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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살이 외로움에, ‘아귀찜’너 밖에 없다”-‘한송(韓松)’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3-02 00:00

대한민국 서울 신사동, 낙원동 ‘아귀찜’ 그 맛을 아는 사람만 주목!

 “무조건 태클에 출처 불명의 추측성 태클까지”

‘밴쿠버 숨은 맛 집’을 올리는 밴쿠버 사이트에서 찾아 낸 한식당 ‘한송’. 추천 메뉴는 아귀찜이었다. 그물에 올라오면 재수없다고 바다에 도로 던져 넣을 때 물이 ‘텀벙’ 하는 소리를 의미하는 ‘물텀벙이’으로도 불리는 아귀. 담백한 대신 생선 살 맛이 특별하지 않아 양념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아귀찜 요리는 생각보다 맛내기가 까다로운 편이다. 이 아귀찜을 싫어하는 한국인은 별로 없을 듯.

밴쿠버에서 아귀찜 잘 하는 집이라는 글을 본 다음날, 한식당 ‘한송’을 간다고 했더니 여기 저기서 ‘태클’을 걸었다. 이유는 ‘맛이 없다’ ‘주인이 자주 바뀐다’에서부터 직접 가서 먹어보지 않은 사람까지 ‘왠지 맛이 없을 것 같다’는 원인불명의 추측성 태클까지. 보통은 “그 집 비빔밥은 맛 없고 된장찌개는 맛있더라”는 정도인 것과 달리 안티가 나서기는 처음.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다. 직업의식 투철하고 사명감에 불타는 밴쿠버 조선일보 기자로서 사실이라면 이유라도 알고 싶은 마음에 ‘한송’을 찾았다.

노스로드 대로변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주차장은 양쪽으로 드나들게 되어 있어 편리해서 좋다.

‘한 송’의 맛? 결론부터 말하면, 별 다섯 개 만점에 아귀찜 ★★★★★, 신 할머니 보쌈 ★★★★★, 냉면 ★★★★★. 이 메뉴를 먹어보지 않았다면 이 집 맛의 평가는 잠시 꺼두시길.

강남구 신사역 사거리 아귀찜 맛이 그립거든~

한식당에서 육수 맛을 보려면 냉면, 맛깔스런 손 맛을 보려면 김치를 먹어보면 제격. 메뉴판을 열어보지도 않고 냉면과 아귀찜을 주문했다.

◇ 2006년 가을부터 직접 소스를 만들어 한송의‘맛’을 확 바꾼 채규범, 김순영씨 부부. 식당 문을 열면 친절하게 인사를 하는 중년의 남자가 있다. 물어보지 않아도  끔찍하게 부인의 건강을 염려하고,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는 채규범씨다.

밴쿠버에서 아귀찜을 먹는 게 얼마만이던가. 빨간 고춧가루 머금은 토시토실 한 콩나물이 모락모락 김을 피워내는 아귀찜만 봐도 꿀꺽~ 군침이 넘어간다. 아귀찜은 아귀가 많아야 한다는 평범한 원칙을 지킨 듯, 아귀 덩이가 실하면서 양도 많이 나와서 만족 지수에 별 한 개. 아귀찜을 시켰는데 아귀는 없고 ‘콩나물 찜’으로 변질된 아귀찜도 흔한 터라, 수북이 올려진 콩나물과 야채 속으로 젓가락을 넣어 콕콕 찔렀다. 홍합 껍질에 조개 껍질이 걸려드는 소리, 잘 익은 해물에 젓가락이 꽂히는 감각…… ‘많다’는 만족감에 우선 기분이 좋아진다. 별 두개 추가.

큼직한 홍합에 수염 긴 대하, 오들오들 한 쭈꾸미, 오징어, 미나리, 양송이…… 의심 잔뜩 품고 뒤져댄 사람 무안 할 해물과 야채 가짓수다.

“감 맛이 나서 감이라 했사온데…… 무엇이라 하옵니까” 장금이의 절대미각을 물려받았을리 만무하지만, 혀끝을 예민하게 세운 다음 숟가락 끝으로 소스를 떠서 맛을 보았다.

음…… 이 맛이다. 아니 그 맛이다. 서울 강남의 신사동 사거리, 낙원동 골목에서 먹던 아귀찜. 서로가 원조라며 여기도 저기도 ‘마산 할매 아귀찜’이라 내세우는 간판들 속에서 제대로 된 아귀찜 맛을 맛을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 맛이다.

