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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잃지 마세요(1)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1-23 00:00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의 한 장관이 어느 야전병원에서 두 다리와 한 팔 그리고 한쪽 눈마저 잃은 처참한 모습의 병사를 만나게 됐다. 장관은 모든 삶의 희망을 포기한 모습으로 투병하는 부상병에게 "용기를 잃지 말고 열심히 살아주게. 그러면 오늘의 시련이 내일의 삶을 더욱 의미있게 살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네"라고 말해 주었다. 얼마 후 그 장관은 장관직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장관직을 그만 둔 것에 대한 좌절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대학의 졸업식장에서 그 부상당한 병사를 만나게 됐다. 그 병사가 장관을 보고 반갑게 인사하며 말했다. "장관님, 정말 고맙습니다. 전에 제가 병원에 있을 때 장관님께서 제게 해주신 말씀이 힘이 되어 오늘 이렇게 박사학위까지 받게 됐습니다." 장관은 그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 병사의 삶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됐다. 야전병원에서 무심코 던진 "용기를 잃지 마세요"라는 말 한마디가 절망을 소망으로 바꾸어 주는 놀라운 기적을 일으킨 것과 그 병사의 삶의 모습을 보고 장관도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던 것이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내 주위 사람들을 관심을 갖고 자세히 보는 습관이 생겼다. 물론 할 일이 없어서도 아니고 남의 사생활에 특별히 관심이 있어서도 아니지만, 요즘에 와서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사는지 피부로 느끼게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힘든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용기 있게 잘 살아가는 모습은 나에게 커다란 도전이 되고 있다. 

우리 학원에 금요일마다 물 배달하시는 40대 후반의 '봉이 김선달 아저씨'는 한국에서 'KS'를 졸업하고 '쟁쟁한' 연구소에서 일하다가 자식 조기 유학을 위해 몇 푼 안 되는 재산을 정리하고 이민 와 이것저것 다해보다가 봉이 김선달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매번 무거운 물병을 6층까지 들고 올 때마다 한번도 힘들어 하거나 싫어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혹시 내가 눈치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 분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싱글싱글 웃으면서 늘 열심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내게 도전장을 준 또 한 사람은 우리 학원 근처 일식집의 '칼잡이' 사장님이다. 이 분은 이민 와 이것저것 다해 보다가 뒤늦게 일식집을 시작해서 얼마나 "행복하게" 힘들게 사는지 모른다.  금요일 저녁마다 늦은 저녁 식사를 하러 갈 때면 반갑게 "어서 오십쇼"하며 큰소리로 인사하시는 그 분을 보면서 이유 없는 감사함을 느낀다. 아침부터 밤늦도록 서서 일하는 '칼잡이' 사장님이 손님 없는 시간에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식사를 하고 식당 뒤쪽으로 나와 담배 한대 맛있게 피우면서 러시아산 동태처럼 부어버린 다리를 연신 주무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뭐라고 위로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한참이나 멀리서 바라본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분도 한국에서는 남부러움 없이 잘 나가는 직장에 다녔고 386세대의 대표적인 인물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민 온지 10년 동안 제대로 휴가도 못 가보고 남들 다 가는 가까운 스키장에 가본 적도 없다는 것이다. 현실 상황이 힘들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내게 얼마나 용기를 주는지 모른다.

지난번 우리 학원에 등록하러 온 학부형이 벽에 걸려있는 워터루 대학교 졸업장과 토론토 대학원 졸업장을 자세히 보고 "원장님, 캐나다에서 공부를 이렇게 많이 하고 어떻게 이런 일을..."하며 말을 얼버무리는 것이었다. 그녀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보면서 나는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 분은 자기 아들의 꿈이 워터루 대학에 들어가는 것인데 하면서 말끝을 흐리는 것이었다. 1시간 정도 인터뷰를 한 후에 아들을 데리고 오겠다던 그 학부모는 전화도 없이 오지 않았다. 그 학부모에게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민자들의 현실인 것 같았다. 그 학부모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중요하지만 내 자신이 현실 대처 방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일하며 다리가 러시아 동태같이 퉁퉁 붓지만, 식사 시간이 짧아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먹지만, 그리고 남들 다 가보는 디즈니랜드를 구경해 본적이 없지만, 오늘도 나는 나의 삶의 현장에서 '봉이 김선달 아저씨'처럼 그리고 '칼잡이' 사장처럼 좀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용기를 잃지 않고 최선과 열심을 다해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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