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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일선에서 은퇴했을 뿐, 죽는 날 까지 은퇴는 없습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2-05 00:00

신년기획 / 은퇴자들이 사는 법(5) 지식을 나누고, 나누기 위해 배우며 행복을 찾는 사람 이영화 목사

"일선에서 물러난 목회자들의 은퇴 후 대책이 크게 부족한 한국에서 은퇴한 목사들은 일종의 '소외계층'이라고 한다. 그러나 비교적 늦은 나이인 35세에 신학교에 입학, 5년 전 은퇴한 후 우리 교민들을 위해 종파를 불문한 지식나누기를 하며 보람된 삶을 살고 있는 이영화 목사. 그는 "인생은 60부터 시작이다. 목회 일선에서는 은퇴했지만, 죽는 날까지 은퇴는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교민들 사이에서 '영어 잘하는 목사님'으로 통하는 그의 긍정적이고 진솔한 삶의 목소리는 '이제부터 시작'이란 말로 들린다.

은퇴 후 더 바쁜 삶, 존재를 낮추고 봉사하며 보람을 찾는다

"짧은 문장은 통 문장으로 외우세요. Do not judge, or you too will be judged......비판을 받지 아니 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이 말씀은......"

일요일 오후 코퀴틀람의 한 교회 2층 예배실. 문법을 겸한 영어성경을 가르치는 이영화 목사의 목소리는 칠순이라 믿기 어려운 힘을 싣고 계단너머까지 쩌렁쩌렁 울린다.

"일할 때가 바로 내가 쉬는 때이다." 노년까지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쳤던 화가 피카소의 말처럼, 일 할 수 있음이 몹시 행복한 노목회자의 열정적인 강의에 열 다섯 명의 수강생들은 숨을 죽이며 듣고 있었다. 강의가 끝나길 기다리며 벽에 붙은 사진을 잠시 구경하는 사이 강의는 끝이 났지만 30분 이내 다운타운까지 가야 한다고 했다.

매주 다운타운 동성애자들의 거리에서 설교를 하는 한인 목사의 설교통역 봉사를 하기 위해 가는 길이라고 했다. 캐나다 현지 교회 목회자로 은퇴한 이력과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음을 익히 아는데, 직접 설교를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설교에서 통역을 한다는 것이 의아했다.

"동성애는 하나님께서 원치 않으시는 행위이며, 용서하려고 해도 해마다 캐나다 거리에서 당당하게 퍼레이드까지 하며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자랑스러워 하는 행위" 때문이라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은퇴 이전보다 더 바쁜 일정으로 활기차게 은퇴 이후의 삶을 살고 있는 이영화 목사. 그의 이력은 교육자와 목회자로서 무채색의 간결하고도 평이한 삶을 살아 온 '과거'와 보람 있는 삶을 살고 있는 '현재'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쌓은 조금은 특별한 이력

서울 대광고등학교, 고려대학교 영문과 졸업, 코리아헤럴드 영어교육원 연구원, 고려대학교 영문과 교수, 캐나다 조달청 7년 재직, 35세에 신학교 입학, 캐나다 교회 목회자, 은퇴.

그의 이력을 풀어서 보면 이렇다. 코리아 헤럴드 영어교육원에서 영문 소설과 '타임'지 강독, 32세에 캐나다 동부 '패릿'으로 이민을 왔으며, 6개월 후 온타리오로 이주한 다음 조달청에서 7년간 근무를 했다. 이때 신학교를 다녔고, 졸업 후 모교인 고려대학교 여석기 교수를 비롯한 지도교수의 요청으로 모교에서 얼마간 후배들을 가르쳤다. 이후 캐나다로 다시 돌아와 목회자가 되었고, 65세에 은퇴. 현재 한국 나이로는 70세가 되었다는 것.

이력에 기재되는 항목이 짧을수록 그 사람의 성실성이 돋보이고, 복잡할수록 다양성이 돋보이는 성향을 가졌다고 한다. 그의 과거 이력이 단 두 줄로 쓰여지는 삶은 '목회자니까 그렇다'고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은퇴 후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현재 시간은 무엇으로 채워지고 있을까.

고정된 목회 일정 대신 교민을 위한 영어 강좌가 대체 되었을 뿐, 시간의 배분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했다.

