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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따라 온천 따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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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6-09-25 00:00

Naksup 온천 건너 Ainsworth 온천으로

23번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Sandon Ghost Town에 들렀다. 은을 캐던 광산촌의 흥청거림은 어디로 가고 지금은 뼈대만 흉물스럽게 서있어 도시 전체가 을씨년스럽다. 다리를 건너면 버스 몇 대가 서있는데 차장이 찻전을 탕탕 치며 "메인이요, 오라이." 하고 외칠 것만 같다. 그랜빌 스트리트행 버스, 렌프류행 버스 등, 버스는 미래로 달리고자 하고 세월은 거슬러 가고자 한다. 웨이트리스 차림의 빨간 입술 마네킹과 귀신 이야기책 정도가 유령을 연상케 할 뿐 어디에도 유령의 흔적은 없다. 박물관엔 당시 쓰던 도구들과 생활용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으나 들르지 않고 지나쳤다. 꼭대기에 있는 Idaho Peak가 궁금하였지만 여느 해보다 늦게까지 남아있는 적설 때문에 돌아서야만 했다.

시가 소유하고 있어 관리가 가장 잘 되고 있다는 Nakusp Hotsprings을 둘러보기로 했다. 1892년 발견된 광물성 온천수로 가장 깨끗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금은 내부수리 중이라 온천에 들어가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주변경관이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커다란 돔 형태의 건축물이 있고 옆으로 스무 남은 개의 랏지가 있다. 8월에는 열 수 있다 한다. 들녘에 핀 잔잔한 꽃들이 고운 미소를 달고 있다. 참 곱다. 사슴이 태연하게 길 중간을 막고 서서 소금을 핥고 있다 겨울에 뿌려놓은 염화칼슘을 염분이 필요한 동물들이 내려와 먹는단다. 인간의 두뇌보다 더 지혜로운 동물의 본능이다.(www.nakusphotsprings.com)

이름도 아리따운 로즈베리를 거쳐 뉴 덴버 지나쳐 가는데, 순간 흥미로운 건물이 눈에 띄어 멈추었다. 그저 한적하기만 한 마을에 이집트 피라미드 모양을 한 둥근 집들이 대여섯 채 서있다. 본채는 야구모자 모양을 하고 있다. 챙이 있는 부분에 창문이 있고 양 귀 부분에 또 창들이 있다. 기웃거렸더니 마침 의자에 페인트칠을 하러 나온 여주인이 안내를 해준다. 갤러리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멋진 그림과 조각품들이 잘 어우러진다. 한 가지 흠은 집의 규모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창문 때문에 환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나무를 이용한 가구들과 귀여운 아이들 침대 등 가구의 오밀조밀한 배치가 돋보였다. 허나 길손 드문 시골에 이집트 출신 건축가까지 동원해 지은 시설이 그만한 쓰임새가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정원에 심어둔 분홍 꽃의 아리따움은 넉넉히 나그네의 눈길을 끌 만했다.

꼬불꼬불한 길이 운전자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산은 갈수록 장해지고 골은 갈수록 그윽해진다. 그 험하다는 Ainsworth Hot Springs로 가는 길인가 보다. 재작년 이른 봄에 오려다 멈춘 발길이어서 기대가 크다. 천연 동굴 온천이라 한국인의 정서에 가장 잘 맞는 곳이라는데, 난 이미 할시온(Halcyon)에 매료되었으니 그걸 덮을 만할까. 한번 사랑에 빠진 사람은 다음 사랑을 찾기가 어렵다 한다. 첫사랑의 황홀함을 뉘라서 잊으련가. 그러나 사랑을 한 자만이 사랑의 참 맛을 안다.

종유석이 달린 편자 모양의 동굴엔 뜨거운 온천수가 콸콸 쏟아진다. 입구로부터 4미터쯤 되는 동굴의 벽에서 쏟아지는 온천수를 어깨에 맞으면 안마를 받는 듯 시원하다. 갈래굴에서는 엇비슷이 바위를 타고 흐르는 온천수 아래 있으면 따끔따끔해진다. 칼슘과 마그네슘 성분이 많아 그런가 했다. 원수는 동굴에서 2km 떨어진 산턱에서 나오는데 45- 50도나 되어 오는 중에 식혀 40도 정도로 낮춘다. 동굴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땀이 쪽 흘러 온몸이 상쾌해진다. 풀장으로 내려오면 어머니의 품 같은 쿠트니 레이크를 굽어본다. 아니 처음과 끝이 보이지 않으니 강이라 부르는 게 나을지 모른다. 벽면에 이 온천의 트레이드 마크인 'AINSWORTH HOT SPRINGS' 고딕체 글자와 잘 어울리는 꽃바구니들이 생글거린다. 그리고 한 생애를 오롯이 살아낸 은발의 노부부들, 마악 사랑을 시작한 젊은이들, 다정한 눈길을 나누는 가족들이 눈부신 태양 아래 꽃보다 더 아름다운 미소를 담고있다.

