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그라우스 정상에서...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2-01 00:00

그라우스 정상에서 우박비를 맞으며

松鷄山上冒颱風雹雨
Grouse Mt.에서 태풍과 우박비를 맞으며

衆嶺白晝昏暗中 대낮에도 뭇산들이 어둠속에 묻혔는데
飛空籃車陰氣湧 공중나는 케이블카 음산한기 솟구치네
暴風萬壑裂天地 골짜기에 부는폭풍 하늘땅을 찢어놓고
滂打雹雨千箭痛 얼굴치는 우박비는 화살천개 쏘는구나
滿山柏林盡埋雪 온산가득 전나무숲 눈에죄다 파묻혀도
酷歲風霜不屈容 모진세월 풍상에도 꺾지못한 모습이네
異鄕作客今年暮 타향살이 나그네라 이한해도 저무는데
願化一松松鷄峰 원하노니 이내몸은 그라우스 솔이되리
 
丙戌陽十一月十五日登松鷄山暴風雹雨之中梅軒痛吟
병술년양 11월15일 Grouse Peak에 올라 폭풍과 우박비를 맞으며 매헌은 통쾌히 읊다
 
*註: Grouse Mt.의 Grouse는 산닭인데 일명 솔닭 즉 松鷄라고도 함. 대개는 산 이름을 한자로 옮길 때 소리를 옮기지만(音寫) 여기서는 친근감을 주는 의역을 하여 송계산(松鷄山)으로 번역.

개인이나 소그룹은 차치하고 이곳 밴쿠버에 '무슨 무슨 산우회'라는 간판을 건 단체가 이젠 각 요일마다 있어, 개인의 취향이나 체력에 따라 취사선택할 수 있는 사치마저 누릴 만치 밴쿠버 교민사회의 산행문화가 백화노방(百花怒放)하는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자기가 소속한 산행단체가 일기불순을 이유로 산행을 취소하는 일이란 거의 없다. 만약 악천후로 산행을 취소한다면 그건 산행클럽으로서 자격 미달이다. 개인은 산행의 지속성을 통해 서서히 '나이롱 산행인'에서 '진국 산행인'으로 거듭난다.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거나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는 경우야 예외지만 그 외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속적인 산행을 결심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일전에 웹사이트에 이런 '나이롱 산행인' 백태를 풍자한 재미있는 글이 올라와 나의 눈길을 끌었다. 제 8급은 타의입산형인데 휴일이면 TV에 눈을 박고 살지만 회사나 모임에서 결정된 산행에 할 수 없이 따라 나서는 사람으로, 비가 억수로 쏟아져 산행이 취소되기를 바라는 놀부 심보가 있다나. 제 7급은 증명입산형으로 산행이 아닌 사진 찍기가 목표다. 경치만 좋으면 찰칵찰칵 증명사진 찍 듯하여, 그 사진을 산이라는 산은 다 가봤다는 자료로 활용한다. 제 6급이 섭생입산형인데, 이 부류는 오로지 한 배낭 가득 짊어지고 산꼭대기가 아닌 계곡에 퍼질러 앉아 실컷 먹기 위해 산으로 가는 식도락가 타입. 제 5급이 중도입산형인데 중도에서 꼭 하산하는 게 특징. 대개 '꼭대기에 올라가면 밥이 나와 쌀이 나와'하며 자기합리화를 한다. 제 4급은 화초입산형. 이 부류는 내내 집에만 있다가 진달래 철쭉꽃 피는 춘삼월이나 만산홍엽으로 불타는 가을에 갑자기 산에 미치는 형으로, 제 얼굴 못난 까닭에 예쁜 꽃이나 단풍을 꼭 끼고 사진을 찍는다나. 제 3급은 음주입산형으로 그래도 좀 산을 아는 인간이며 산행을 마치면 꼭 '하산주'를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정상에 올라간 성취감을 꼭 하산주로 되물려 받아야 한다는 괴기한 논리를 펴는 '마시자'파라고 함. 제 2급이 선수입산형인데 산을 마라톤 코스로 생각하여 산행을 즐기기보다는 산을 몇 개 넘었다느니 하루에 이렇게 많이 걸었다느니 하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산에 가는 사람으로, 달리기 시합에 나가면 늘 꼬랑지라나. 제 1급이 무시로입산형인데 이 부류는 산행의 정신을 좀 아는 까닭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집에 무슨 일이 있거나 계획한 산행은 꼭 가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폭풍이 몰아쳐 "오늘 산행 취소지요?"하고 물으면 "넌 비 온다고 밥 안 먹냐?"고 되묻는 무식함이 돋보이는 부류라나.

