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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를 글로 엮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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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6-12-21 00:00

주입식 교육이 아닌 어린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교육방식과 캐나다 작가들과 함께 어린이 스스로 자신의 책을 출간하도록 돕는 비영리 교육기관 '어린이를 위한 창의적 글쓰기 사회'가 지난 2년을 돌아봅니다. 

아이들의 글쓰기 워크숍에 참여한 아동작가 리 에드워드 포디씨.

2002년 봄 UBC근처의 한 카페에서 리 에드워드 포디(Lee Edward Fodi)라는 젊은 아동작가를 만나 '창의적인 글쓰기 워크숍'을 시작하려는 나의 포부를 털어놓았다. 리는 밴쿠버 작가협회 사이트를 통해 겨우 연락이 닿았던 유일한 작가였다. 리 외에도 유망한 현지 작가들에게 여러 번 프로포즈를 했으나 대부분 무시됐다. 한국 작가라서 무시됐을까? 특히 한국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에 대해 그저 어느 학원 수준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작가들이 많았다. 하지만 리는 달랐다. 한국의 한 작가라고 사칭(?)하는 자가 자신의 출신 나라 이민자 자녀들을 위해 캐나다 작가를 초청해 워크숍을 연다는 것, 단순히 글쓰기 능력 향상이 아니라 어린 시절 작가와의 경험을 통해 안목을 넓혀주고 자신감을 갖게 한다는 것, 영리가 아닌 비영리이라는 것 등에 리는 선뜻 마음 문을 열어 주었다. 그리곤 커리큘럼 개발에 들어갔다. 몇 번의 수정과 보완을 거쳐 탄생한 그 커리큘럼이 아이들의 창의력을 길러주는 거름 역할을 3년째하고 있다.

9살 때부터 글을 썼고, 아동작가가 되기 위해 대학에서 영문학과 미술을 전공했으며, 창의와 상상력이 뛰어나 판타지를 쓰게 됐다는 리 작가는 그렇게 우리 '어린이를 위한 창의적 글쓰기 사회'와 시작을 같이 나눴다. 그의 순수한 의도와 열정에 신도 탄복하셨는지 2-3년 전만 해도 신예 작가였던 그를 이제는 북미의 책 좀 읽는다는 아이는 다 알만큼 유명해지게 하셨다. 특히 최근 출간된 'Kendra Kandlestar And the Box of Whispers'는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보다 더 재미있다는 평을 듣게 됐고 아이들이 좋아 죽는 레모니 스니케트의 언포츄니트 이벤트 시리즈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한국과 캐나다 작가가 한 몸이 돼서 시작한 창의적 글쓰기 워크숍이 이제 3년을 바라보고 있다. 2002년 가을 노스 밴쿠버 지역 아이들을 모아 한 그룹으로 시작했던 워크숍이 매년 불어나 이제는 7-8그룹씩 밴쿠버 곳곳에서 열린다. 참가 작가도 아동작가에서부터 드라마 작가 그리고 대학교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고, 교육의 형태도 집합교육에서 온라인 교육 그리고 정기 워크숍에서 계절별 특별 캠프에 이르기까지 업그레이드됐다. 매년 봄이 되면 '영어 창의적 글쓰기 대회'를 개최해 미래의 작가들을 양성하고 후원하는 사회적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작년에 시작한 이 대회의 성과가 좋아 앞으로 캐나다를 포함해 북미 타 도시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 진행되는 워크숍 그룹 중 초중학생들로 편성된 3년차 그룹은 이 기관의 역사이자 자랑이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로 이뤄진 이 그룹의 학생들은 이미 준(準) 작가 수준의 글쓰기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시'에서부터 '에세이', '장편소설'에 이르기까지 글의 종류에 상관없이 거침없이 써내려 간다. 길이가 2장이든 20장이든 자판을 두드리는 손에 쥐가 나지 않는 한 이들의 손가락은 쉬지 않는다. 워크숍 시간에는 너무 시끄러워 옆 방에 방해가 될 정도로 학습 참여도나 발표력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들은 지난 2년간 매년 다른 작가들을 만나 그들로부터 작가적 영감을 배우고 그들의 다양한 라이팅 및 발표 활동을 통해 동기부여됐다. 이 그룹에 속한 6학년 어린이는 최근 북미에서 열린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poetry) 대회에서 최연소로 당당히 수상해 숨은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아래)