저녁은 우아하게 레스토랑에서 들기로 했다. 드레스 차림이 아닌 게 아쉬웠지만 들고 온 옷 중 가장 포말한 거(그래야 가디간 하나 더 걸치는 거지만)로 입고 오랜 시간 걸려 나오는 요리를 먹고 나니 놀이 진다. 인생의 황혼에 서서 이런 호강을 해도 되나 어리둥절해진다. 왠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헐렁거리고 깔끄러워 두리번거린다. 배낭 메고 거친 모래바람 받으며 밤새 우는 파도를 자장가 삼던 야영생활이 제 격일 듯싶어. 식사 후 잠시 산책길에 나섰다. 뒷산 기슭에서 발원하는 온천수를 배달하는 큰 파이프와 고이기를 기다리는 드럼통이 묻혀있는 곳, 어디서나 진액이 흐른다. 감출 수 없는 뜨거운 기운,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은 그 곁에 서기만 해도 물씬 풍기는 활기를 느낄 수 있는데 꼭 그와 같다. 밤이 늦어도 여전히 부신 하늘 아래 잠들기 민망했다. 그러나 따가운 살갗과 노근노근한 다리 근육이 슬슬 풀려 꿈나라로 데려간다.(www.hotnaturally.com)

아침을 간단히 먹고 다음 노정에 나섰다. BC주에서 운행하는 공짜 페리 중 가장 긴 코스, Balfour Bay에서 Kootenay  Lake를 건너는 35 분. 그러나 더 인상적인 것은 선착장에 떼지어 다니는 물고기들이다. 팔뚝만한 고기들이 다니는데 여직 흐북하게 낚시 재미를 못 본 남편이 탄성을 지르며 떠나기 아쉬워한다. 다음을 기약하며 페리는 붕붕거리며 떠난다.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달려온 오토바이가족이 함께 탔다. 두 사람 몸피씩 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딸과 손녀, 손자. Holly Davison 세 대에 나누어 타고 붕붕거리는 게 전사들 같다. 저런 모험정신이 있기에 이 너른 대륙을 개척했나 보다. 오토바이 사달라는 아들의 요구에 "나 죽거든" 이라 핀잔하던 날 겁쟁이라고 조롱하는 듯하다.

폐리에서 내린 Crawford Bay 유리공예장에선 유리를 녹여내는 풀무질과 각종 연장이 있는 작업장이 함께 대중에게 공개되어있다. 그러나 여름의 한가와 나태 때문인지 담금질하는 젊은이의 동작도 굼뜨고 수년간 종사해온 장인의 손길도 볼 수 없다. 자연 작품도 그다지 뛰어난 걸 보지 못하고 옆집 길쌈집으로 옮겨갔다. 내 어린 시절이 거기 있었다. 베틀 아래 누워 딸그락 소리를 들으며 '농민' 책을 읽는 어린 소녀. 비록 눈 파란 서양여인이 앉아 알록달록 색실을 드리워 짤그락거리고 있었지만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였다. 세모시를 입은 할머니가 따라 나오실 듯해 몇 번이고 돌아보며 나왔다.

다음에 만난 것이 유리집이다. 네모 유리병을 옆으로 눕혀 쌓은 담벼락과 정원, 그리고 망루. 리싸이클 병으로 1954년과 55년 이태에 걸쳐 지었다 하니 그 인내심이 대단하다. 살림살이 고스란히 보관되어있는 집안엔 아직도 옛 주인의 호흡이 가득하다. 그러나 모기 등쌀에 집안에 머무를 수가 없다. 글라스 하우스가 아니라 숫제 모스키토 하우스이다. 사람이 이리 극성이라면 아무도 그 곁에 머무르지 못하리라. 긴 강을 굽어보며 한가한 명상에 잠기는데 모기떼들이 달려들어 볼과 귀를 깨문다. 얼굴까지 물리고 나니 덧정이 없어 서둘러 빠져 나온다. 점심을 먹으려 피크닉 장소를 물색했으나 사람 수보다 모기가 더 많아 내쳐 달렸다.  홀깃이 풍기는 밤나무향도, 장강이 말라 너른 평원을 이룬 들녘도 나 몰라라 지나쳐야 했다. 아무래도 점심은 구내식당(자동차)에서 해결해야겠다고 포기하다가 만난 예쁜 크릭, 강을 면하고 있어 산들바람 불고 포플라가 수줍게 드리운, 서늘한 곳을 찾았다. 늦게 먹는 터수엔 점심에 나른한 오후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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