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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지존들에 절대지지 않는 맛 ‘통일이오’ 감자탕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4-06 00:00

감자탕으로 유명한 집은 생강, 마늘, 된장, 한약재 등을 넣어 저마다 돼지 냄새를 죽였느니, 살렸느니, 마치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는 양 떠들어댄다. 하지만 돼지 뼈로 만든 감자탕이 너무 깔끔한 향기에 맑은 맛이 난다는 것도 엉뚱한 잡맛 아닐까. 적당히 누린내를 들이마신 들깻잎과 젓가락만 대도 물렁대며 길게 찢어지는 뭉근한 시래기 줄기에서 돼지 등뼈의 깊은 맛을 슬쩍 슬쩍 보여주는 그 맛. 그것이 진정한 감자탕 고수의 손맛이며 비결일 것. 그 맛으로 밴쿠버 감자탕 ‘통일’에 나선 ‘통일이오’

밴쿠버에서 감자탕의 지존은 어디?

감자탕은 삼국시대 돼지를 많이 키웠던 호남지방에서 귀한 소대신 돼지를 잡아, 뼈를 넣고 밭에서 굴러다니던 감자 이삭을 주워 넣어 탕을 끓였던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후 경인선 철도 공사작업에 많은 인부들이 동원되면서 인천에서 뿌리내린 것이 감자탕의 원조. 그렇다면 밴쿠버에서 감자탕 맛의 지존은 어디?

코퀴틀람 센터에서 포트 코퀴틀람 방향으로 가면, 포트 코퀴틀람을 건너가는 다리 직전에서 좌회전을 하면 ‘통일이오’를 갈 수 있다. 유턴이 되지 않는 이곳에서는 좌회전을 한 다음 다시 골목으로 들어가서 좌회전을 하던가 아니면 우측골목에서 불법으로 되돌아 나와 좌회전을 해야 한다. 만약 다리를 건너가면 한 참을 되돌아 나와야 한다. 불편하긴 하지만 그나마 대로변에서 보이는 곳이니 골목길을 돌아서긴 해도 찾기는 쉽다. 돈 내고 사먹는 손님의 입장에서 이렇게 진입하기가 어려운 위치를 돌아갈 때, 성질 급한 사람들은 짜증 날 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맛조차 없다면…….

한식당 ‘통일이오’를 찾아가면서 복잡한 진입로를 찾느라 짜증이 났다면, 꼭 감자탕을 시켜놓고 기다리시라. 속으로 이렇게 벼르면서….

“맛 없기만 해봐”

오렌지색 깔끔한 실내는 예쁜 카페 분위기

감자탕 하면 골목 어귀만 들어서도 구릿한 돼지 냄새와 양념이 벽지에 다닥다닥 배어 든 집들이 줄지어 서있는 서울의 돈암동 성신여대 뒷골목이나 녹번 삼거리를 지나 응암5거리의 감자탕 골목이 먼저 떠오른다. 아직 ‘밴쿠버 인’이 덜 된 탓이다.

‘통일이오’는 “감자탕이 아주 맛있다”는 사람과 “별로 맛 없더라”는 두 부류의 평이 엇갈렸다. 그래도 ‘감자탕이 맛있다’는 쪽이 우세 한 편.

원조 맛을 기대한 사람들에게 이곳은 외국이란 점을 감안한 기준점 낮추기를 한다면 분명 ‘맛있다’는 쪽에 가까울 것 이란 확신을 가지고 찾아갔다.

‘통일이오’ 이름 한번 뇌리에 ‘쏙’들어와서 좋다.

실내는 군데군데 사람들이 비벼 댄 세월의 흔적이 빛 바랜 벽지로 남아 있는 서울의 감자탕 집 느낌은 없다. 오히려 멋 모르고 찾아간 사람이라면 “감자탕 되나요?” 물어봐야 할 것 같은 오렌지 톤의 밝은 분위기에, 물 졸졸 흘리며 손님을 맞이하는 입구 파티션 분수대가 깔끔한 카페를 닮았다.

2년간 준비했다는 음식 맛?

투명 아크릴 두 개를 맞 붙여 그 사이에 사진을 넣어 만든 메뉴 판은 대한민국과 밴쿠버를 통틀어 처음 본 이색적인 메뉴판이다. 이렇게 창의적이고 깐깐한 주인이라면 맛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 소문에 듣던 감자탕을 시켰더니 마침 주인 김명이씨가 들어오고 주방에서 진짜 주인 이원정(김명이씨의 남편)씨가 나왔다.

“우리 집 음식은 다 맛있어요. 뭘 시켜도 정말 맛있어요. 남편이 3년을 주방에서 일 하는 기간동안 주인이 세 번 바뀐 이 집을 인수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얼마나 우리의 각오가 단단했겠어요. 생각지도 않던 이 집을 우리가 하기로 하고 2년 동안 기도하면서 메뉴를 준비했죠.”

주인 김명이씨의 음식 맛에 대한 자부심은 주방을 책임진 남편에 대한 신뢰와 ‘사모’가 아닌가 싶을 만큼 하늘을 찌른다. 주인의 이런 당당함이 일단 믿음직 스럽고 보기 좋다. 하지만 ‘메뉴 판에서, 전 메뉴가 맛있다’는 주인의 주장을 확인 절차 없이 동의 할 순 절대 없는 일, 먹어봐야 맛을 알지.

주인이 추천하는 메뉴 닭갈비와 낙지 돌솥 밥을 추가했다.

빨리 빨리 끓어라 감자탕아! 

파란 들깻잎이 수북이 올려진 감자탕이 나왔다. 흠…… 저 깻잎 아래 주인의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맛의 결정체 감자탕 맛이 숨어있다는데, 한차례 끓여 나온 감자탕이 보글보글 물 풍선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들깻잎과 야채가 숨만 죽으면 끝. 감자탕은 성질 급한 사람들에게 딱 좋은 음식이다. 감자탕이 끓어 오르면서 들깨가 낱알로 동동 떠오르고, 뜨거운 김에 딸려 나온 맛있는 냄새도 슬슬 군침 돌게 했다.

보글보글 끓는 감자탕 국물을 떠서 후후 불어 맛을 봤다. 맵싸하고 걸쭉하니 깊은 맛을 내는 원조들의 맛과 다른, 부드럽고 매끈한 감칠 맛 나는 세련된 국물 맛이다. 이럴 때, 새로운 맛을 찾아낸 기쁨에 겨워 솥 바닥을 긁게 된다.

흔히 매스컴에 나온 유명한 감자탕 집 주인들이 한약재와 특별한 무엇을 넣어 저마다 돼지 냄새를 죽였느니, 맛을 살렸느니 비결을 말하지만 알고 보면 비결은 간단하다. 잡내 잡아 먹는 요리의 정석에 야들야들하게 잘 자란 돼지 뼈를 푹 고아 갖은 양념과 간 잘 맞추면 다 비슷한 맛을 낸다. 여기에 정성과 노하우가 하나 더 추가되면 그만이다. 이때 정성은 화력조절이다. 끓는 온도에 따라 뼈 속에서 빠져 나오는 골수가 다른 맛으로 미세하게 빠져 나오기 때문.

‘통일이오’감자탕은 원조가 생기다가 생기다가 요즘 ‘시조’까지 생긴다는 한국에 진출해도 손색없는 맛이다.

*영업시간  
    월~토요일  11:30 am ~ 10:30 pm
    매주일 휴무
*주소   2579 Lougheed Hwy. Port Coquitlam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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