Sadness by Dona Park

Tears
Fall
One by one
I hate you
But
I love you
How can this be
When nobody
Explains
This is what
You call
Sadness

이 아이들이 '글쓰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세가지 이유로 요약된다. 이들은 책을 무지하게 좋아하고 상상하기를 즐겨 하고 그리고 순수하다. 처음 CWC에 참가한 이후 이 아이들은 매월 최소 10권 이상의 책을 읽어댔다. TV 시청과 컴퓨터 게임 대신 책으로 상상력을 키워나갔고, 느슨한 스케줄로 인해 공간 속에서 자유했다. 이런 아이들이었기에, 작가가 조금만 자극하면 자기 본연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글'이라는 도구를 통해 나래를 펼 수 있었고, 어떤 작가를 만나도 쉬이 '판단'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작가와 일심동체가 될 수 있었다. 이 아이들은 글 잘 쓰도록 태어나지도 않았고, 여타의 라이팅 캠프에 참가한 적도 없는 그저 평범하게 자란 어린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이 창의적인 글쓰기 워크숍을 거쳐 이제는 다양한 종류의 글을 더욱 차원 높게 표현해내는 훈련을 무리 없이 수용해 내고 있다. 이중에는 북미에서 찾아보기 힘든 영어권내의 한국출신 작가가 반드시 탄생될 것이다.

이 아이들을 통해 교육의 본연의 목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Education'이라는 라틴어가 말해주듯이 '주입하지 않고 끄집어 내는' 교육, 어린이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재능을 누구나 강제되지 않고, 외우게 하지 않고, 똑같은 독후감을 반복해서 쓰라고 하지 않고, 하기 싫은 말을 억지로 하라고 하지 않고, 효과가 가시적으로 바로 나타나야 하는 조급증에 시달리지 않는 교육. 평가를 시도 때도 없이 하는 게 아니라 최소한 1년, 2년, 3년 단위로 평가 주기를 늦춰보는 교육. 그리고 2개월마다 교육장소를 바꾸는 게 하니라 철학을 가지고 끈질기게 씨름하는 교육.

아이들의 개성과 능력을 아는데 이 기관을 시작한 창립자이자 작가이자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 최소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모임에 참가하는 아이들조차 2년이 지난 후에 '방구석'에서는 보지 못하는 숨은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는 아이들 자체를 알게 됐으니 '무엇을 도와줄건가?'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런 3년차 그룹의 뒤를 이을 그룹들이 현재 밴쿠버 이곳 저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중에는 ESL 학생도 있고,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도 있고, 말을 잘 못하는 아이도 있고, 소심한 아이도 있고, 산만한 아이도 있고, 읽기 노이로제에 걸린 아이도 있고, 코흘리개도 있고, 스스로 알아서 하는 성숙한 아이들도 있다. 각양각색의 아이들이 모여 그룹을 만들고 작가를 만나고 책을 낸다. 이런 제각각 그룹의 향방에 대해 처음 한두 달은 미심쩍어 하는 부모도 있고, 첫 회의 판단으로 그만두는 부모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아이들이 만들어낸 책들과 그 속에 깃들여있는 상상과 창의의 세계는 '인내함으로 얻어지는 교육의 열매'가 얼마나 단지 피부로 느끼게 한다.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부모가 매년 늘어나고 이들의 관심과 성원이 더 뜨거워져 한국의 교육현실을 한탄만 해온 소극적인 우리 1세대 교육자들에게 '미래의 교육은 아직도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불어넣어준다.

2002년 밴쿠버의 한 조그마한 카페에서 행운의 리 작가를 만나 시작된 '어린이를 위한 창의적 글쓰기 사회'는 어린이들 본연의 창의성과 글쓰기 교육의 취지를 되살리고 아울러 한국 후손들의 잠재역량을 키워나가는데 최선을 다해나갈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꿈이자 미래인 것을 잊지 않을 것이다.

박준형
'어린이를 위한 창의적 글쓰기 사회' 설립자 겸 저자
cwc2004_1@hotmail.com (778) 233-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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