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밴쿠버 모터쇼에 ‘그녀들’은 없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4-05 00:00

한국에서 ‘모터쇼’라 하면 세 가지가 떠오른다. 신차(新車) 공개, 해외 명품차 전시 그리고 ‘모터쇼 걸(motor show girl)’들이 그것이다. ‘모터쇼 도우미걸’이라 불리는 이들은 본래 전시 차량을 소개하는 전문가 역할을 하면서 판매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모터쇼걸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매해 개최되는 국제 모터쇼가 끝나면 ‘섹시한 모터쇼걸’ 등의 선정적 제목의 기사가 나온다. 야한 차림의 여성들이 값비싼 차에 기대어 서 있는 모습이 뉴스가 되는 것이다.

밴쿠버에서도 2007년 국제 모터쇼가 열렸다. 그러나 밴쿠버의 모터쇼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모터쇼 도우미걸이라 불리는 여성들은 자회사의 로고가 찍힌 셔츠에 간편한 면바지 차림이었다.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팜플렛을 들고 차량 엔진의 성능 등을 조리 있게 설명하는 모습은 가만히 서서 포즈를 취하는 한국의 모터쇼걸들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한국은 아직 자동차 전시가 발전 초기인 만큼 고객을 끌어들이고, 시장규모 확대를 위해 모터쇼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계수준의 자동차 생산국에서 여성의 옷차림을 이용해 관람객을 끌어들인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관람객이 모터쇼걸을 보러 전시회장을 찾는다면 주객이 전도된 상황은 아닐까?

밴쿠버 모터쇼에 유난히 가족단위 관람객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가족이 함께 와 시승을 하고 구입의 여부를 결정한다. 타깃 고객을 남성에서 가족 전체로 확대한 밴쿠버 모터쇼는 매혹적인 모터쇼걸 없이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국제 모터쇼는 여성 모델을 보러 가는 곳이 아닌 차의 성능과 디자인을 보러 가는 행사이다. 세계 5대 자동차 산업국가 중 하나인 한국에서도 밴쿠버와 같은 올바른 관람 문화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김시온 인턴기자 dobajoon@naver.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