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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여자도 없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06-08 00:00

70년대 이른바 여성해방운동가들이 하던 구호가운데 <여성이여, 한 손엔 피임약을, 다른 한 손엔 저금통장을 >. 이라는 말이 있었다. 여성들의 사회적 불평등 구조의 핵심에는 출산과 양육, 그리고 경제적 부담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두 가지가 확보된다면 여성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이제 이것은 이른바 선진나라의 국가정책에 대부분 반영되었고 제3세계나 원리주의 종교국가를 제외하고는 남자와 여자에 대한 불평등한 사회적 제약들, 그리고 관습들이 급속하게 해체되어 간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국방의 의무를 남자만 져야 한다는 이유로 여성에 대하여 상대적 불평등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1982년 가톨릭 신부였으며 펜실버니아 대학 교수였던 이반 일리치는 그의 저서 <젠더>에서 산업물질소비사회의 남녀평등이라는 당연한 인간의 권리 문제는 젠더<gender. 性>의 붕괴라는 부작용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 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필연적으로 남성이나 여성 모두 동일한 노동을 할 수 있어야 하며, 동일하게 현실을 지각하고 동일한 욕구를 가지게 한다. 산업사회가 존재하기 위하여서는 젠더의 부재(不在), 즉 남녀 차이가 없는 경제적 중성자(中性子)로 새로 태어나야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시대에 양육되고 있는 아이들에게 남자아이는 여성적 성향이 있는 섬세함에 대하여 창의적이라는 격려를 하고 여자아이의 남성적 성향에 대해서는 사회성이 좋다는 칭찬을 하곤 한다. 그 핵심에는 경제성이 전제되어 있다. 결국 중성자 인간이 추구하는 기본적 가치는 끊임없이 채워야 하는<저금통장>이다. 인간 스스로가 다른 가치의 소중함은 물론 그 존재자체를 무시한 채 경제가치의 독점적 지배를 당연시 한다.

그러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인간=경제적 인간(Homo Economics)으로 변하여 갔다. 이 사실에 대하여 누구도 놀라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랍다. 노동을 팔아 돈을 벌고 그것으로 상품을 사는 것 이외에 다른 능력을 모두 잃어 버린 사람들,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는 불구자로 전락했다. 실제로 자신이 먹을 것을 재배하거나 살 수 있는 집을 짓는 가장 핵심적인 교육을 정규과정에서 교육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남녀가 갖는 권리의 핵심에 경제력이 자리 하면서 생명의 원천인 性이 붕괴되어 간다. 자녀를 교육하면서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에 대한 개념 자체를 갖지 않음으로써 개별의 성(性)적 아름다움과 자부심이 사라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생명의 가장 자연스러운 생식과 그 과정 속에서 갖는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을 거부한다. 제도로써의 결혼을 거부하는 것은 사회나 인간가치의 다른 견해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젠더라는 상대적 개념에 대한 가치를 상실함으로써 출산을 거부하거나 아예 이성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경제가치의 중심에서 대부분의 국가 인구는 증가에서 감소로 급격히 전환 된다. 인구가 감소하고 언어 사용인구가 줄어들면 국가는 소멸된다. 미래학자들은 <이제 국가는 없다>라고 이야기 하지만 다양성의 붕괴는 결국 우리의 삶과 영혼을 피폐하게 할 것이다.

남자와 여자 사이가 평등하지 않다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회적 개념의 이야기이다. 여자가 경제적인 이유나 사회적 성취를 이유로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생명의 기쁨”을 상실한다면 여성으로써 갖고 있는 생태적 가치를 잃어버린다. 남자 또한 남성으로써의 정체성 없는 중성자 인간으로 전락하고 있다. 남자가 남성스럽지 않고 여자가 여성스럽지 않다면 서로 이성에 대한 감성의 종말을 예고 한다.  그러나 어쩌면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수십 년 후 지구 위에는 다시 인간의 개체수가 적절해 질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인간은 숲을 떠났고 우리가 다시 숲을 찾지 않는 한 가슴 속 그리운 여성과 남성은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

중성자들만이 가득한 세상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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