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포장마차 안주 삼총사’- 불타는 닭발, 양 김치찌개, 두부김치 찜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4-06 00:00

정상일씨 (포트 코퀴틀람 거주)

“밴쿠에서 젤로 맛있는 막창 순대국은 누린내도 안 나는 남한산성, 아귀찜은 한송, 전기통닭은 왕 삼계탕, 옛날 통닭은 멕시칸 치킨, 홍어무침은 초원의 집… 닭발, 삼겹살, 홍합 찜은 우리 집… ㅋㅋㅋ”

밴쿠버 여행관련 온라인 카페에 올라 온 회원의 글 하나에 댓글을 달았다.
“어찌하면 님의 닭발과 홍합 찜을 먹어 볼 수 있으오리까”

그러나 며칠을 기다려도 대답 없는 글은 다른 글 속에 묻혀버렸고, 다시 게시판을 뒤적거려 두 번째 쪽지메일을 날렸다. 드디어 전화를 걸어온 글 주인은 지난해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을 공연한 극단 ‘하누리’의 배우 정상일(초당 손두부 이사)씨.

쇠뿔도 단김에 빼고 쇠도 달궈졌을 때 두들겨야 모양이 나오는 법, 당장 약속을 정한 다음 그가 불러 준 주소로 찾아 간 집이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1층 칵테일 바와 넓은 공간을 갖춘 레크리에이션 룸, 2층 거실에서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관계추측불가의 사람들….

“여기는 우리 집은 아닌데 예~ 우리 집이나 마찬가지 입니더~”
‘우리 집과 마찬가지’인 집이라면 어쨌든 남의 집.
그는 집주인과 친한 사이라 치고 웬만큼 뻔뻔한 기자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남의 집에서 레서피를 진행할 수가….

대략 난감한 표정 수습하기 바쁜데, 설명도 없이 그는 벌써 ‘남의 주방’을 점령하고, 싱크대 왼쪽 아래서 큰 솥 하나를 꺼내 가스 불 위에 물을 올린 다음, 가위로 싹둑 싹둑 닭 발톱을 자르기 시작했다.

“행님 집 인데예, 여는(여기) 우리 모두의 사랑방입니더. 배고픈 사람 밥 해 먹고, 영화 보고 싶은 사람은 영화 보고, 연극 연습하다가 졸리면 자도 되고…”

먼 거리에서 재료를 던져도 냄비 속으로 정확히 ‘슛’ 시키는 재주로 막창구이, 홍합 찜으로 연 사흘째 그가 만든 요리 파티를 하고 있다는 그의 주 메뉴는 포장마차 안주. 그에게는 남다른 조리도구도 있다. 아주 경제적이면서 멋진 조리도구 ‘롱 팔’로 후다닥 해내는 요리 솜씨에  ‘어따 남자가 요리도 잘하네’ 칭찬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다.

웬만큼 요리가 완성될 즈음 그가 냄비마다 두껑을 덮어두고 잠시 자릴 비운 사이, 한 여인이 가만가만 다시 맛을 보고 파 다져 넣으며 맛을 완성시킨다.

우렁각시는 부인 이소연씨였다. ‘한우리’ 극단 식구들 사이에 ‘환상의 커플’로 불리는 이들 부부는, 활활 타오르는 불과 잔잔히 녹아 흐르는 봄 계곡물처럼 다른 느낌. 그래서 더 잘 어울리는 환상적인 콤비로 ‘예술 같은’ 삶을 엮어내며 12년째 알콩 달콩 살아가고 있다. 

결혼 전 한국에서부터 연극을 해 온 정상일씨는 이민 후에도 연극을 취미로 즐기며, 토요일도 근무하는 바쁜 사람이지만, 휴일 하루도 쉬지 않고 또 이렇게 직접 요리를 해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길 즐긴다. 

“저는 일주일에 한 두 번 후다닥 안주 만들어서 행님하고 술 한잔 하는 이 재미로 삽니더. 우리 행님하고 저는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 즐기는 사람들인 기라~”

그가 ‘행님~’이라는 이는 성승열씨. 두 사람은 부인들에게 ‘사귄다’는 소릴 들으며 질투를 받을 만큼 막역한 사이. 그가 성승열씨의 집을 가리켜 ‘우리 집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만했다.

자~ 봄철 입맛 없다는 사람, ‘맛, 분위기, 모양, 냄새’ 절로 입맛 솟아 자제가 되지 않는 절대적 조건을 두루 갖춘 그의 포장마차 요리를 한번 따라해서 맛을 보면 그말이 ‘쏙’ 들어 갈 것.

연극 연습을 하기 위해 일어서는 사람들을 따라 어쩔 수 없이 일어서는 기자를 따라 나온 이소연씨가 무언가 할말이 있어 보였다. 

“저기… 우리 남편… 술 좋아한단… 말은… 쓰지 말았으면…”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그가 술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술 권하는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걸 그녀만 모르는 게 아닐까.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 재료

◇ 불타는 닭발 : 닭발, 파, 마늘, 고추장, 고춧가루, 생강, 칠리, 물엿, 설탕
소스 : 고춧가루, 고추장, 마늘, 생강, 다진 파, 칠리, 깨소금, 간장, 물엿, 설탕(먼저 소스를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둔다.)

◇ 양 김치찌개 : 곱창, 잘 익은 김치, 양파, 대파, 생강, 와인이나 술


■ 조리법

◇ 불타는 닭발
① 닭은 발톱을 가위로 자른다.
② 파, 양파, 생강을 넣어 끓는 물에 5분 정도 삶아낸다.
③ 소쿠리에 삶은 닭발을 받쳐 물기를 제거한다.
④ 참기름을 두르고 양념을 넣어 살짝 볶는다.
⑤ 3에 닭 발, 생강 편, 양파를 넣어 골고루 볶는다.
- 조리 point
닭 발을 삶을 때 소금을 살짝 넣어 삶는다.

◇ 양 김치찌개
사전 준비: 밀가루와 굵은 소금으로 곱창을 박박 문질러 씻는다.
① 끓는 물에 된장 생강을 넣고, 곱창을 넣어 삶는다.
② 길이 5센티 정도로 잘게 썬 곱창을 묵은 김치와 함께 가지런히 놓는다.
③ 물을 붓지 않고 와인을 한 컵 붓고 자박하게 끓인다.

- 조리 point
① 잘 익은 신 김치를 양념을 살짝 한번 털어버리고 포기 채 넣는다.
② 물을 붓지 않고 김치국물과 와인만으로 조리한다.

- Tip
양은 푹 삶아야 질기지 않다.

◇ 두부김치 찜
① 신 김치를 썰어 바닥에 깔고 납작하게 썬 두부를 위에 올린다.
② 물 대신 와인을 한 컵 넣어 약한 불로 뭉근하게 찐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