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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봉자  거울 속에낯익은 가슴 하나오래된 세월 무디어진 머리에 이고마주 바라보고 서 있다 지난여름반짝이던 초록빛 드레스들은 이제 속절없이 누우레지고     떨어져 지천으로 뒹구는, 거기 거울아, 거울아예쁜 꽃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기다리고 기다리면 행여다시 돌아올까요? 아아, 따슨 햇볕이 이리도 고파요! 날개 큰 바람이 시도 때도 없이 회오리 돌고허리 시린 계절이어질어질 황혼의 재를 넘는,거기....
안봉자
오 캐나다 2015.06.26 (금)
그대는 제다른 피부 색깔 민족들의제다른 언어와 풍습과제다른 문화와 예술이 아우러진아름다운 모자이크 그림 액자 태평양과 대서양, 빛나는 두 대양 사이에서도시들은 다민족 문화로 풍요롭고대평원은 황금빛 밀밭의 요람강들은 꽃과 초목들을 살찌우나니 그대, 젊고 착한 캐나다여,꿈꾸는 자에게는 무한한 꿈을 안겨주고모험가들에게는 끝없는 모험을 제공하는축복받은 기회의 땅이여. 그대의 품 안에서우리는 평안과 안식을...
안봉자
예쁘고 당찬 아가씨다, 봄은 빙판의 계절을 감히 맨발로 건너오더니 동면의 심장 깊은 곳에 입맞춤하고너와 나 영혼의 강물을 풀어놓는구나아지랑이 낀 먼 하늘 속흰머리 독수리  한 쌍 알콩달콩 사랑놀이 저리 분주하고 노랑, 분홍, 보라, 초록화들짝 깨어나 교태부리며 차례차례 돌아와 눈부시구나이제 곧 벌 나비들 뜨겁게 바람나리라내밀한 내 가슴방에서는 조심조심새로 조율한 하얀 희망날개들이 날아오르는구나어질어질 봄멀미하며,...
안봉자 시인
솟대 2014.12.19 (금)
때론 초연한 듯때론 연연한 듯 머리 위엔 계단 없는 하늘 하나 두고발 아랜 닿지 못할 섬 하나 두고천상과 인간 그 사이바람 동네 첫 번지에 날개 접은 새 푸른 머리털 무성하던 세월 전 그때나외발 장승 먹통 새인 지금이나우러러 안부 궁금한 별 하나 있으면야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고 날마다 악성 고독을 앓으며눈발 속에 손끝 시려도기다림의 연鳶줄 끝내 놓지 않으면깊은 겨울의 자궁 지나 꽃분홍나긋나긋 눈웃음 날리며 봄은...
안봉자
저녁 바다 2014.09.19 (금)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바다뿐이랴만  세상에 눈물겨운 것이 노을뿐이랴만  하루가 저무는 바닷가 저 황홀하게 쓸쓸한 배경이 되어 보라세월에 허리 잠근 섬이 되어 보라 새벽보다 먼저 일어나 바다로 간 뱃사람들 파도에 저당 잡혔던 하루를 건져 말리며뭍으로 돌아오고바닷새들도 젖은 날개 털며 둥지로 돌아올 때 수평선 위에 펄럭이는 일몰의 붉은 만장輓章 그 눈부시게 텅 빈 향연 앞에서누군들 한 번쯤 머리 올 쓸어올리며 지나온...
안봉자
유월은 잘 생긴 한 필의 센타우루스로 내게 온다 청마의 야성과 인간의 지성을 한몸에 지녀서당당한 만큼 고독해야 했던 센타우루스  세상의 광장에서 삶과 살 섞어도 눈빛엔 늘 먼 들판 냄새가 출렁이던  반인반마( 半人半馬) 그는세상의 모든 아버지의 이미지를 업고 온다 남자라는 큰 이름 위에남편 아버지 가장(家長)이라는 짐을 포개어 지고서 지평선 향해 치닫는 청마의 욕망을 꾹꾹 눌러 삭이며묵묵히 질서의 괘도 위로 난 길 걷고...
안봉자
민들레야, 민들레야보라그녀가 웃고 있다꽃샘바람 날 세운 춘삼월 잔디밭 가에한 치 작은 키로 하늘만한 그리움 받쳐 이고서눈 빛 맑은 처녀애 하나까르르 웃고 있다저 해맑은 웃음의 갈피 어디쯤에눈물보다 짙은 지난겨울의 아픔을 숨겼을까남 먼저 깨어나시린 영혼의 옷섶 고쳐 여미며제 아픔으로 환하게 불 밝히고겨울 앓는 가슴들에 봄을 들이는 봄 들레노랑 민들레 O DandelionBehold.She is smiling.In the early March, chilly and windy,  Standing short amongst the...
안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