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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맛에 반하고 톡 쏘는 홍어회에 막걸리 한잔 '캬~'!!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3-26 00:00

홍어회, 대구뽈찜 의 맛 ‘초원의 집’

◇ 야채는 양념에 갈아서 다 넣고 홍어만 그득 담겨 나오는 홍어회무침은 매콤 새콤 달콤한 맛이 황금비율로 딱 알맞게 나온다.

사람들 입을 통해 자주 듣던 이름도 아니다. 가보진 않았어도 광고에서라도 본 적 없다. 이런 식당은 길을 가다가 우연히 발견하고도 썩 들어가기가 꺼려진다. 그러나 한번만 맛을 보고 나면 단골이 되는 집이 있다. 외국에서 한식당 광고의 영향력 + 손맛의 힘 이다. 홍어회무침과 대구뽈찜을 구수하게 잘 하는 한식당 ‘초원의 집’이 그렇다. 조용히 문을 연 곳이라 마음먹지 않으면 가보게 되지 않다가, 새콤달콤한 홍어회무침에 칼칼하면서도 구성진 맛의 ‘대구뽈 찜’을 한번 먹어보면 중독되는 집. 주인의 순수하고 욕심 없는 마음에 더 반하게 되는 집이 또 이 집이다.

‘초원의 집’ 추천메뉴는 홍어회무침

추천 이메일을 본 순간 눈이 번쩍 뜨인다. 톡 쏘는 홍어회에 막걸리 한잔 캬~! 옛 추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대학 입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선배들이 상추쌈에 와사비 한 숟갈을 싸서 먹이던 고통스럽던 기억, 이보다 더 심한 신고식은 첫 직장에서 신입사원 환영회에서 먹은 홍어회다.
“묵은 김치에 돼지고기 한 점 올리고, 그 위에 홍어 한 점 또 올려서 돌돌 말아 한 입에 확 물어봐. 막걸리는 그거 꼭꼭 씹어 다 삼키고 10초 있다 마시고……잉?”
사정없이 비강을 찔러대며 눈물 핑 도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이날부터 홍어는 없어서 못 먹고, 비싸서 못 먹는 음식이 되었다. 
꾸릿 꾸릿 한 냄새와 팍~ 팍~ 쏘는 맛 때문에 첫 입에 ‘질리거나’ 혹은 ‘미쳐버리거나’ 극단적으로 선택이 엇갈리는 음식이 홍어 말고 또 있을까. 시큼하고 짭조름한 묵은 김치 위에 쫄깃하게 찐 돼지고기의 사태 살을 올리고 된장 찍어 한 입 삼키면, 몇 초 후에 맵싸함이 목 뒤 쪽으로 넘어갔다가 비강을 타고 코 쪽으로 되 올라온다. 이렇게 제대로 삭힌 홍어는 후각, 미각, 촉각이 곤두서고, 숨이 턱턱 막힌다. 급한 생각에 꿀꺽 삼켰다간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마저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 해 몸서리가 쳐지는 홍어.
세상 음식 다 먹어도 이 냄새 때문에 먹지 못한다는 사람에게 홍어를 억지로 먹일 필요는 없다. 무엇에도 비길 수 없는 홍어의 진미를 아는 사람이 먹기에도 부족할 판에 맛도 모르는 어중이떠중이에게 시식의 기회를 줄 필요가 …… 
허! 서론이 길다……? 급해진 독자는 홍어 맛을 제대로 알고, 이미 느끼고 있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소박한 식당에는 더 소박한 주인부부가 있다

◇ 은대구뽈찜은 알을 낳기 직전인 요즘 같은 봄 철이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시기. 달착지근하면서 구수한 찜을 먹고 나면 기운 없던 사람도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이 이 뽈찜이다. 이밖에 약간 짠듯 하지만 볶음우동도 별미.

“모르겠어요. 내세울 것도 특별히 없는데……”
한식당 ‘초원의 집’ 홍어회무침이 맛있다는 추천이 올라왔다고 했더니, 학교 갔다 온 아이들이 푹푹 떠다 실컷 먹어도 걱정 안 되는 ‘가정식’으로 만드는 것 밖에 할말이 없다며 겸손해 한다. 식당이야기는 음식이 주인공, 우리는 그것만이 궁금할 뿐이다. 
코퀴틀람센터 존슨 거리를 따라 센터 몰을 끼고 뒷길을 돌면 우측에 ‘초원의 집’ 간판이 보인다. 예상했던 대로 소박한 집에는 더 소박한 주인 부부가 있다. 개업 후 광고 한 줄 내지 않고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단골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부부. 최현숙, 서재필씨다. 알고 찾아오는 단골이 많긴 많은 듯, 초원의 집 위치를 묻는 기자에게 “코퀴틀람 센터에 그런 집이 있어요?” 되묻는 사람이 몇이나 있었다. 그들은 메뉴판에도 없는 ‘해파리 냉채’ ‘갈비찜’ ‘고등어 김치찜’ 같은 음식을 해달라고 졸라댄단다.
“그냥 해 줘요. 돈이 탐나서가 아니라 꼭 그게 먹고 싶은데 사정이 안되니까 해달라는 것이고 다 아는 사람이니까 편해서 그러죠.”
이런 식당은 또 첨 본다. 최씨는 장롱면허가 많은 외국에서 한국에서 이미 조리사 경력으로 밴쿠버 입성을 했다. 이곳에서 다시 10년을 보냈으니 대충 꼽아도 공식적인 경력만 20년이 족히 넘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경력이 손맛을 대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롱속에서 막 깨어난 자격증 소유자의 손맛과는 다르다는 얘기. 그러나 밴쿠버에서는 처음 들어갔던 식당에서만 10년을 보냈고, 1년 전 더 나이들기 전에 해보고 싶어 조용히 문을 열었다. 욕심이라고는 약에 쓸래도 찾아보기 힘든 부부다.  
집에서 엄마에게 부탁하듯, ‘아무거나’ 먹고 싶은 메뉴를 만들어달라고 졸라대는 단골들에겐 의미 없는 메뉴판을 펼쳤다. 이 집에서 음식이야기로 긴 말이 필요 있을까…… 싶다. 그러나 꼭 맛보고 가야 할 메뉴 홍어회무침과 대구뽈찜을 시켰다.

