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어떤 눈물 2023.11.20 (월)
   벌써 14년 전이다. 한 방송사가 47주년 특별 기획이라며 보여주던 다큐멘터리는 참 충격적이었다. 우연히 채널을 돌렸다가 보게 된 프로였는데 지금도 장면들이 눈에 선하다. 지구 온난화로 사냥터를 잃어가는 북극곰의 눈물, 빨리 녹아 사라져버리는 작은 유빙流氷에 갇힌 바다 코끼리, 사라지는 툰드라에서 이동하는 순록 떼의 모습은 결코 아름다운 영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그럴 수도 있겠다 정도로 그리 심각하게 생각지는...
최원현
추수감사절 2023.11.20 (월)
바람에 출렁이는 이삭이하늘 문에 닿아 노크를 하네이제는 두 손 모아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시간공중에 나는 새도 가만히 내려와바닥에 떨어진 이삭을 쪼네풍성한 열매를 맺게 해 재단에잔치를 베푸시는 농부의 손은거룩하기만 하고허수아비도 참새도 즐겁게 춤을 추면서풍년을 노래하는 추수감사절부귀영화도 한낱 바람과 같다고 하나오늘 만은 들꽃처럼 환하게 노래 하려네
유우영
금은달 금은별 2023.11.15 (수)
하아. 은별이는 침대에 털썩 드러누우면서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사 온 집은 말이 좋아서 현대식 한옥이지, 낡은 한옥에 부엌과 화장실만 신식으로 덧지은, 그냥 시골집이었다. 이사를 가지 않으면 밥도 안 먹고 학교도 다니지 않겠다고 강짜를 부리긴 했지만, 이런 깡촌으로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방문 너머로 아빠와 통화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럼, 잘 도착했지. 이삿짐 아저씨들이 다 제자리에 들여놔줘서 정리만...
곽선영
바다/윤동주(사실적) 실어다 뿌리는바람조차 시원타. 솔나무 가지마다 새촘히고개를 돌리어 삐들어지고 밀치고밀치운다 이랑을 넘는 물결은폭포처럼 피어오른다 해변에 아이들이 모인다.찰찰 손을 씻고 구보로. 바다는 자꾸 설워진다.갈매기의 노래에... 돌아다보고 돌아다보고돌아가는 오늘의 바다여!  바다9/정지용(감각적) 바다는 뿔뿔이달어날랴고 했다. 푸른 도마뱀 떼같이재재발렀다. 꼬리가...
이명희
가을에는 2023.11.15 (수)
단풍잎은 붉디붉고하늘은 깊고 푸르다 아롱다롱 단풍 숲에서뛰노는 아이들 얼굴에물드는 가을빛 바람이 한차례 지나가니우수수 떨어지는 단풍잎이산길 오솔길에 힘없이 내려앉는다 호들갑스러운 낙엽은바람의 꼬리를 잡고 빙빙 돌고비처럼 내리는 가을은내 가슴팍으로 파고든다 슬픈 그의 얼굴을 손바닥에 올려놓고정답게 비벼본다가을은 어찌 쓸쓸한 계절이던가 우리 모두 때가 되면 떠나야 되느니슬퍼하지 말자아름다운 날...
조순배
가을바람 2023.11.06 (월)
살랑살랑 나뭇가지흔들며 노닐다가 점잖은 하늘아래웃음이 헤퍼선지 한기(寒氣)로옷 벋는 나무 곁을실실대며 지나간다  선비 같은 계절에국화는 제쳐두고 농밀(濃密)한 코스모스짓궂게 희롱(戱弄)하니 더불어놀던 잠자리놀란 눈이 멀뚱하다
문현주
행복해? 2023.11.06 (월)
  내 제자 중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발달장애)가 있는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은 수업이 끝나면 “행복해?”라는 질문을 한다. 아직은 한국말이 서툴러서인지 그렇게 물어본다. 그래서 행복하다 것이 무슨 뜻인지는 대충 알지만 그래도 정확한 뜻을 알기위해 사전을 찾아보았다.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 라고 한다.    “난 가르치기 힘든데 뭐가 행복하다고 묻는 걸까?” 그런데 막상 물으면 아니라고 하기도 그렇고...
아청 박혜정
지금이 좋을 때 2023.11.06 (월)
  왼쪽 눈에 황반변성이 생겨 주기적으로 동네 안과에 다니고 있다. 어느 날 진료를 마친 원장님이 말했다. 의학 전문지에 올라온 통계를 보니 노년의 건강이 잘 유지되는 시기는 대개 75세까지 라며, 눈에 이상이 있다 해도 지금이 좋을 때라고 했다. 무슨 의미인지 물었다. 그는 “내 발로 걸어서 내가 가고 싶은 데를 갈 수 있으면 좋을 때지요.”라고 했다.  내 발로 걸어서 어디를 간다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인지 체력이 좋은...
정성화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