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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2018.06.04 (월)
    저의 이름은 인간입니다내 이름은 행복이라 하지    저는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나도 자네에게 찾아지길 원하고 있지    하지만 당신은 아무 데도 없는 걸요그렇지만, 나는 늘 자네 가까이에 있다네    어디요?  어디요? 당신은 없어요, -아무 데도!여기! 여기! 바로 여기에; --행복은 멀리서 찾는 게 아니라자기 가까이서 발견하는 것이라네자네가 행복을 찾기 원한다면우선, 자네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안봉자
맨 아랫간 서랍 2018.01.29 (월)
요즘, 골방 서랍장을 정리하는 날이 부쩍 늘었다놓지 못해 떠나지 못한 나의 어제들이 매미 허물처럼 모여 사는 곳돌쩌귀도 녹스는 늙은 세월에 대부분은 떠나고 몇은 아직 남아서 민속촌처럼 함께 저무는 그곳엔 늦가을 저녁의 체온 닮은 서늘한 바람이 분다 어린 별바라기의 못 이룬 꿈들도, 이민의 자갈밭에 무시로 무릎 깨던 한낮도, 에움길에 갈증 앓던 사추思秋의 그리움도… 이제는 모두 치수 안 맞는 치마 허린데! 많은 것을 버리고도...
안봉자
초가을 2017.09.15 (금)
마로니에 가지 사이로 소슬바람 지나네요   어스름 강둑 위에 낙엽이 구르네요   귀뚜리 애틋한 울음 위로 달이 뜨네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을이 오고 있네요.   친구 있는 먼 그곳에 내 마음 서성거리네요     Early Autumn     Through the maronnier branches A cool wind is passing   On the dusky river bank Fallen leaves are drifting   Over the crickets ardent chirp The moon is rising   Slowly, oh, so slowly Autumn is coming   A friend far far away, and there My...
안봉자
어머니의 바다 2017.05.20 (토)
그곳이 큰 바다였음을 저는 기억 못 해요그 큰 양수의 바다에 한 톨 생명으로 헤엄쳐 다닐 때그 따뜻함, 그 아늑함, 그 완벽한 평화를 --죄송스럽게도 저는 까맣게 잊었어요, 어머니.당신의 바다에서 소리치며 뛰쳐나오던 순간제 배꼽에서 잘려져 나간 물빛 푸른 지느러미를 아주 까맣게 잊었듯이 세상에 나와서 세상물 들어가는 동안저 또한 당신이 주신 “여자”라는 빛나는 이름으로사랑을 배우고생명을 잉태하고모정을 바치고이제 헐거워진...
안봉자
가불(假拂) 2017.01.28 (토)
해 묵은 달력을 볼 적마다찌르르 르 … 내 명치끝이 신음을 한다아마도 추억이 된 기억들이 아픈가보다 한때 반짝이던 봄 바다와     여름날의 탱탱하던 정오(正午)부도(不渡)낸 새해 각오들과     빗나간 어떤 약속  지친 태양이 해협 건너 능선에 걸터앉아서날아온 긴 하루를 충혈된 눈으로 건너다본다이제 곧 하늘이 별들의 교향곡을 연주하리라 –-     어둠이 짙을수록 음악은 더욱 장대한 것.오늘 밤...
안봉자
갈대의 서신  가을입니다지성, 성숙, 그리움, 고독,그 투명한 단어들이기도처럼 가슴에 둥지 트는 계절입니다 9월 한낮의 살찐 태양에어린 밤송이들 토실토실 살이 오르고별빛 흥건한 풀숲은귀뚜리 모여 앉아 현絃 타는 소리감미롭게 밤과 함께 깊어갑니다 나는 허허 비워 가난한 가슴작은 바람에도 커다랗게 흔들리며들판 가득 청자 빛 하늘을 이고서흰 스카프 목에 두르고 가을 길에 섰습니다 깊을수록 손끝 시린그리움, 그 소슬한...
안봉자
파도여 2016.06.11 (토)
O WAVE       Before the universe was open, Long before the sun was born, The lonely flutter in the dark had been you.   In the space of infinity, From the moment of the first step of time, It’s you, endlessly wandering In pre-destined yearning.           Crash hard your blue wings against the cliffs, Shatter down helplessly with white sigh, Roll and tumble desperately your whole body.   Shout in your...
안봉자
꼭두0시에 2016.03.05 (토)
꼭두0시에너는 그리고 나는어제에 있는가오늘에 있는가어제에도 있고 오늘에도 있는가어제에도 없고 오늘에도 없는가어디에서 찾을까꼭두0시에맨발의 길 잃은너 하나 나 하나는At 0 O’CLOCKEnglish translation by Bong Ja AhnAt 0 o’clock,Do you and IBelong to yesterdayOr today?Both yesterday and today?Neither yesterday nor today?          Where do we findThe You and the Me,Both in bare feet, lostAt 0 o’clock?
안봉자