“홍어! 너 맛 없기만 해봐~”

맛으로 추천된 메인 메뉴 홍어회, 아쉽게도 한국에서 먹는 삭힌 ‘그런 홍어회’는 아니지만, 빨간 고춧가루 색이 곱게 물들어 맛깔스럽고 정갈하게 나왔다. 먹어보지도 않고 트집 잡는 아이처럼 젓가락으로 홍어무침 속을 홀랑 뒤집었다. 다시 뒤집고 또 다시 뒤집어도 납작하게 썬 홍어살이 그득하다. 간간이 무채가 섞이긴 했어도 잡다한 건더기들로 눈속임하는 그런 홍어무침이 아니다. 온통 홍어들로만 깐깐하게 무쳤다.
“너 맛없기만 해봐” 벼르는 사람처럼 홍어 한 점을 혀끝에 살짝 올려 씹지 않고 ‘짭짭’ 양념맛을 한껏 느껴보았다. 한국에서 먹던 삭힌 홍어회 맛에 대한 기대를 끝내 버리지 못하고 불만스럽게 뒤적거렸던 젓가락질, 마음질을 딱 멈추게 하면서, 매콤 달콤 새콤함이 황금비율로 어우러진 맛이 삭힌 홍어 맛 아니라고 부린 괜한 심술을 싹 걷어간다.
한국에서 주방장으로 십 수년을 일한 경력과 그 자격만으로 워킹비자를 받아 초청된 최현숙씨가 본래 홍어회의 그 톡 쏘아대며 숨을 턱턱 막는 홍어 맛을 모를 리가.
“잘 알지요. 홍어를 제대로 삭혀 만들 수도 있지요. 어림없어요. 위생검열에서 절대 통과 못합니다. 김치도 시어진 걸 상했다고 생각하던 인식을 바꾸느라 시간이 걸렸어요.”
주인도 기자도 삭힌 홍어 제 맛을 기다린 독자들도 아쉽긴 마찬가지일 듯. 그러나 충분하다. 그 아쉬움을 대신할 이유. 
 
지방이 축적된 요즘 대구뽈찜 제철

은대구의 머리부분을 콩나물, 미나리, 버섯…… 온갖 야채를 넣어 만든 대구뽈찜. 머리라 먹을 게 없을 것만 같은 이 뽈 찜은 양념이 생명이다. 어지간히 맛있는 양념이 아니면 입안에서 미끈대기만 할 뿐 맛이 없는 까다로운 음식. 아귀찜처럼 칼칼하면서도 구수하고, 원래 대구 살이 아귀보다 달작하면서 매끈거리는 뒷맛이 맛있다. 아무리 이름난 곳을 찾아가도 주 재료만 바뀔 뿐 양념장 재료는 거기서 거기라는 이 대구뽈찜, 다시 말해 양념장을 잘 만드는 것이 이 요리 맛의 관건이란 이야기다. 큼직한 대구머리에 톡 터지고 나면 무용지물이 되는 미더덕에 아삭한 콩나물이 듬뿍, 갖은 야채에서 우러나온 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구뽈찜 한 접시면 세상이 부럽지 않다 고운 고춧가루만 쓰면 텁텁한 것도 이 요리. 역시 굵은 고춧가루와 고운 가루를 4:1비율로 섞었단다. 제철 음식은 야채만 있는 게 아니다. 대구뽈찜은 봄에 알을 낳기 위해 가을부터 지방이 축적되어 있는 요즘이 제 철이라고. 이맘때 잡은 대구는 아무것도 안 넣고 끓여도 맛이 있다고 할 만큼 대구 맛이 1년 중 최고인 시기다.

*영업시간  
    월~금요일 11:30 am~12:00 am
     주말           11:30 am~1:00 am
*주소   #107 Glen Dr.
              Coquitlam centre
*전화   (604) 468-2661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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