우스개 소리 같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의 급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정곡을 찌르는 개그 아닌 개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어디에 속할까...솔직히 3급의 음주입산형에 1급의 무시로입산형을 혼합한 타입이지 싶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꽃 피고 새 우는 봄, 여름, 가을보다 겨울에는 산행을 나서는 사람들의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눈 산을 오르자면 장비구입에 적지 않은 돈이 드는 것도 이유겠지만 그보다는 겨울의 밴쿠버 기후가 맨날 비만 내리니 그 눈비를 맞으며 위험한 산을 갈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편다. 지극히 올바른 생각이다. 하지만 겨울 산행에는 여름 산행을 훨씬 웃도는 희열과 낭만이 있다. 밴쿠버에 살다 보면 허구한 날 비만 내리는 밴쿠버의 하늘을 원망하기 십상이다. 더러는 우울증을 호소하며 이를 날씨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시내버스로 이동이 가능한 밴쿠버 시내 3개 스키장에 인접한 설경 등산로를 걸어보라. 그야말로 '설경천국'(winter wonderland)이 눈앞에 전개되어 딴 나라에 온 느낌이다. 밴쿠버에 살면서 겨울 산행을 하며 멋진 설경을 감상하지 않는 것은 손해를 봐도 엄청 보는 것이다.

흔히들 위험하다고 하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모두가 주립공원 경내의 정상 부근인 까닭에 눈사태 위험이 거의 제로 상태이다. 그리고 스키장을 따라 친절하게 장대를 꽂거나 위험지역엔 새끼줄까지 둘러친 등산객 전용 트레일이 있다. 이따금씩 발생하는 조난 뉴스는 밑에서 정상으로 오르다 눈사태를 만나거나, 위험경계선을 월경한 스키어들이나 등산객들의 부주의 때문인 것이다. 문제는 춥고 우중충하고 비오는 겨울을 탓하며 아늑한 안방에 안주하려는 실내심리내지는 무사안일주의인 것이다. 이를 단칼에 내려치고 겨울산에 한번만 올라보라. 그리고 눈 시리게 아름다운 설경과 눈꽃이 만발한 침엽수를 바라보라. 지금까지 이런 걸 놔두고 저 갑갑한 평지의 도심에서 허송한 세월이 야속하다는 생각마저 들 것이다.

