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나의 호위 무사 2021.03.02 (화)
사)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미루나무 우듬지에서 새들이 요란스레 울고 있다. 언젠가부터 새 모이를 주는 일로 아침을 시작한다. 비대면을 강요받는 요즘, 아침마다 날아드는 새들도 이제 반가운 손님이다. 먼 곳의 봄소식이 새들의 깃털에 실려 올 것 같은 기대감일까….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는 참새, 박새, 까마귀들이 차례대로 모이통에 앉았다 날아오른다.오늘은 매서웠던 북서풍이 잦아들고 동풍에 얼었던 땅이 녹는다는 대한이다. 아침 일찍...
조정
조 정 / (사)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어미 거북이가 모래 속에 알을 낳고 두 달이 지나면 새 생명의 움직임이  꿈틀댄다. 새끼 거북이들이 생존의 무기인 이빨(carbuncle)로 알의 내벽을 깨는 시기이다. 이빨이 부러져 피가 흘러도 결코 같은 동작을 멈추지 않는다. 알을 깨고 나온 새끼 거북이들에겐 두터운 모래성의 또 다른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간신히 해변에 머리를 내민 새끼 거북이들은 독수리와 갈매기들이 잠들 때를 기다려,...
조정
음식에 대한 취향은 나이가 들면서 보수적으로 변해간다. 미슐랭 가이드 북에 오른 식당의특별했던 음식도, 여름 보양식인 초계탕이나 용봉탕도, 어머니의 음식처럼 언제나 그리운 맛은아니다.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정갈한 밥상은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치유의 힘이 있다.그때나 지금이나 여름 밥상의 최종 승자는 단연 오이지다. 얄팍하게 썰어 짠맛을 우려낸 후 찬물에파와 고춧가루를 띄운 오이지 국물 맛은, 더위에 잃은 미각돌기를...
조정
 어김없이 봄은 우리 곁에 와 있지만 모두가 말을 잃어가는 계절이다. 전자 현미경으로만 볼수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촌의 질서를 온통 뒤집어 놓았다. 사람들은 불가항력적인전염병에 공포를 느끼며 당장의 무사함에 잠시 안도하고 있다. 신록의 푸르름이 물결치고 노란축포를 터트리는 민들레의 봄이 왔으나 그전의 봄은 아닌 것이다. 4월로 접어들어 콜로니 농장으로부터 텃밭을 개방한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봄비가 내려씨를...
조정
  “게으름은 실용주의에 떠밀려 사는 사람들의 인간성 회복에 꼭 필요한 여유다.”  나는 반복되는 일상의 무게에서 벗어나 길을 떠난다. 모래바람이 시야를 가리는 혼돈의 세상에서 메마른 가슴을 적실 마중물이 필요하다. 방향감을 유지하며 하늘을 나는 새처럼 삶의 지도 위에서 내 위치를 살펴야 할 때다. 잠시 달리던 길 위에서 숨을 돌리고 방향을 살핀 후 뛰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밴쿠버에서 비행기로 4시간 30분, 멕시코...
조정
긍정 정서 높이기 2019.12.11 (수)
11월 중순으로 접어들어 대기는 자주 안개에 감싸인다. 산허리에 구름 띠를 두른 겹겹의 산들이 물안개 피는 핏 리버와 어울려 수채화 같은 풍경으로 다가온다. 잎을 다 떨군 미루나무 꼭대기에선 먼 곳에 시선을 둔 흰머리 독수리가 묵언 수행 중이다. 서울에서 돌아와 시차를 겪는 요즘, 새삼 밴쿠버의 신선한 공기와 한가로운 주변 풍경에서 위안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친구들로부터 고국의 현 정치 상황과 사회구조에 대한 결기 어린 성토를 듣지...
조정
     오늘 완성된 포도나무 지지대는 멋진 그늘막이 되었다. 지난주 로이가 세워준 프레임 위에 나무 막대들을 격자로 얹고 포도나무 가지들을 보기 좋게 묶어주었다. 지난봄부터 도면을 그리고 필요한 장비와 재료를 찾아 발품을 팔던 일들이 드디어 마무리가 되었다....
조정
도시의 오아시스 2019.05.06 (월)
 노란 꽃술을 내민 감자꽃 한 다발을 남편이 말없이 건넨다. 수확기를 앞두고 감자알을 굵게 만들기 위해 꽃을 따내는 남편 옆에서 나는 잠시 감자꽃을 들여다본다. 희고 보드라운 꽃잎 가운데 샛노란 꽃술을 뾰족이 내민 감자꽃은 너무나 앙증맞다. 키 큰 미루나무 가지에 모여 앉은 찌르레기들이 소리 높여 재잘대기 시작한다. 멀리 눈 덮인 골든 이어 산이 보이고 코퀴틀람 강이 흐르는 콜로니 농장 주변 풍경은 언제나 평화롭다. 200여 종의 철새...
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