'캐나다 대법원 한국어 법정통역', 매주 금요일 교민들을 위한 일간 '밴쿠버 선' 무료강의, '타임지' 무료 해설 강의, 다운타운 동성애자들의 거리 한인 목회자 통역, 교민을 위한 영어 ESL, 성경 강좌(성산교회), 도서 번역, 캐나다 교회 초빙 설교.....

잠깐 점검해 본 일주일의 스케줄 표에는 당분간 새로운 계획이 비집고 들어 갈 틈이 없어 보였다. 설교준비와 목회를 위해 개인적인 약속을 거절 할 수 있었던 과거에 비해, 은퇴 후 '한가해졌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과의 약속이 더해진 요즘 실제로는 더 바빠졌다고 한다.

"은퇴 목회자로서 봉사는 기본, 교민사회를 위해 힘 보태기"

"열심을 낼 일이 있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입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이 '편안한 노후'를 보장 받을 지는 몰라도 '행복한 노후'를 보장 받게 되는 것은 아니지요. 젊은 날은 각자의 의지대로 살기위해 남을 돌아볼 수 없었으니, 은퇴 후에는 꼭 돈을 받는 일이 아니라 해도 신앙 안에서 내 능력을 최대한 사용하여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또 그의 희망을 통해 나 도 보람을 찾을 수 있다면 노장에게 그보다 더 행복한 삶이 어디 있을까요?"

그의 주장은 쓰러져가던 미국 자동차회사 크라이슬러를 회생시키고 미국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아이아코카가 "나의 은퇴생활은 실패했다"고 고백하며, 노후의 행복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했던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대화는 시종일관 종교와 크게 무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종교를 내세워 세상살이에 무조건 배타적이지도 않는, 은퇴자의 순수한 일원으로서의 기준을 지키는 선에서 이야기는 이어지고 있었다.

보통의 사람들이 이전 신분을 껴안고 세상이 나를 향해 돌아서 주길 기다리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과 달리, 세상 속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가 그들에게 흡수되어 존재를 낮추는 지혜로 누구보다 마음이 풍요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는 이영화 목사. 그에게 있어서 행복의 첫번째 조건은 감사하는 생활이라 할 수 있겠다.

"언어에 재능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그 재능을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고, 그것이 우리 교민사회 라는 것에 더욱 감사한다"고 했다. 모든 일을 기쁨으로 연결하며 살아가는 긍정적이고 순수한 가치관을 소유한 노년의 모습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이것은 또 그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전혀 염려하지 않고, 지금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수 있는 정신적인 풍요의 기반이기도 했다.

'인생은 60부터, 은퇴자들의 지혜 교민사회를 위해 쓰자'

"은퇴자들의 연륜과 경험은 어떤 교과서보다 정확하고 지혜가 들어 있을 것 입니다. 내가 보기에 하찮고 작게 여겨지는 내 재능이 또 다른 남에게 크게 쓰여질 수 있습니다. 그 소중한 자원을 썩히지 말고, 작은 능력이라도 누군가를 위해 사용할 곳을 찾아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항상 기도하며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며 노년을 사셨으면 합니다."

'기도 하는 삶'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으라는 지극히 목회자다운 부탁을 잊지 않는 그의 수입은, 봉사 외 기본적인 경제활동 영역이 있는 만큼 일반 은퇴자들에 비해 많은 편이었다. 나라에서 지급되는 은퇴 연금과 비정기적인 통역비, 번역료, 초빙 설교사례 등. 대신 활동 범위가 넓은 만큼 지출도 큰 편이어서 잔액이 '0'이긴 마찬가지였다.

인터뷰 도중 전화로 연결된 부인 이강숙씨는 "마이너스"라고 했지만, 그는 "목회자의 삶은 물질에서 현역시절이나 은퇴 후에도 일반인들과 달라야 한다"고 일축했다. 세속적인 마음으로 돈을 바라보며 돈을 위해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

은퇴한 노목사의 분명한 신념 앞에서 노년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시간이 아니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미 자신의 삶 자체로 ‘아름다운 노년’의 표상을 보여주고 있는 이영화 목사. 이래서 "인생은 오를수록 숨이 차지만 시야가 점점 더 넓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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