필자가 간혹 지인들로부터 받는 질문이 바로 겨울 산행은 위험하다는 것으로 일관되고 있었다. 하지만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한마디만 해 줄 수 있을 뿐이다. 아직도 겨울산행이 위험하다고 망설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송두리째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간단한 겨울 등산복 차림에 도시락 하나 물병 하나 들고 집을 나서면 그만인 것이다. 평지처럼 돈 쓸 데도 없으니 자동차 휘발유 값만 있으면 아름다운 설경을 무료로 볼 수 있지 않은가... 겨울산은 자기를 배방하러 찾아온 용기있는 순례객들에게 지상 최대의 라이브 쇼를 제공할 것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검은색 밴 운전 용의자 찾는 중
노스 밴쿠버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한 납치미수 사건 3건이 연달아 발생해 관할 시경이 부모들과 아동의 주의를 촉구했다. 용의자는 검은색 밴을 운전하는 남성으로, 차 뒷편 유리창에는 '베이비시터'란 단어가 새겨져 있다. 납치대상이 됐던 아동들의 진술이...
준비된 지도자(2) 2007.02.20 (화)
지난 주에 이어, 한인계 출신(편의상 홍길동이라고 불러보자)이 캐나다 정치계에 입문하려고 생각한다면 기본적으로 잘 준비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다뤄보겠다. 둘째, 홍길동 후보는 정치입문을 위해 누구를 어떻게 벤치마킹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야...
3월 봄방학과 함께 미국을 여행하는 캐나다 국민들은 새로운 규정 때문에 다시 한번 이 정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지난 1월 23일부터 항공편을 이용하는 캐나다 국민도 반드시 여권을 소지하도록 했다. 이로 말미암아 캐나다 여권사무소 앞에는 여권을...
환상(幻想) 또는 환상(幻像), 깨지지만 않는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또 어디 있을까. 냉정한 현실에 살면서도
지난 주에 이어 통풍(痛風)의 원인과 치료,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통풍이 발생하는 원인 중 두 번째는 담열(痰熱)이다. 위장 기능이 약하거나 신경을 많이 쓰면 기(氣)의 순환이 장애를 받아 몸 안에 담(痰)이라고 하는 노폐물이 생기는데 이러한 담이 오래되면...
2007!! 밴쿠버에서 맞이하는 정해년 설날!
‘설’은 새해의 첫머리란 뜻이고‘첫머리+ 날, 즉 첫날이란 의미를 지닌 설날. 설날 놀이로는 뭐니 뭐니 해도‘윷이야~ 모야~’소리치며 던지는 윷놀이 만한 게 없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떨어져 왠지 울적한 마음을 싹~ 날려버릴‘윷놀이’한판. 가족대신...
은퇴자들이 사는 법(7) BC주의 유언장 제도
사회계약을 바탕으로 발전해온 영어권 사회에는 '유언장'(will)을 작성하지 않고 사망한 사람'을 지칭하는 'intestate'란 단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서류 형태의 유언장 작성을 중시하고 있다.
Music and Lyrics 2007.02.19 (월)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지난 14일 개봉한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Music and Lyrics)은 왕년의 팝스타가 작사에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 여자를 만나 인생 최고의 히트송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Departed- 2007.02.19 (월)
기대가 높을수록 실망도 커지는 경험은 영화에서 유달리 도드라지지만, 마틴 스코세지 연출에 잭 니콜슨, 레오나도 디캐프리오, 맷 데이먼 트리오가 빚어내는 ‘디파티드'(Departed)는 그 흔치 않은 예외다. 홍콩 영화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원작...
경복궁(리치몬드)
밴쿠버 공항이 있는 리치몬드에 위치한 ‘경복궁’은 밴쿠버에서 여러모로 주목 받는 식당이다. 200평에 달하는 넓은 면적과 물속에서 가라앉는 목재
설날을 맞은 18일, 서광사 청소년 사물놀이팀 '두레패'는 차이나타운 소재 인터내셔널 빌리지에서 우리 전통가락 '3도 농악가락'을 선보였다.  18일 차이나타운 인터내셔널 빌리지에서 열린 서광사 두레패 사물놀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많은 시민들. 한창현...
설날을 맞아 코퀴틀람 헨더슨 몰에서는 17일 중국전통 사자춤(舞獅, 중국어로 '우시') 공연이 열렸다. 중국인들은 설날 녹색 채소와 함께 붉은 봉투에 돈을 넣어 상점 앞에 걸어두고 사자들이 이를 먹는 것을 재현한다. 이를 '초이창'이라고 부르는데 이 때 사자춤을...
리치몬드 성매매업소에서 검거된 6명의 한국여성이 추방됐다(본지 2월 17일자 A3면 보도 참조). 경찰 합동수사팀은 지난 8일, 압수 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3곳의 성매매 의심 업소를 급습하고 모두 14명을 붙잡았다. 경찰은 리치몬드 소재 한 가정집에서 남자...
한인사회 저력 확인한 '한인 설날 축제'
한인 1.5세와 2세들의 모임 C3에서 준비한 '한인 설날 축제' 한마....
BC 정계에 부는 자정 노력
선거에서 자신을 이긴 상대방을 '감자 머리'에 비유해 이메일을 보낸 BC주 신민당(NDP) 당직자가 당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신민당 당원 홍보담당 마이크 핸슨씨는 2005년 5월 BC주선거에서 캠룹스-노스 톰슨 선거구에 출마했다가 자유당 케빈 크루거 후보에게...
가짜 신분증 사용한 미성년자도 벌금
BC주정부가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한 주점과 주류 판매점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한다. 존 레스 BC 법무부 장관은 "미성년자 음주는 성 폭행, 교통 사고, 폭력 사고 등 비극적 결말을 초래할 수 있다"며 "미성년자에 대한 주류 판매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치안...
떡에서는 겨울냄새가, 새해 냄새가 느껴진다 창의적이다 못해 도발적인 요리사 이현자 주부(노스밴쿠버 거주)
한끼로도 충분한 대표적인 국민간식 떡. 베이커리 못지않게...
객실당 1만5000달러로
밴쿠버 시내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주민들이 이용하는 주거용 호텔 1인 객실(SRO)이 재개발로 인해 계속 줄어들자 밴쿠버 시의회가 재개발 억제를 위해 소유주에게 부과하는 재개발 신청비를 객실당 5000달러에서 1만5000달러로 3배 인상했다. 그러나 사회보장주택...
지난 해 35만6000건
캐나다 직장에서 폭력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통계청은 2004년 발생한 폭력사건 5건 중 1건이 직장에서 발생했으며 특히 신체적 폭행 사건 발생 빈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은 물리적 폭행, 성폭행과 강도 3가지로 구분되는...
은퇴자들이 사는 법(7) BC주의 유언장 제도 분배에 1년 이상 걸릴 수도...법률 비용도 늘어나
사회계약을 바탕으로 발전해온 영어권 사회에는 '유언장'(will)을 작성하지 않고 사망한 사람'을 지칭하는 'intestate'란 단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서류 형태의 유언장 작성을 중시하고 있다. BC주 유언법(Wills Act)에 따르면 유언은 반드시 문서화되어야 하고...
 1471  1472  1473  1474  1475  1476  1477  1478  1479  1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