. 북미주  ‘단일 통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그의 발언 때문이다. 물론 불가능한 것은 없다. 어느 날 하루 아침에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쌓아 올린 장벽도 무너질 수 있다. 그러나...
재향군인회 캐나다 서부지회(회장 서정국)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버나비 센트럴 파크에 세워질 참전비는 지난 4월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해 6월말 완공될 예정이다. 2004년 11월 첫걸음을 뗀 한국전 참전비 건립사업은...
복권업계 종사자 부당 이득 조사
BC주정부 존 리스 법무부 장관은 BC주 복권공사의 복권 사업 시스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주정부측은 BC주 복권판매 시스템에 대한 행정 감찰관의 보고서에 명시된 27개항의 권고안을 모두 수렴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리스...
5월 들어 13군데 털려
써리 북부 볼리버 하이츠(Bolivar Heights) 지역에서 빈집털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써리 RCMP는 지난 5월 2일부터 이 지역에서 동일범의 소행에 의해 13곳이나 털렸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은 문을 발로 차거나 창문을 열고 침입한...
주정부 의료 개혁안 발표…4억2200만달러 인센티브 제공
BC주정부 보건부는 29일, 가정의(family doctor) 확보와 1차 진료(primary care) 시스템 개선을 위한 보건 개혁안을 발표했다. 보건부는 ▲가정의 확보를 통한 1차 진료 서비스 확대 ▲임산부 진료 개선 ▲만성 질환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 강화 ▲ 노인 진료 개선 등에 우선...
30일부터 법규위반 집중단속
경찰이 30일부터 거리의 무법자 집중 단속에 나선다. 교통사고의 45% 가량이 이들 난폭운전자 때문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통경찰, ICBC관계자, 도로안전 봉사회가 합동으로 단속에 들어갔다. 30일 오전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은 뉴스웨스트민스터 마린...
랭리 호텔 소유주가 개발한 태양열 오븐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태양열 요리법이 개발되어 화제다. 랭리에 위치한 트래블러스 호텔 소유주인 월리 마틴씨는 태양열 오븐을 만드는 방법부터 이를 사용해 요리하는 방법을 개발,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솔라 쿠킹...
알버타 가격 상승률 29.8%
캐나다 전국 주택평균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30만달러를 넘어섰다. 29일 캐나다 부동산협회(CREA)가 발표한 4월 주택시장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집값은 30만5542달러로 지난해 보다 9.3%가 올랐다. 거래량(계절 조정치)은 4만3643건으로 1.5% 증가했다. 거래량 증가는...
가정의 중요성(2) 2007.05.29 (화)
건강한 자녀들의 삶을 위해서는 건강한 가정이 필요하다. 고등학교 시절에 여름 성경학교 보조 교사를 한 적이 있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것은 어린 유치반 학생들이 교회 앞마당에서 엄마·아빠 소꿉장난을 하는 모습이었다. 여섯 살 먹은 남자 아이가...
토론토의 한 학교에서 15세 소년이 총에 맞아 숨졌다. 소름 끼치는 사건이지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미 도시의 많은 젊은이들이 총을 갖고 있고 총기 사용에 무감각하다. 만연된 학교주위의 총기문제와 폭력문화에 비추어 본다면 학교당국이 보안 카메라를...
포트무디 학부모들, 코퀴틀람 교육청 상대 소송
코퀴틀람 교육청의 폐교 조치에 반대하는 일부 학부모들이 교육청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고 캐나다 공영방송 CBC가 28일 보도했다. 코퀴틀람 교육청은 지난 2월 27일 교육위원회 표결을 통해 트라이시티 지역내 칼리지 파크, 코로내이션 파크(Coronation Park),...
잠자리에 드는 시간의 기복이 심하다. 하긴 나에게 있어 기복이 심한 건 잠자리에 드는 시간뿐 아니라, 흡연량, 주량, 작업량, 기분의 상승 및 침체의 정도에서부터
작년 자유당이 선거에 져 야당이 되자 바로 한국의 동양증권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캐나다 수도 오타와는 모스크바보다 추울 정도라 캐나다에서 야당하면 정말 춥고 배고프다. 서울을 베이스로 미국, 일본은 물론 북구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부터 중동의 터키...
e-bay 옥션 실속 있는 알뜰 주부들을 위한 Hot 정보
‘아키아’ 매장에서 계산을 막 끝난 영수증을 보던 여자의 눈이 점점 커지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차장으로 달려가며 남편이름을 불러대는 TV광고. 구입한 상품가격에 비해 저렴한 금액을 카운터의 실수라고 오해한 여자가 도망치듯 사라지는 장면이다. 저렴한...
9/11 테러가 일어난 지 6년, 캐나다에 대한 테러위협은 사라졌는가? 스티븐 하퍼 총리는 올해 초 하원에서 테러방지 관련법안 기한연장 안건이 부결됐다는 점을 걱정했다. 하퍼 총리는 보수당원들에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코 정치성 빈말이...
 1451  1452  1453  1454  1455  1456  1457  1458  1459  1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