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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로 말하지 말 걸 네 아픔을 안다고어찌 속 빈 대처럼 허황한 말로 위로하러 들었던가뼈마디 자근자근 방망이질하고육신이 허물어지는 이 고통을…차라리 아무 말 말고 손이나 따스이 잡아줄 걸 아는 척하지 말 걸 사람살이가 다 그렇지겨울 지나면 봄이 오지 않겠느냐고대숲 훑고 가는 바람처럼 어찌 그리 허술히 대했던가비접도 제...
김해영 시인
2월처럼  이른 병상을 걷어내고 일어난나,바장이는 2월의 마음 계절의 모퉁이를 돌아오는님 발자국 소리에내닫는하얀 버선발 이른 봄볕의 입맞춤에서른 날을 채우지 못하고까르륵지어버린 선웃음 설익은 정분을매운 고추바람으로 다독여농 익힌 봄의 분내 <시작 메모>병상과 일상을 오가는 나, 2월처럼 겨울과 봄 사이를 서성인다.봄을 목말라 하는 2월은 차마 서른 날을 채울 수 없어 계절의 모퉁이에서 서성이며 이른 봄내를 풍긴다.  
김해영시인
                      햇빛 사냥 일요일 오후,문득 겨울비 장막이 걷히고안개가 길 잃은 고양이처럼 어슬렁거리는 골목을 나선다낙엽이 협궤열차처럼 뒹구는 길목에 서서서리 낀 잔디에 사금파리처럼 박힌햇살 조각을 응시한다 한가와 무료,자유와 혼돈,미답의 시간이 품은 두려움과 긴장,일탈의 편린들을 뒤로 한 채 햇빛 사냥을 나간다가슴에서 어린 꿈 하나 꺼내서금빛...
김해영시인
              삶의 능선에서            허위허위 오른 능선에는꽃 한 송이 없다번민 같은 안개를 헤치고아우성치는 자갈밭을 기어오르며고되게 오른 능선에는햇살 한 줌 없다여윈 몸을 휘감아 도는 채찍바람뿐…… 벼린 칼처럼 날캄한 능선에서 억새처럼 나부끼는 몸을 곧추 세워 먹구름이 몰려와눈보라를 흩뿌려도 괜찮다가슴이 옭죄고손발이 저미는 한기가...
김해영 시인
아침에 눈을 뜨니유리창 밖 서성이던 햇살이긴긴 어둠에 가위 눌린 가슴팍을젖먹이 아기처럼 파고든다   지친 육신이새 생명의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하루의 일상을 여는부활을 체험하고   미움과 절망으로 굳어버린가슴 속 얼음장미가봉긋이 피어나는행복도 맛보며   가식과 허화에 휘둘려안개 낀 것처럼 뿌연 시야가말끔하게 닦여맑은 영혼의 눈을 뜬다   병상에서도긴 밤을 건너온 새해가 쏟아내는축복의 햇살을 받고일상에서...
김해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