한송의 아귀찜은 좀 특이한 데가 있다. 원래 매운맛은 첫 수저에 가장 강하게 느끼는 법. 이 집 아귀찜은 입안에서 잘 느껴지지 않다가 목을 타고 내려가면서 후끈해 진다. 이 맛에 빠져 정신 없이 먹고 나면 뒤 늦게 ‘아, 맵다’ 신음하게 된다. 강한 매운 맛이면서 달콤하기도 하고 남의 입안을 제 멋대로 휘젓는다. 포실 포실 한 아귀 살집을 잘 익은 콩나물 건져서 감싼 다음 한 입, 큼직한 대하 새우와 조갯살까지 쏙쏙 빼먹다가 보면 어느새 접시는 바닥에 깔린 소스만 남아 있다. 이제 이 소스가 또 빛을 발휘할 차례. 남은 소스에 밥 한 공기를 넣어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린 다음 김 가루 솔솔 뿌려 먹는 볶음밥도 별미 중에 별미다.

야채와 과일을 갈아서 당귀, 갈근, 감초를 넣어 먼저 육수를 만들고, 여기에 갖은 양념과 새우와 해물, 와인, 고춧가루를 버무려 숙성시킨 양념소스는 이만하면 훌륭하기까지 하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이제 당연히 생겼을 의문.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맛이 없다’고 하는 것일까.  

“맛에 대한 소문의 진위? 사실이었다. 그러나…”

소문을 믿는 사람에게는 헛소문이고, 헛소문이라면 주인 김순영씨의 입장은 몹시 억울 할 듯. 거두절미하고 직선으로 질문을 던졌다.

“2005년도 10월에 ‘한 송’을 인수하고 나서 허리 수술을 두 번이나 하고 꼼짝을 못했어요. 식당 인수할 때 있던 주방장에게 맡겨두고 가게를 나올 수가 없었죠. 주방장은 레서피대로 만들고 있다고 했지만, 식당이 어디 음식공장 입니까. 레서피는 음식을 만드는 방법이지 맛을 내는 방법은 아니잖아요.”

소문의 진상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었다. 저렴한 가격으로 빨리 만들어내는 속도에 비중을 두는 ‘영업적인 음식’에 익숙했던 주방장이 전문점의 ‘맛’에 대한 책임감과 기술은 부족했다는 말. 주방장을 내 보낸 뒤 아픈 몸을 이끌고 직접 나와서 김씨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육수 보관 통을 몽땅 버린 일.

“육수와 소스를 한가지 만들어서 모든 요리에 다 사용하면 어떤 재료를 쓰던 각각 제 맛이 나겠어요? 메뉴마다 다 다른 소스와 육수로 제 때 제때 만들어내야 메뉴가 가진 저마다의 맛을 살릴 수 있지요.”

김씨는 밴쿠버 ‘라디오 코리아’에서 음식 칼럼 방송을 하고, 음식점을 운영하며 ‘잔뼈’가 굵은 요리의 베테랑. ‘한 송’은 세 번째 운영하고 있는 식당이다. 지금도 힘든 일은 못하지만 주방장을 내보내고 육수와 소스를 직접 만들며 맛에 매달린 결과, 지난 가을부터 한번 다녀간 사람들은 반드시 다시 찾고 있다.

‘한 송’에서 절대강자 ‘신 할머니 보쌈’ & ‘냉면’

아귀찜을 맛본 사람이 다음에 올 때는 무얼 먹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보쌈과 냉면이다. 물을 붓지 않고 압력솥에 쪄낸 돼지고기는 기름기를 쫘악~ 빼버리고 수분만 적당히 남은 것이 쫄깃하면서 고소하다. 그러나 보쌈의 맛은 고기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알맞게 절여진 배춧잎, 여기에 채 썰어 절인 다음 물기 꼭 짜서 싱싱한 굴과 생 오징어 듬뿍 넣어 버무린 보쌈김치 올려서 먹는 그 맛. 꼬들꼬들하게 씹히면서 매운 듯, 아닌 듯 사람을 홀리는 맛이 숨어 있다.

배부르다 해도 냉면!! 특히 냉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알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할지도……  냉면은 아귀찜을 시키면서 함께 시켜서 아귀찜을 먹기 전 한 입을 먹어봐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1시간이 지나도 국물에 전혀 기름이 뜨지 않으면서 새콤 달콤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깔끔한 첫 맛이 끝까지 지속되는 기가 막힌 맛을 간직하고 있는 이 냉면을 직접 뽑는다던가하는 거창한 비법은 없다. 비밀은 육수에 있다. 이 비밀만은 끝내 망설이던 채규범씨와 김순영씨 부부. 딱 한마디만 한다면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노가리’만 사용한다는 것. 냉면은 보쌈을 먹을 때나 아귀찜을 먹을 때 한 그릇 시켜서 곁들이면 한층 입맛을 살려 준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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